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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우리는 우리 숙제를 하자

이상렬
경제부문 차장
한국 국민이 알아야 할 경제용어 리스트에 최근 하나가 더해졌다. ‘양적완화’다. 쉽게 말해 중앙은행이 무제한으로 돈을 푸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치자 미국이 하기 시작해 유럽이 따랐고, 최근엔 일본이 열을 올리고 있다. 이 양적완화가 우리나라에 좋으냐, 나쁘냐를 놓고 26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작은 설전(?)이 있었다.



 “미국의 양적완화는 우리 경제에 순이득이 더 많은 것으로 생각한다.”(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선진국의) 양적완화는 세계 경제의 시한폭탄 아닌가. 장기적으로 각국이 큰 비용을 지불할 것이다.”(정몽준 새누리당 의원)



 “어떤 것이 우리에게 더 이득이 되느냐가 중요하다.”(김 총재)



 김 총재의 이날 발언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의 경기회복은 수출의존형 경제인 우리나라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양적완화 정책이 미국 GDP를 거의 3% 밀어올렸다고 분석한다. 김 총재는 “미국 GDP가 3% 증가한 것과 증가하지 않은 것 중에서 어느 쪽이 우리 경제에 나은가”를 묻고 있는 셈이다.



 미국과 유럽이 경기회복을 위해 돈을 한껏 풀고 있는지는 제법 됐지만, 양적완화라는 표현이 최근 더 이목을 끌고 있는 것은 일본 때문이다. 일본 아베 정부가 무제한 통화 방출에 나서면서 엔화가 약세로 바뀌고 우리 경제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 일본이 이렇게 나오면 국제사회가 온통 일본을 지탄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웬걸, 미국도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런 일본의 정책을 지지하고 나섰다. 버냉키는 상원 청문회에서 “디플레이션을 떨쳐내기 위한 일본의 시도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세계 주요 20개국(G20)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였지만 일본을 대놓고 비난하지도 않았다.



 미국이 일본을 두둔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자신이 양적완화의 원조인 입장에서 일본의 행태를 문제삼을 처지가 안 된다. 두 나라의 동맹관계도 있다. 그러나 일본의 집요한 설득전도 무시못할 요인이다. “일본 경제가 살아나는 것이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가 선진국 그룹에 먹혀들었다. “일본의 양적완화는 주변국을 거덜낸다”는 우리 호소는 상대적으로 울림이 적었다. 20년 경기침체에서 헤어나오려고 일본이 엔화를 찍어내는 것을 저지할 직접적인 수단이 우리에겐 없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방비책은 있다. 핫머니가 함부로 드나들지 못하게 방파제를 높이 쌓기, ‘메이드 인 재팬’의 가격 공세에 끄떡도 않도록 상품 경쟁력을 높이기, 국제사회에서 우군을 더 많이 확보하기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본이 일본의 숙제를 하고 있다면 우리는 우리 숙제를 하면 된다. 100여 년 전 망국의 원인도 따지고 보면 세계 질서 재편기에 우리가 우리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 아닌가.



이 상 렬 경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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