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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어린이가 심사한다면?

어린이 장르문학상 ‘스토리킹’ 심사장면. 전국에서 모인 어린이 심사위원들이 최종 후보작 세 편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사진 비룡소]


지난 26일, 서울 신사동의 어린이책 출판사 비룡소 회의실. 39명의 어린이 심사위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어린이가 좋아하는 책을 어린이 눈높이에서 뽑기위해 마련한 자리다. 비룡소가 국내 최초로 어린이 심사위원제를 도입했다. 심사장에선 각자 지지하는 작품을 놓고 어린이들끼리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비룡소, 어린이 심사위원제 첫 도입
후보작 3편, 초등생 100명이 토론
성차별?도박 등 의외의 지적 많아
전문가·어린이 점수 50 대 50 합산



 “『분홍 올빼미 가게』가 금남의 구역이라 성차별이라는 의견에 반대합니다. 4학년 때 우리 반 여자아이들한테 사춘기 바람이 불었는데요. 저는 남자지만 이 책을 통해 초컬릿을 누구한테 주네 안주네 하면서 다투던 모습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작가가 여자들은 못 들어가는 『파란 올빼미 가게』를 더 쓰면 되겠네요.”



 까르르 웃음꽃이 피어나면서도 진지함이 어른들 못지 않다. 이 행사의 공식 명칭은 제 1회 ‘스토리킹’ 공모전. 어린이 엔터테이닝 문학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최종 심사엔 『분홍 올빼미 가게』 『스무고개 탐정과 마술사』 『권법 소녀 자미와 닭대가리 마스크맨』 등 세 편이 올랐다.



 심사위원에는 초등 4~6학년 어린이 160여 명이 지원했고, 그 중 100명이 위촉됐다. 이날 참석한 어린이 위원들은 전문가 심사위원 3명이 선정한 최종 후보작 3편을 읽은 뒤 자신이 뽑은 1편에 대한 심사평을 이메일로 보낸 상태였다. 사회를 보는 성숙함과 함께 아이들 특유의 예리함도 번득였다.



 “『스무 고개 탐정과 마술사』의 주인공은 학원비를 걸고 도박을 합니다. 어린이들이 보는 책에 사행성 도박이 들어가는 건 교육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이가 보는 책이라서 안 된다고요? 추리 소설에는 그런 요소가 필요합니다. 제 동생은 겨우 1학년인데도 돈을 겁니다.”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심사가 끝난 뒤 아이들은 “책을 읽으면서 아쉽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는데 직접 심사를 해보니 재미있다” “꿈이 작가인데 토론을 통해 앞으로 책을 어떻게 쓸 지 알게 됐다”는 소감도 발표했다.



 최종 당선작은 전문가 심사위원의 점수와 어린이 심사위원의 점수를 50 대 50으로 합산해 뽑는다. 어린이 심사위원이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셈이다. 김은하 편집장은 “전문가 심사위원은 책의 구성이나 완성도 등을 중시하는데, 아이들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지적해 흥미롭다”고 했다.



 비룡소 박상희 대표는 “외국에선 재미있는 책, 아이들이 원하는 책을 추천 도서로 선정한다. 책을 읽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의 선정도서 목록은 낡고 고루한 편이다. 이젠 아이들이 원하는 책을 낼 때가 됐다”고 말했다. 가령 수십 만 부가 팔린 김진경의 판타지 소설 『고양이 학교』(문학동네어린이)가 프랑스에서 받은 ‘앵코륍티블상’은 3000개 학교 15만 명의 어린이들이 투표해 선정하는 상이었다.



 박 대표는 “아동문학 작가들이 이 상의 심사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지금까진 전문가 눈에 들도록, 혹은 선정 도서가 되게끔 글을 썼지만 처음으로 아이들이 원하는 글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상이라서다. 어른이 뽑은 도서 읽히기에서 아이들이 원하는 책 읽기로 흐름이 바뀌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사 결과는 28일 홈페이지에 발표된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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