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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지하경제란 놈, 정말 만만찮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저녁 겸 술 한잔 하고 식당을 나선다. 오후 9시 언저리. 저만치 포장마차가 보이고 누군가 “간단히 입가심 한잔”을 외친다. “아니, 요즘 119 원칙도 몰라?” “아… 한 가지 술로 1차만, 9시 전에 마친다는 거? 근데 그거 어느 나라 헌법이야?” 이쯤 되면 대충 끌려가게 된다. 고급호텔 인근이라 외국인도 보인다. 일본 사람 둘이 국수를 말아 먹고 있다. 우리도 말아 먹는다, 소폭.



 포차 아줌마에게 농 삼아 한마디 건넨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하경제를 소탕한다는데 아줌마는 겁나지 않으세요?” 당연히 반응은 뜨악하다. “아니, 그분이 서민과 약자를 위하는 정치를 한다는데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냥 해본 소리”라며 서둘러 화제를 돌린다.



 지하경제라 하면 흔히 조폭이 운영하는 나이트클럽이나 불법 도박장을 연상한다. 마약이나 매춘, 인신매매도 떠올린다. 이런 무시무시한 용어를 생계를 잇기 위해 고생하는 아줌마에게 들이대다니. 하지만 우리 주변엔 의외로 지하경제가 많다. 한낮 거리에서 파는 CD도, 노래방에서 마시는 술 한잔도 지하경제에 일조한다. 정부 당국의 통계에 잡히지 않는 모든 경제행위가 지하경제이기 때문이다. 그런 일은 지상과 지하,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주위에서 일어난다. 정부에 보고되지 않는 돈벌이란 곧 탈세를 의미한다.



 물론 박 대통령이 언급한 지하경제 양성화가 이런 생계형 장사까지 염두에 둔 소리는 아닐 게다. 하지만 세금을 더 걷기 위한 목적임은 분명하다. 앞으로 복지예산을 많이 써야 하는데, 그 재원조달 방안을 설명하면서 강조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둠 속의 경제활동을 햇볕 비치는 지상으로 끌어내겠다는 것이 지하경제 양성화다.



 관청에 등록한 가게라도 100만원어치 팔고 70만원만 신고하면 30만원 규모의 지하경제가 발생한다. 의사·변호사가 소득을 줄여 신고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는 얼마나 될까. 알 수 없다. 추정만 할 뿐이다. 여러 기관이 어림잡은 수치를 평균하면 국내총생산(GDP)의 20% 안팎으로 추산된다.



 지하경제를 줄이는 방법은 뭘까. 감춰진 세원(稅源)을 발굴하고 탈세 추적을 강화하는 것이다. 국세청의 고유 업무다. 지하경제 양성화가 새로운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리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일이다. 그런데 왜 이놈은 땅속에 깊이 뿌리박은 바위처럼 요지부동일까. 세금을 피하려는 본능이 정부의 능력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새 정부는 강한 의지를 보이기 위해 전담조직부터 꾸릴 것이고, 상대는 일시 몸을 낮출 것이다. 얼마 뒤 공무원들은 이걸 적이 와해된 것으로 보고한다. 의욕만 앞세운 단기전으론 승산이 없다는 말이다.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글=심상복 중앙종합연구원장 겸 경제연구소장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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