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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어느 폴리테이너의 씁쓸한 퇴장

이경희
문화부문 기자
문재인 캠프의 캠페인전략본부장을 맡았던 다음기획 김영준 대표가 소속사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다음기획은 김제동·윤도현밴드·김C 등이 소속된 연예기획사다. 다음기획의 대표직은 가수 윤도현씨가 맡는다. 다음기획 측은 27일 김 대표의 사임 소식을 전하며 “다음기획은 내·외형 모든 면에 있어 새로운 문화 컨텐츠 그룹으로 거듭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81학번인 김 대표는 80년대 ‘운동 가요 테이프’를 파는 것으로 시작해 현재의 다음기획을 일군 전형적인 386세대다. 그는 소속 연예인들과 계약서 한 장 쓰지 않고 신뢰로 십 수년 인연을 맺으며 ‘협동 조합’ 개념의 기획사를 만들었다. 다음기획의 정치적 색채가 분명히 드러난 건 이명박 정권 들어서다. 2010년엔 김제동이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 사회를 맡았다는 이유로 방송 출연이 금지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논란을 몰고왔다. 이번 대선에선 김 대표가 아예 문재인 캠프에 직접 뛰어들었다. 문재인 캠프 멘토단 일원이었으며 ‘나는 꼼수다’ ‘김제동의 토크 콘서트’ 등을 기획한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도 다음기획 출신이다. 다음기획은 여러 모로 폴리테이너(politainer·정치인과 연예인의 합성어) 논란의 가운데 있었다.



 김 대표는 몇몇 기자들에게 보낸 사임 인사를 담은 편지에서 “소속 연예인들이 정치적 편견과 굴레에서 자유롭게 되기를 빈다. 사회적 발언과 참여가 본인 스스로의 주체적 판단과 소신에서 비롯된 것이긴 했지만 저라는 존재와 겹쳐진 색안경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에서의 패배, 자신의 정치적 색채가 소속 연예인들의 활동에 부담을 줄 것을 염려해 물러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탕평’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바뀌면 사회 모든 분야의 중심부터 말단까지 확 바뀌는 대한민국의 미성숙한 정치가 ‘대탕평’이라는 단어 하나로 대번에 업그레이드 되리라 믿는 이는 없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치 바람에 더 흔들리는 게 문화계였다. 김영준 대표는 정부 기관장도 아닌데 사표를 냈다. 폴리테이너의 씁쓸한 퇴장이다.



 김 대표의 사임은 이번 대선 정국에서 뜨거운 논란이 되었던 폴리테이너의 행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다음기획은 소속 연예인을 내세워 스스로를 권력의 피해자라고 홍보했지만 오히려 정치적 이슈를 만들고, 정치 관련 ‘행사’를 따서 수익을 올리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읽히기도 했다. 폴리테이너들은 정치인보다 되려 큰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한 것도 사실이다. 다음기획의 새 수장이 된 윤도현 대표는 유인촌 전 장관이 후배 연예인들에게 던졌던, “정치를 하려거든 연예인을 그만 두고 하라”는 쓴소리를 기억했으면 한다.



이경희 문화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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