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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함, 더 큰 폭력 아닐까요

외부적인 폭력을 주로 다뤄왔던 소설가 안보윤은 신작 장편 ?모르는 척?에서 인물의 내면으로 눈을 돌렸다. “외부의 물리적 폭력은 영상으로 충분히 보여줄 수 있지만 내면은 문장, 글로만 그려낼 수 있다고 생각해 내면의 이야기를 썼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누구나 어느 정도는 비겁하다. 세상의 이면을 외면한 채 방관자가 되는 건 안전한 처세술로 여겨진다. 하지만 무관심과 외면은 영혼을 잠식하는 산과 같다.

장편 『모르는 척』 펴낸 안보윤



 일상에 도사린 폭력에 천착했던 작가 안보윤(32)이 이번에는 무심함과 외면이라는 또 다른 폭력이 야기하는 내면의 붕괴를 파고들었다. 신작 장편 『모르는 척』(문예중앙)에서다.



 어머니를 살해한 조인근의 현장검증으로 시작되는 소설은 살인자와 피살자의 가족이라는 얄궂은 운명에 처한 동생 인호의 회상으로 시작된다. 평범한 중산층이던 가족의 삶은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공금횡령 혐의로 나락으로 떨어진다.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이모가 일하는 P시로 야반도주하듯 옮겨온 가족의 삶은 잿빛이다.



 잿빛의 삶은 점차 빠져나올 수 없는 늪으로 변한다. 이모가 주도한 보험사기에 인근이 나서면서다.



각종 질병을 빙자해 병원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인근의 희생으로 가족은 먹고 산다. 가짜 환자 노릇을 하는 인근의 몸과 마음은 망가져 유령과 같은 존재가 돼 버리지만 가족은 그 고통을 외면한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지시나 요구를 하지 않아요. 약간의 미안함은 있지만 팔짱끼고 쳐다보죠. 희생은 당연히 여기고. 거대한 그림자라고 할까. 모르는 척하는 게 악이에요.”



 안씨는 “진정한 폭력은 무심함과 무책임함”이라고 강조했다. “그 순간 치명적인 상처를 낳지는 않지만 소소하게 시작된 균열이 중요한 가치를 파괴하니까요.”



 파국을 방관한 건 가족만이 아니다. 인근 자신도 자신을 다잡지 않은 채 내던져버린다. 자신의 의지로 삶을 바꿀 수 있었음에도 방기해버린 것이다.



 “인근은 무기력한 사람이에요. 자신이 망가지는 걸 모르는 척 내버려둬요. ‘내가 이렇게 아파하니 돌아봐달라’는 말을 비틀린 방식으로 하는 거에요. 자신에게 무관심한 것도 나쁘죠.”



 이야기는 형과 동생의 시선이 교차되며 전개된다. “동생은 과거를 회상하며 줄거리를 잡아가요. 분열된 형의 왜곡된 서술을 잡아주는 거죠. 형의 서술은 쪼개지고 부서지는 한 인간의 내면을 치밀하게 따라가는 거고. 같은 사건에 대한 기억이 많이 엇갈리죠.”



 덮어두고픈, 들추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뭘까. “이유를 모르는 채 따뜻한 이야기는 의미가 없어요. 불편하고 불쾌한 게 많은 데 따뜻하게 포장한다고 뭐가 될까요. 저수지 밑에 뭐가 있을까 파보고 확인해야 따뜻한 이야기도 할 수 있겠죠.”



 끌탕이 가라앉은 저수지를 헤집어 놓은 작가 때문에 탁하고 흐린 삶의 이면을, 아무렇지도 않다고 모르는 척, 넘기기는 글렀다.



글=하현옥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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