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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 부는 사나이’의 힘

‘피리 부는 사나이(Pied Piper)’의 힘 때문일까. ‘프런티어(Frontier) 시장’의 주가가 쑥쑥 오르고 있다. 프런티어 시장이란 브릭스(BRICs) 같은 신흥시장보다도 덜 개발된 나라다. 언젠가 신흥시장 대열에 오를, 일종의 ‘2부 리그’인 셈이다. 아시아의 베트남,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 남미 아르헨티나, 동유럽의 루마니아·불가리아, 그리고 아프리카 대부분 나라가 여기에 속한다.

 이들 나라의 주가는 지난해 하반기에 뛰기 시작했다. 마크 모비우스(77·사진) 프랭클린 템플턴 신흥시장 그룹 회장이 지난해 6월 미국 경제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프런티어 시장에 상당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고 밝힌 뒤부터다. 모비우스 회장의 별명은 ‘피리 부는 사나이’. 한 사나이가 마을에서 쥐 떼를 없애줬는데도 약속한 상금을 받지 못하자, 피리로 마을 어린이에게 최면을 걸어서는 데리고 사라졌다는 독일 설화에서 따온 것이다. 쥐 떼와 어린이가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가듯, 전 세계 투자자금이 모비우스 회장을 따라다닌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인터뷰 직후 프런티어 시장 주가가 치솟았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프런티어 시장 지수는 지난해 3분기에 7% 상승했다. 특히 MSCI 아프리카 지수는 3분기 석 달간 24% 뜀박질했다. 모비우스 회장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프런티어 시장 중에 아프리카를 두고 “굉장한 투자 기회가 있는 곳”이라고 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각국에서 풀린 돈이 갈 곳을 찾고 있던 차에 모비우스 회장이 이정표를 제시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프런티어 마켓은 상대적으로 시가총액이 적어 이렇게 흘러들어온 돈은 주가를 거침없이 띄워올렸다.


 모비우스 회장은 포브스와의 인터뷰와 추후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프런티어 마켓 내수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이동통신·운송·소매·금융 관련 인프라와 시설이 막 보급되는 단계여서 관련 기업이 빠른 속도로 자라나고 있다는 것이다.

 프런티어 주식은 올해에도 고성장을 이어 가고 있다. MSCI 프런티어 지수는 올 들어 지난 22일까지 7.6%, 아프리카 지수는 13.7% 상승했다. 관련 펀드 역시 호조다. ‘프랭클린 템플턴 프런티어 마켓’ 펀드는 연초 후 현재까지의 수익률이 9%대이고, KB자산운용의 ‘KB MENA’ 펀드는 8%선이다. 둘 다 프런티어 시장의 금융·정보기술(IT)서비스·음식료 같은 분야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다. KB 펀드 이름에 들어간 MENA는 ‘Middle East North Africa’, 즉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이슬람권 국가를 일컫는 말이다.

 모비우스 회장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십수 년 전 중국 또한 프런티어 시장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라. 장기적으로 볼 때 프런티어 시장은 엄청난 가능성을 지닌 투자 대상”이라고 했다. 시가총액이 작아 자금 흐름에 따라 주가 오르내림이 심하고 정정불안 같은 요소가 있지만 길게 보면 상당한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다.

 한국법인인 프랭클린 템플턴 투신운용의 안종현 이사는 “프런티어 시장은 대표적인 고위험 고수익 투자처”라며 “자금의 일부를 적어도 5년 정도 묻어둔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프런티어는 장기적으로 볼수록 매력이 높아진다”며 “프런티어 펀드를 자녀 증여용으로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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