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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연, 장면과 연약함…‘혼합현실’ 미디어아트



【서울=뉴시스】유상우 기자 = 사진·영상·설치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고 넘나드는 강이연(31)은 ‘긴장감’을 작품으로 풀어낸다. 디지털미디어의 급격한 발전과 변화 속에서 현대인이 마주하는 현실과 가상현실, 진짜와 가짜, 그 경계 사이에 생기는 모호한 긴장이다.

이는 강씨 작업의 바탕을 이루는 기본 개념이다.

작업의 가장 큰 특징은 컴퓨터와 디지털 프로세스의 기술적인 정교함에 회화적인 섬세함을 더하는 것이다. 여기에 차가운 느낌의 미디어아트에서 볼 수 없는 시적이고 따뜻한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불어넣는다. 강씨에게 디지털 매체는 단순한 표현의 수단이 아니다. 기존의 프레임에 대한 재해석과 넘나듦을 위한 도구다. 아울러 기존의 아방가르드 미술과 포스트모더니즘의 문제점으로 여겨지는 ‘참여성’ ‘상호소통’의 문제를 인터랙티브 아트로 풀어낸다.

그간 한국에서 연 미디어아트 전시는 매체의 기술적인 경이로움에 치중해 관객의 눈을 유혹하는 외화내빈의 사례가 많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또 불완전체인 작품을 그대로 전시해 관객의 참여를 통해 작품을 완성하는 형식들은 마치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다 못해 강요한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강씨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 공근혜갤러리에서 ‘혼합현실’이란 제목으로 3월3일까지 작품을 선보인다. 3D 애니메이션, 디지털 프린트, 영상설치의 다각화된 표현방식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는 ‘신(Scene)’ 시리즈, 비디오 영상을 바탕으로 새롭게 시도된 평면작업 ‘프래자일(Fragile)’ 시리즈를 소개한다.

‘신’ 시리즈는 현재까지 총 12개의 3D 애니메이션으로 이뤄진 연작물이다. 전시에서는 신 09와 신 12의 3D 영상물과 영상을 바탕으로 제작된 디지털 프린트 작업 신 05와 신 08, 관객이 공간에 들어가 참여할 수 있는 영상설치 작품을 설치했다.

전시장 중앙에는 2m가 넘는 스크린 위에 두 개의 싱글채널 비디오(신 9·신 12)가 동시에 상영된다. 신 09에서는 가상의 물체가 텅 빈 방안을 천천히 부유한다. 우주의 생명체와도 같은 이 물체는 가까이에서는 스테인리스 같은 견고한 형태로 보이다가 점차 멀어지면서 젤 같은 가변성이 있는 상태로 변해 결국 좁은 블라인드 틈을 통과하며 사라진다.

신 12는 우리가 늘 사용하는 노트북과 물컵 등의 사물이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일상적인 장면이다. 카메라의 시선이 벽 위의 전선에서 시작해 책상 위 노트북으로 천천히 옮겨진다. 잠시 후 노트북 모니터에서 이상한 움직임과 함께 사람의 얼굴형상이 서서히 밖으로 튀어나온다. 하지만 모니터 화면이 하나의 경계가 돼 더는 외부로 탈출하지 못하고 다시 모니터 안으로 모습을 감춘다.

갤러리 측은 “3D 애니메이션 속에 등장하는 사물들은 현실에 존재하거나 존재했던 것의 재현이 아니다. 우리 눈에는 일상의 사물과 똑같이 보이지만 현실에는 실재하지 않는, 오직 디지털 공간 안에서만 그 실체가 존재하는 작가의 상상 속 그 ‘어떤 것’의 시뮬레이션”이라고 설명했다.

강씨는 ‘신’ 시리즈를 통해 디지털미디어가 가진 이중적 특징인 ‘물질성’과 ‘비물질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프래자일’ 시리즈에서는 텅 빈 소파 위에 팔과 다리가 얹어져 있는가 하면, 문 위에 사람의 뒷모습이 새겨져 있기도 하다. 이는 가족이나 연인, 혹은 친구 등 소중하고 가까운 사람이 떠난 후 그 부재의 상황 속, 익숙한 사물들 위에 그들이 남긴 기억의 흔적들을 시각화한 것이다. 디지털프린트 작품 속 이미지들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의 재현이다.

강씨는 2006년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캘리포니아주립대(UCLA)에서 본격적으로 미디어아트를 시작했다. 2009년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지원하는 신진작가전 SEMA에 선정되기도 했다. 공근혜 갤러리에서 여는 두 번째 개인전이다. 02-738-7776

swryu@newsis.com

<저작권자ⓒ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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