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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하게 찾아나서라 나를 짠하게 만들 아이템

저자: 조윤범 출판사: 문학동네 가격: 1만6000원
감동이라는 건 수동적이다. 뜻밖의 선물,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는 영화, 서툴지만 정성이 가득한 요리…. 뭔가가 짠하고 나타나야 우리는 비로소 감동이라는 걸 ‘받는다’. 한데 이 책은 제목부터 다르다. 감동 ‘하는가’, 능동적이다. 처음 표지에서 봤을 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비로소 그냥 붙인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감동이라는 게 왜 의지의 문제인지 말이다.

클래식 에세이 『나는 왜 감동하는가』

궁금증을 풀기 전에 저자의 이력부터 보자. 그는 클래식계에서 ‘괴물’로 불린다. 본업은 바이올리니스트이자 현악4중주단 ‘콰르텟엑스’의 리더. 하지만 편곡을 하고 칼럼을 기고하고 강의도 한다. 거기에 웹디자인, 악보 편집, 라디오 DJ(CBS ‘아름다운 당신에게’)까지 하는 걸 보면 ‘종합 예술인’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는지도 모른다.

그에게 감동이란 저절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특히 예술에서는 ‘이해’와 ‘공감’, 느낌을 ‘표현’해야 비로소 얻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감동받고 싶다고 징징대지 말고 찾아나서야 하고, 심지어 쟁취하라고까지 얘기한다. 언뜻 들어선 아는 만큼 느낌도 생긴다는, 별로 ‘감동적이지 않은’ 조언이다.

삐딱한 시선을 이내 거두게 되는 건 순전히 그의 솔직함 때문이다. 그는 독자들에게 자신이 겪은 예술의 세계를 시시콜콜하게 들려준다. 일단 ‘본업’으로서 그가 들려주는 클래식의 세계란 이렇다. “오케스트라 무대 배치에서 가장 명당은 제1바이올린 세 번째 풀트(보면대) 무대 쪽이다. 객석에서 가장 잘 보이는 데다 연습 중 ‘삑사리’가 나 지휘자가 매섭게 뒤돌아 볼 때 시선을 피하기에 가장 유리한 사각지대이기 때문이다.” “하프는 전문 운반 차량을 불러 옮겨야 하기 때문에 연주자보다 운전기사가 더 돈을 번다는 소문도 있다”…. 체르니 100, 50, 40, 30이라는 피아노 교본이 어디서 유래했는지, 모차르트가 작곡한 ‘반짝반짝 작은 별’ 동요의 원제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건 덤이다. 클래식을 고상하고 어렵게만 느끼는 이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그는 중학교 시절 바이올린 대신 컴퓨터에 빠져 음악을 만들었고, 예고에 입학해서는 스스로 음악회를 열고 음악잡지를 창간했다. 대학에서는 다른 학과의 명강의를 듣느라 전공 수업을 소홀히 하다 결국 자퇴했다. 음악의 길만 걷지 않은 덕분에(!) 다양한 취미를 섭렵했다. 웹툰 ‘마조 앤 새디’를 챙겨 보며 결혼 생활의 노하우와 인생의 정수를 맛보고, 접이식 자전거 스트라이드로 다이어트를 꾀한다. 개를 키우면서 ‘강아지의 행복과 나의 관계’를 알기 위해 10권도 넘는 관련 책을 섭렵하는 것은 기본. 로봇 장난감 건담을 모으다 못해 실제 크기 건담을 보러 도쿄까지 날아간다. 하나같이 남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일들. 하지만 그는 강하게 변론한다. 모든 것이 감동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근근이 살아가기도 힘든 인생에서 ‘왜 꼭 감동이 필요하냐’고 할 수도 있다. 여기에 저자는 다시 버트런드 러셀의 책 『행복의 정복』을 인용한다.

“우리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이 세상에 존재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짧은 일생 동안 이 이상한 행성과 이 행성이 우주 안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습득해야 한다. (중략) 세상은 비극적이거나 희극적인 것, 영웅적이거나 기괴하고 놀라운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세상이 보여주는 이러한 구경거리에 흥미를 갖지 못하는 사람은 삶이 베푸는 여러 특권 중의 하나를 포기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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