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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득의 인생은 즐거워] 거울아, 거울아

책상 서랍을 정리하다 입사 초에 받았던 MBTI 검사 결과표를 보았다. “열성적이고 창의적이다. 상상력과 영감을 가지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잘 시작한다. 충동적 에너지가 넘치며 즉흥적으로 일을 해결하는 순발력과 상상력이 있다. 관심이 있는 일이면 무엇이든 해내는 열성파다. 통찰력으로 그 사람 안에 있는 성장 발전 가능성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열성으로 다른 사람들도 프로젝트에 흥미를 가지게 하고 그들을 잘 도와준다.”

결과표에 나와 있는 글을 읽으니 정말 그런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싶은 충동적 에너지가 넘친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검사 결과가 말해주는 사람이 나일까? 혹은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이 진실에 가까운 것일까? 아니면 가족이나 친구·동료의 눈에 비친 모습이 진짜 나일까? 진짜 나는 누구일까?

우연한 자리에서 나를 만난 독자는 다들 한숨을 쉰다. 글과 캐리커처로 상상하던 모습과 너무 다르다고. 덩치가 크고 아는 것도 많고 유쾌한 사람일 거라 생각했다고. 그들이 육신으로 만난 재미없는 숙맥이 진짜 나일까?

사무실 뒷문 쪽 복도는 일종의 ‘힐링 캠프’다. 가령 짜증나는 일이 있거나 우울할 때 혹은 화가 나 울고 싶을 때 복도로 나간다. 심호흡을 하고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거나 누군가와 통화한다. 그러면 금세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가끔 기지개를 켠다든지 수다를 떠는 것은 역시 기분전환에 도움이 된다.

사실은 뒷문 쪽 복도에 있는 두 기의 엘리베이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 문은 표면이 매끄러워 거울처럼 앞에 선 사람을 비춘다. 그것도 실제의 비율보다 살짝 갸름하게 왜곡해서 비춘다. 평소 거울이나 사진을 통해 보던 자신보다 더 보기 좋게. 그것은 이렇게 격려하는 것 같다. “그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실수야. 당신은 더 성장하고 발전할 거야. 당신은 자신이 생각하는 사람보다 훨씬 멋지고 괜찮은 사람이야. 당신은 정말 유니크해. 그러니까 힘을 내요.”

사람은 누구나 거울이다. 우리는 남을 통해 자신을 본다. 사람을 사귀고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는 것 역시 각각의 거울을 갖는 것은 아닐까? 나를 제대로 잘 비춰주는 거울을. 나도 엘리베이터 문 같은 거울이 되고 싶다. 나를 만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아이디어가 솟구치고 더 근사한 사람이 되는 그런 거울이고 싶다. 어쩌면 이미 그런 거울인지도 모른다. MBTI 검사 결과도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은가.

복도에서 배 주임을 만났다. 나는 배 주임에게 내 적성을 발휘해 본다. “배 주임은 따로 피부 관리를 하는가 봐요?” 칭찬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든다. 배 주임의 볼이 빨갛게 상기된다. “어제부터 피부 뒤집어져 오늘 피부과 예약했는데요.” 한 번 실수는 병가에게 늘 있는 일. “이번에 파워포인트로 작성한 기획안 좋던데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죠?” 배 주임은 감동을 받았는지 눈물을 다 글썽인다. “그 기획, 부장님이 현실성 없다고 리젝트한 건이잖아요. 그리고 워드로 작성한 겁니다.”

검사 결과표 마지막 문장이 생각났다. “통찰력은 뛰어나지만 판단상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이러한 실수는 자신들의 편견과 일치하는 자료에 초점을 맞추는 이들의 경향 때문에 생긴다. 그들의 인식이 옳을 수 있으나, 결론은 틀릴 때가 많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기획부장이다. 눈물과 웃음이 꼬물꼬물 묻어나는 글을 쓰고 싶어한다.『 아내를 탐하다』『 슈슈』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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