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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범롯데家 ‘세 살 부호’ 탄생의 메커니즘

박근혜 당선인의 낙점을 받은 총리·장관 후보자들이 전관예우 등으로 한 해 수억원씩 벌었다는 뉴스에 온 국민의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런 판에 범롯데가(家)에 속하는 세 살짜리 아이가 편법으로 떼돈을 물려받았다는 소식까지 들려 허허로울 뿐이다.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의 동생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당시 롯데우유 회장)은 2004년 부산의 소주업체인 대선주조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듬해 유상증자를 통해 아들·딸·며느리는 물론 세 살짜리 손자에게까지 지분(31%)을 나눠주었다. 신 회장 일가는 2007년 이 주식을 사모펀드에 팔아 엄청난 시세차익을 남겼다. 결과적으로 내부자 거래에 가까운 교묘한 방법을 동원해 아들·딸·며느리손자가 120억원을 2년 만에 10배 가까운 1100억원으로 뻥튀기했다. 2011년 말 현재 전국적으로 주식을 보유한 미성년자는 약 9만 명이다. 시가총액으론 4조원에 육박한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돈을 빌려줘 주식을 인수했고, 주식 매각 시 법대로 세금까지 냈는데 억울하다고 신 회장 측은 주장할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놓고 돈 먹는데 뭔 소리냐, 당신들도 주식투자를 하지 않느냐’라고 반발한다면 더욱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경주 최부잣집 얘기를 또다시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최부잣집의 가훈 중에는 ‘흉년에 땅을 사지 말라’는 항목이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당장 입에 풀칠하기 위해 헐값에 땅을 내놓을 곤경에 몰렸을 때 그 땅을 사서 시세차익을 남기지 말라는 훈계다. 즉 가진 자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함께 사회적 지위에 걸맞은 도덕적 책임이 뭔지를 일깨워주고 있다.

신 회장 일가만 탓할 일도 아니다. 정부가 세법을 제대로 정비하고 국세청이 제 역할만 다했어도 이런 전설 같은 증여 스토리를 막았을 것이다. 신 회장 측은 110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얻었으나 증여세 120억원을 냈기 때문에 ‘법대로 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감사원은 지난해 국세청 감사를 하던 중 신 회장 일가의 증여세 규모가 너무 적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법대로 과세를 했다’는 국세청에 대해 감사원은 적극적으로 증여세 부과 기준을 마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세법상 어떤 식으로든 투자 원금 지원 뒤 주식매매차익이 발생했다면 그것까지 증여해 준 것으로 보고 세금을 매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반인에게는 추상처럼 세법을 들이대는 걸 감안하면 신 회장 일가에 대한 조세행정이 너무 느슨하다는 지적이다. 저금리 시대를 맞이해 재테크 못지않게 세(稅)테크가 더 각광받는 시대다. 일부 부유층이 신 회장 일가처럼 편법으로 부의 대물림을 한다면 조세 당국은 세법을 고쳐서라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공정한 조세행정이야말로 경제민주화의 첫 단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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