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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스타벅스커피 코리아의 재능기부 현장을 가다
현금·현물 기부 넘어 재능기부로 진화
설립 취지는 좋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손님이 줄어든다는 게 고민이었다. 문을 열 때부터 이곳에서 일한 노정열(67) 바리스타는 “처음엔 제법 장사가 됐지만 점점 시설이 낡아지면서 손님이 줄었다”고 말했다. 커피 맛이 인근 카페에 뒤진 것도 한 원인이다. 매출이 줄면서 좋은 원두를 구매하지 못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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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시작된 리모델링 공사는 한 달여간 진행됐다. 리모델링 비용은 전액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측이 부담했다. 인테리어 설비업체 같은 협력사 다섯 곳도 동참했다. 지원은 공사에 그치지 않았다. 공사 기간 동안 이 회사 직원들이 수시로 현장을 찾아 커피 제조기기 사용방법을 가르치고 매장 레이아웃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댔다. 실제로 9평에 불과한 카페 내부가 쾌적해 보인 것도 스타벅스가 전국 480여 개 매장을 운영하며 쌓은 노하우를 쏟아부은 덕이다.
카페 이스턴이 리모델링을 마친 것은 지난해 말. 공사가 끝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성과는 벌써 나온다. 리모델링 전인 지난해 1월 210만원 선이던 월 매출은 올 1월 286만6000원으로 36%가량 뛰어올랐다. 아직 집계 전이지만 2월은 전달보다 매출 신장 폭이 더 클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에는 양질의 원두까지 공급하면서 ‘맛도 더 좋아졌다’는 소문까지 퍼졌다. 노 바리스타는 “우리 가게에선 아메리카노 한 잔에 2000원이면 즐길 수 있는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라며 “매출이 쑥쑥 늘어나는 만큼 실버 바리스타를 더 양성해 일자리 창출까지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이런 형태의 ‘재능기부 카페’ 수를 수십 개까지 순차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올해 안으로 장애우와 미혼모 등이 운영하는 카페의 리모델링을 지원한다.
다음은 이석구 대표와의 일문일답.
-‘재능기부’란 말이 유행이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가 생각하는 재능기부란.
“그동안 지속적인 사회공헌활동을 해 오면서 쌓은 경험이 재능기부로 이어졌다. 회사 이름으로 내놓는 현금·현물 지원도 사회공헌의 중요한 축이지만, 우린 무엇보다 임직원 개개인의 개성에 맞춰 자발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자원봉사에 더 신경을 썼다. 이번 카페 재단장 때에도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바리스타 교육, 철거 및 청소 등으로 나뉘어 봉사활동을 했다. 직원들을 일괄 동원해 일정 시간을 벌충하는 식의 형식적인 봉사와 차별화한 게 보람이다.”
-미국 스타벅스 본사에서도 이런 식의 재능기부를 하는가.
“미국은 매장 운영을 통해 번 돈을 지역사회에 기부하는 일이 가장 일반적이다. 노인 같은 소외계층이 운영하는 카페에 직접 운영 노하우를 전달하는 방식은 한국이 처음이다. 원래 취지대로 사업이 잘 진행된다면 전 세계 각지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에서도 우리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할 수 있을 것이다.”
-카페의 어떤 부분이 바뀌었나.
“한 달여에 걸친 공사를 통해 간판, 의자, 테이블, 장식장, 각종 집기, 냉장고까지 교체했다. 영업 현장의 노하우를 반영해 자투리 공간에 좌석수를 늘렸다. 매장 분위기를 고급화해 주민들이 좀 더 쾌적하게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최신 커피 기계와 원두를 제공해 제품 경쟁력도 높였다.”
-‘재능기부 카페’의 수익금은 어떻게 쓰이나.
“카페 운영비와 노인 바리스타 급여로 사용된다. 매출이 늘어나면 추가로 노인 바리스타를 양성한 뒤 채용한다. 이런 식으로 올해 노인 일자리가 많게는 100개까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협력업체도 동참했다는데.
“이번에 동참한 업체는 인테리어(디자인에너지), 가구(지쓰리), 냉난방(서울총판), 설비(조은주비트산업), 간판(가나기획) 등 5개 업체다. 공사에 필요한 물품은 우리가 구입했고 협력업체는 시공 인력을 지원했다. 평소 ‘사회공헌을 함께 하고 싶다’고 말해왔던 업체다.
-앞으로의 계획은.
“미혼모나 장애우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교육을 통해 바리스타를 양성할 계획이다. 이들이 취업까지 이어지도록 재능기부 카페를 꾸준히 지원해 나가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