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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죽는 날에 안으로는 비단 한 조각…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분수대] 죽는 날에 안으로는 비단 한 조각 밖으로는 몇 푼의 재물도 없다



‘선인(先人)에게서 얻는 교훈이란 참으로 무상한 것이다.’



 살다 보면 기존의 믿음이 깨지고 새로운 깨침을 얻는 일이야 무시로 일어나지만, 작금의 깨달음은 영 개운치 않다. 그건 새 정부의 내각 인선발표 후 불거진 ‘전관예우’ 논란을 보면서 불현듯 왔다. 논란의 와중에 문득 ‘안티(anti) 제갈량’이라는 말이 머릿속을 가로지르더니 이내 생각이 꼬리를 물고 달려갔다.



 제갈량(諸葛亮). 중국 삼국시대 유비(劉備)를 도와 촉한을 열고 승상이 된 정치가. 그는 나관중 소설 『삼국지』를 통해 친숙한 책략가로 중국에서도 최고의 재상으로 꼽힌다. 박근혜 당선인도 삼국지를 몇 차례나 읽었다 했고, 논란 당사자들도 분명 읽었을 거다. 그런데 나의 교훈과 그들의 교훈은 사뭇 달랐나 보다.



 『삼국지』에서 감명 깊은 장면이라면, 적벽대전을 앞두고 제갈량이 남동풍을 빌어오겠다며 칠성단을 쌓고 도사 흉내를 내는 걸 꼽을 수 있겠다. 그는 단지 천문에 밝았을 뿐이었지만, 이후 적들은 그가 천지조화를 마음대로 부린다고 생각했다. 이에 그는 정직하지 못하게 오히려 이를 이용해 속임수와 술책을 쓴다. 그리하여 바늘 하나 꽂을 땅도 없었던 유비에게 형주와 서천을 안긴다. 그는 이렇게 자기 집단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술적 속임수’에 능란했다. 그리고 촉한 백성들이 길에 떨어진 남의 물건은 줍지도 않을 만큼 풍요롭고 질서 있는 정치를 편다.



 그는 유비 사후(死後) 6차례나 북벌에 나서며, 자오곡을 거쳐 장안으로 곧바로 쇄도하자는 위연의 책략을 무시하고 번번히 기산으로 진출한다. 이 ‘정직한 전략’ 때문에 그는 훗날 ‘행정에는 능했으나 전쟁 능력은 떨어졌다’는 평을 받는다. 속임수를 꺼리지 않는 전쟁에서 정직한 전략은 성공의 길이 아니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그 막강했던 승상 제갈량이 죽기 직전 황제에게 올린 표에서 “집엔 뽕나무 800그루와 밭 15경이 있으며 죽는 날에 안으로는 비단 한 조각, 밖으로 몇 푼의 재물도 없다”고 한 대목이다. 공익을 위해선 속임수와 술책에 능란했던 그가 이렇게 사익에선 정직했다. 그의 사후에 계속됐던 백성들의 ‘제갈량 사랑’은 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전관예우. 높은 분들이 관직을 그만두자마자 수억에서 수십억원을 벌었단다. 전직을 활용하고 공익을 해친 게 아니라 그들의 인품으로 번 것인데 우리가 속 좁게 오해하는 것일까? 게다가 모두 법과 원칙·정직을 내세우는 분들인데…. 하나 공사(公事)에선 정직하고, 사리(私利)를 챙긴 대목에선 술책이 믿기지 않는 고위층들. 조만간 ‘안티 제갈량’들이 만들어가는 새 세상을 보게 되려나 보다.



글=양선희 논설위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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