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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집 앞서 우연히 들은 게 특종, 다시 찾아갔더니…"

지난달 6일 삼청동 인수위원회에서 박근혜 당선인과 인수위원들이 현판식을 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중앙포토]


“인수위원 여러분께서 역대 어느 인수위보다 조용하게, 그리고 헌신적으로 일해주신 덕분에 앞으로 새 정부가 정책을 만들어가는 기반을 잘 다져놨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후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열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해단식에서 한 말이다. 그는 “앞으로 5년 뒤, 국민들의 삶이 실질적으로 나아지고 행복해져서 성공한 정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부탁드린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 당선인이 언급한 ‘조용한’이란 말과 ‘기반’이란 단어는 ‘박근혜 인수위’를 갈무리한다. 이번 인수위는 출범 때부터 종전과 다른 인수위를 표방했다. “새 정책을 만드는 건 없다. 주요 현안을 인수받고 공약을 세부적으로 다듬을 것”(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이란 입장이었다. 조용하게 정책의 기반을 닦는 데 주력했다는 거였다. 그래서 “역대 인수위 중 처음으로 대선 공약에 대한 이행계획을 수립했다”(유민봉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내정자)는 자체 평가가 나온다.



 실제 이번 인수위에는 ‘아륀지’(이명박 정부 인수위 이경숙 위원장이 원어민 발음으로 영어를 배워야 한다며 한 말)가 없었다. 의욕이 앞선 탓에 섣부른 정책을 발표하며 적잖은 혼선을 빚었던 예전의 인수위와 달랐다. 그런데 박 당선인이 보안을 워낙 강조한 탓에 밀봉(密封) 인수위 논란도 거셌다. 소통 부족은 매일 같이 지적됐다. 그러나 인수위원들은 출입기자들과 30분 정도 형식적인 간담회를 한 차례 가진 것을 제외하곤 접촉을 일절 삼갔다. 그런 까닭에 취재기자들 입장에선 짧다면 짧은 48일이란 인수위 활동 기간이 길고 길게 느껴졌다.



 인수위가 활동을 마치면서 매일 밤, 자정을 훌쩍 넘기면서까지 인수위를 취재했던 12명의 기자가 모여 그간의 인수위 활동을 정리해 봤다.



48일간의 대통령직인수위 취재를 담당했던 본지 기자들이 22일 오전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류정화·손해용·허진·이소아·이가영·김정하·김경진·신용호·권호·하선영·정원엽·손국희 기자. [김성룡 기자]


 - 인수위 활동이 끝났다. 총평을 먼저 해 보면.



 “‘조용한 인수위’라는 새 패러다임을 내세우며 몸을 낮췄다. 관료들을 불러 윽박지르는 일도, 요란한 정책 발표도 없었다. 박 당선인이 대선 기간 약속했던 공약들을 다듬고 세분화하는 걸 주요 과제로 추진했다. 그 결과 5대 국정목표와 21개 국정전략, 140개 세부과제를 내놨다. 그러나 이런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중간 과정에서 소통이나 검증은 생략됐다.”



 “불통 얘기를 많이 한다. 그런데 처음부터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부분이다. 국회에서 활동하거나 선거 국면에서 이를 보완해 줬던 측근 정치인들은 인수위 과정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참모형 측근들도 배제됐다. 대신 정무적 감각이 무딘 정책 참모들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그들은 교수와 전문가로서 활동만 했다. 정무 기능이란 볼 수 없는 인수위였다.”



 “과거 인수위가 마무리될 때면 정권마다 특산물로 파티를 하곤 했다. 노무현 인수위 때는 홍어가, 이명박 인수위에선 과메기가 메뉴로 등장했다. 하지만 오늘 열린 해단식에서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 실제 이번 인수위에선 유독 보안이 강조됐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는 실세가 누군지 자명했고, 민원성 인사 청탁이 쇄도했다. 박 당선인은 이런 폐단을 특히 경계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인선은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됐다. 어느 정도 인정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그만큼 검증이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정책 보안은 다른 의미가 있다. 설익은 정책을 발표하지 않아 국민 혼선을 줄였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분명히 있다. 5년 전 인수위 때는 적잖은 기사가 오보였다. 그렇지만 박 당선인의 정책 관련 발언들은 유독 세세하게 공개됐다. 손톱 밑 가시 등 피부에 와닿는 발언도 있었지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박 당선인밖에 없다’는 인식을 심어준 측면이 있다.”



 - 박 당선인 하면 ‘신뢰와 원칙’이 트레이드마크다. 인수위 기간 박 당선인에 대한 평가가 변했나.



 “박 당선인은 국회에 있을 때 견제와 균형을 많이 강조했다. 그러나 대선 후 견제와 균형이란 말은 사라졌다. 주변에서 직언을 해줄 만한 이를 찾기 힘들다. 당선인이 원하지 않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든다. 역설적으로 국회와 야당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졌다. 또 많이 거론된 게 임금이 직접 현안을 두루 챙긴다는 의미로 쓰인 ‘만기친람(萬機親覽)’이란 말이다. 기자들이 보는 가운데 윤 대변인이 박 당선인의 전화를 직접 받고선 20분 후 인선 일정을 발표하는 등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인수위원들에게 명함을 만들지 말라는 지시도 직접 했다고 한다. 디테일에 강한 세밀한 리더십으로 평가될 수 있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다 챙길 수는 없지 않나. 때론 위임의 리더십과 시스템에 의한 정치도 필요하다.”



 - 조각 등 인선 과정은 어땠나.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자질 논란이 거센데.



 “인선을 하면서 주변에 묻는 과정이 생략되면서 검증이 제대로 안 됐다. 특히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가 역대 최단 기간인 후보 지명 5일 만에 낙마한 것은 치명적이다. 박 당선인도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고 하더라. 검증 부족이란 문제가 그대로 노출된 셈이다.”



 “장관 후보자나 청와대 수석 임명 과정에서 인사를 통해 국민에게 줄 수 있는 감동이 적었다. 인사의 정치적 의미가 간과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두관 전 남해군수를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발탁했던 것처럼 상징성이 없었다. 지역이나 출신학교 등 기존의 주요 요소들은 고려되지 않은 것 같다. 한편으론 옳은 방식이다. 그렇지만 대탕평도 없었다. 특히 성균관대 출신 수석 4명을 한 날 발표한 것은 정무적 판단이 배제됐음을 그대로 나타냈다.”



 “장관 후보자나 청와대 비서진을 발표할 때도 무성의했다. 심지어 제대로 된 프로필 하나 제공되지 않았다. 후보자의 면면을 직접 소개하고 발탁 배경을 설명하는 정도까지는 아닐지라도 최소한의 설명은 필요했다.”



 - 측근 일색으로 장관이나 수석을 채우지 않은 것은 진일보한 것 아닌가.



 “논공행상을 안 하겠다는 박 당선인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요직을 전리품처럼 나눠먹는 것은 잘못된 옛것들로 분명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박 당선인은 이를 너무 철저하게 적용하려 한 것 아닌가 싶다. 강박적이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컨셉트는 좋지만 인선된 주요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결과가 과연 좋기만 한지 의문이다. 특히 대선 기간 헌신적으로 뛰었지만 그 후 아무런 역할을 맡지 못한 이들의 불만이 적잖다. 자리를 주지 못한다면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을 직접 해줄 필요는 있지 않을까.”



  - 인수위엔 그간 거론되지 않았던 ‘새 얼굴’이 많았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람은.



 “유민봉 국정기획분과 간사는 겉모습부터 눈에 들어왔다. 처음 등장할 땐 콧수염이 화제였다.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하면서 40분간 한 번의 막힘 없이 명쾌하게 설명하는 모습은 그의 내공을 돋보이게 했다.”



 “외교통일국방분과의 최대석 간사의 경우 전격적으로 사퇴를 발표하기 전날 봤던 쓸쓸한 뒷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기자만 보면 ‘말 못한다’며 손사래를 치던 다른 인수위원과 달리 그날 그의 모습은 유독 어두웠다. 그에게 질문을 했더니 답을 하려다 어두운 목소리로 ‘통근버스 타고 가야 해서…’라며 발걸음을 돌렸다. 이튿날 사퇴를 발표해 놀랐다. 왜 그는 사퇴해야 했을까. 여전히 그날의 표정과 현재의 그가 미스터리다.”



 “자신감이 충만했던 윤 대변인도 기억에 남는다. 언론인 출신임에도 언론에 대해선 불친절했다. ‘얘기 안 된다’며 기사 판단을 다 해버리고, ‘인수위 단독 출입기자’라고 자신을 규정하는 등 여러 순간 자신의 해석을 개입했다. 특히 스스로 판단해 인선 내용이 담긴 봉투를 테이프로 붙였다 발표 시 이를 열어보는 장면이 전국에 생중계되면서 ‘밀봉 논란’을 자초했다. 박 당선인에게 부담이 됐던 요인이다.”



 - 취재 중 어려웠던 순간도 있었을 텐데.



 “중앙일보는 중앙정치에서 철저한 무명이던 이혜진 법질서사회분과 간사의 발탁을 정확히 맞혔다. 인수위 48일 동안의 유일한 인사 특종이었다. 취재를 위해 무악동에 있는 김용준 인수위원장의 집 앞에서 기다리다 귀가하는 김 위원장과 만날 수 있었다. 영하 16도 추위에 떨던 모습이 안됐다고 생각했는지 김 위원장과 집에 같이 들어갈 수 있었다. 부인이 ‘대통령님에게 전화가 왔었다’고 했고 김 위원장이 ‘오늘은 이만 돌아가달라’고 해서 집 밖으로 나왔다. 잠시 후 당선인과의 통화 목소리가 밖으로 흘러나왔다. 거기서 이혜진이란 이름이 나왔다. 며칠 후 다시 그 아파트를 찾았다. 이혜진 발탁 기사의 파장이 커서인지 가족들이 예민해져 있었다. 초인종을 눌렀다 집안에 있는 한 사람으로부터 ‘잡귀 같은 X. 썩 꺼지라’는 ‘욕’을 먹기도 했다.”



 “인사 취재를 위해 밤에 인수위원들의 대문을 두드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특히 가족들에게 미안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집에 찾아갔을 때 반응도 가지각색이다. ‘말 못해서 너무 미안하다’며 손을 꼭 잡아주는 인수위원이 있었는가 하면 아예 아파트 입구 로비 출입을 막아 영하 10도 추위 속에 바깥에 서서 벌벌 떨게 만들었던 ‘비정한’ 이들도 있었다.”



 - 박근혜 당선인에게 당부할 말은.



 “성공한 대통령이 돼야 한다. 그게 나라를 위한 일이다. 여성 대통령으로서 디테일하고 꼼꼼한 것은 분명 강점이다. 그러나 세세한 것까지 혼자 다 챙기려 하다간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스킨십도 늘렸으면 한다. 여의도와도, 언론과도 그렇다. 분명 잘한 일들도 있을 텐데 인수위 평가가 인색한 것도 스킨십, 소통이 없으니 평가할 게 없어서 그렇다는 말이 있다.”



인수위 취재팀= 류정화·손해용·허진·이소아·이가영·김정하·김경진·신용호·권호·하선영·정원엽·손국희 기자



◆숫자로 보는 인수위 48일



0 = 각계 인사 접촉하는 인수위원들의 권력 행사 막으려 명함 일절 금지

1 = 대언론 창구를 윤창중 대변인 일원화, 윤 대변인은 ‘단독 기자’ 자처

13 = 장관 후보자 17명 중 7명, 청와대 참모진 12명 중 6명 인수위서 발탁

75 =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1938년생, 75세로 역대 인수위원 중 최고령

10만 = 박근혜 당선인 정책 관련 발언만 10만자. 인수위 140개 국정과제로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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