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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총론 사회

김영훈
경제부문 차장
‘경기도청 대학협력팀장 구춘민’.



 그가 내민 명함은 생뚱맞았다. ‘기업 애로 토론회에 웬 대학’이라 여기며 건성으로 받았다. 기업인이 체감한 애로를 듣는 게 급했다. 그가 옆에서 자꾸 한두 마디씩 거들었다. 그런데 너무 잘 알았다. 자기 공장인 것처럼 말이다. 슬슬 궁금해졌다.



 그의 전 직책은 경기도청 기업SOS 2팀장이다. 지난달 말까지 3년4개월간 이 일을 했다. 경기 북부 지역의 공장을 샅샅이 훑고 다녔다. 거의 매일 현장에 있었다. 그래서 언제든 달려갈 수 있는, 말 그대로 ‘SOS팀’이었다. 그와 함께 토론회에 온 이홍근 세대산전 사장은 건폐율·용적률 규제의 개선을 주장했다. 화장실 지을 공간을 마련하기도 어렵다는 호소였다.



 구 팀장이 내민 개선안 보고서는 두툼했다. 경기도만이 아니라 전국의 일자리와 중소기업 경영에 미칠 영향까지 분석했다. 국토해양부도 문턱이 닳도록 다녔다. 난개발·과밀화 걱정에 ‘수용 불가’ 결정을 받았다. ‘연천은 인구가 5만 명도 안 되는데 무슨 과밀화냐’고 반박했다. 소용없었다. 그렇다고 멈출 순 없었다. 경기도의원 출신인 박기춘 국회의원을 찾아갔다. 도의회 근무를 할 때 안면이 있었다. 관련 법안은 현재 박 의원의 발의로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구 팀장은 규제가 개선되는 걸 못 보고 자리를 옮겨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고등학교를 나와 9급으로 공직을 시작했다. 올해로 31년째다. ‘행정을 하려면 법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법전을 팠고, 경기공무원교육원에서 행정법 교관도 했다. 성실한 공무원, 그것만으론 모든 게 이해되진 않았다.



 -업무도 바뀌었는데 왜 신경을 씁니까.



 “내 일이었으니까요.”



 -혹시 그 지역에 땅 가진 거 있습니까.



 “허허, 그런 거 없습니다. 책임감이지요.”



 -굳이 그렇게 열심히 할 거 뭐 있습니까.



 “내가 하던 일이니까요. 어딜 가도 할 일이 있더라고요. 대학협력팀에 오니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문제가 많더라고요. 기자님, 교부금이 말입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21일 새 정부 5대 국정목표를 발표했다. 경제민주화가 빠졌다. 당장 시비가 붙었다. 한쪽에선 ‘쇼였느냐’고 따지고, 한쪽에선 ‘잘했다’고 박수를 친다. 다시 쳇바퀴다. 답이 있을 리 없다. 총론을 놓고 벌이는 싸움은 늘 그렇다. 이미 기본 입장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입장이든 정작 변화를 만드는 건 각론이다. 그래서 경기도청의 작은 팀 하나가 만들어가는 변화가 재점화된 경제민주화 논쟁보다 반갑다. 우리는 매번, 쉴 틈도 없이 너무 큰 얘기에만 매달려 있지 않은가.



 구 팀장의 말이 굵은 고딕체의 ‘5대 국정목표’ 위에 어른거린다. “특별한 거 없어요. 현장을 다니다 보니 이건 꼭 바꿔야겠다고 느꼈습니다. 그게 내 일 아닙니까.”



김영훈 경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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