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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 그 맛집 다 어디로 갔지?

맛집 대신 대형 옷가게가 점령한 신사동 가로수길. [김도훈 기자]

“가로수길이요? 밥 먹으러는 잘 안 와요. 여기서 ‘식사 약속 잡자’는 친구도 별로 없어요. 샐러드 한 접시에 1만원이 넘고 파스타는 1만7000~1만8000원 선인데 이 돈 주고 먹을 만큼 맛이 없어요. 메뉴도 다양하지 않고 어느 집이나 피자·파스타가 대부분이에요. 특색 있는 맛집으로 명성을 떨치던 가로수길만의 개성은 이제 찾기 어려워졌어요.”

SPA브랜드·프랜차이즈 식당 등 점령
임대료 두 배 급등 … 이윤 안 남아
젊은 셰프들, 속속 이태원으로


 3일 오후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만난 김희재(33·강남구 신사동)씨는 가로수길 맛집을 묻자 “찾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가로수실은 주로 쇼핑하러 온다”고 덧붙였다. 자라·포에버21·에잇세컨즈 등 SPA 브랜드(일명 패스트 패션, 제조·유통을 한 회사가 다 하는 의류 브랜드를 말한다) 매장을 다니며 쇼핑을 한다. 중간에 잠시 스타벅스나 커피빈 등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마시며 친구들과 대화를 나눈다. 쇼핑을 마친 후 식사를 해야 하면 청담동이나 이태원으로 향한다. “청담동은 가격이 비싸도 그만큼 특색이 있다”며 “말 그대로 맛있는 집이 많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 “이태원은 여러 나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데다 분위기 좋은 바(bar)가 많다”는 게 요즘 이태원이 뜨는 이유다. 가로수길을 찾는 사람 중 대부분이 김씨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가로수길은 지하철 3호선 신사역 8번 출구부터 압구정동 현대고등학교 큰길 맞은편까지 약 700m 길이의 대로를 말한다. 서울에서 가장 손꼽히는 대표 상권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 팀장은 “2005~2006년께 압구정 로데오거리가 주춤하면서 이곳에 있던 많은 레스토랑이 가로수길로 옮겨 왔고, 여기에 문화가 접목되면서 전성기를 누렸다”고 설명했다.

 이때만 해도 가로수길은 작고 특색 있는 소규모 레스토랑과 카페가 많았다. 셰프의 개성 넘치는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은 가로수길을 가로수길답게 만드는 대표 즐길거리였다. 그러나 2~3년 전부터 가로수길은 눈에 띄게 변했다. 자본력을 내세운 대기업이 가로수길을 장악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형 의류 브랜드와 유명 음식점 체인, 어딜 가나 있는 각종 브랜드의 커피전문점이 점령했다. 특히 지하철역 신사역 초입에는 대기업 계열 음식 매장이 건물 통째에 다 들어서, 마치 특정 기업 타운 같은 느낌마저 준다. 이수진(33·서초구 잠원동)씨는 “다른 곳에서도 살 수 있는 SPA 브랜드와 프랜차이즈 식당이 많아져 예전 같은 가로수길 특유의 느낌을 찾을 수 없다”며 아쉬워했다. 문인영(31·강남구 삼성동)씨는 “꼭 가로수길에 와야만 맛볼 수 있는 요리가 없다”고 말했다.

 가로수길이 다른 상권과 똑같은 모습으로 바뀐 것은 임대료와 권리금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셰프들은 더 이상 가로수길에 레스토랑을 열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문을 열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박 팀장은 “인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2006년 기준으로 가로수길 대로변 시세는 3.3㎡(1평)당 5000만원 수준이었다”며 “그러나 2012년에는 두 배를 훌쩍 뛰어넘은 1억2000만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권리금도 2억~3억원 정도다. 개인 자본만으로는 가로수길에 매장을 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높은 임대료 때문에 가게를 운영해 이익을 남기기 쉽지 않다.

 압구정동에 있는 프렌치 가스트로펍 ‘루이쌍끄’ 오너 셰프인 이유석씨는 3년 전 레스토랑을 열 때 가로수길 상권을 알아봤다. 이씨는 “이미 그때도 가로수길의 권리금과 임대료가 크게 올라 매장을 얻는 게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힘겹게 버티던 동료 셰프들은 결국 지난해 폭등하는 임대료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가로수길을 떠났다”며 “특히 2~3년 전 가로수길에 진입한 사람들은 대부분 손해를 보고 떠났다”고 말했다.

 결국 가로수길은 자본이 풍부한 대기업 몫이 됐다. 그러나 이들도 웃을 수만은 없다. 임대료가 높아 수입을 남기기보다는 대표적인 상권에 입점해 브랜드를 홍보하는 데 더 큰 의미를 두는 경우가 많아서다.

 가로수길을 떠난 맛집은 가로수길의 옆 골목과 뒷길인 세로수길을 시작으로 이태원·압구정·청담 쪽으로 옮겼다. 이태원 해밀턴호텔 뒷길은 맛집이 즐비하다. 태국음식점을 비롯해 그리스·인도·파라과이·불가리아·남미·멕시코 등 세계 각국의 요리를 만날 수 있다. 밤에는 샌드위치·케밥 등 길거리 메뉴를 판매하는 트럭들도 찾아와 특별한 야식 문화를 만들었다.
 
압구정 로데오거리 ‘루이쌍끄’의 메추리 요리.
 이태원에는 제2의 가로수길도 있다.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에서 제일기획까지 약 500m에 이르는 거리인 ‘꼼데가르송길’이다. 고급 패션 브랜드인 꼼데가르송 매장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이태원 맛집은 메뉴와 가격대가 다양하다. 고급 레스토랑부터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맛집까지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다. 스타 셰프도 만날 수 있다.

 2010년 에드워드 권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더 스파이스’를 연 이후, 그 자리에 지난해 10월에는 가로수길의 대표적인 레스토랑이자 크레이지 셰프 최현석씨를 내세운 엘본 더 테이블(이하 엘본)이 진출했다. 엘본 이태원은 믹솔로지스트(칵테일 예술가)를 영입해 요리와 칵테일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등, 가로수길과 차별화를 꾀했다.

 최근에는 압구정동 디자이너스 클럽 인근과 청담동을 중심으로 맛집들이 다시 생겨나고 있다. 신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 개통과 더불어 갤러리아백화점이 식품매장을 리모델링한 후 고메이494를 선보이면서 인근 지역의 부흥을 이끌고 있다. 이씨는 “식당을 열기 위해 압구정동과 청담동 쪽 부동산을 알아보는 셰프가 많다”고 귀띔했다. 또한 고급 레스토랑의 코스 요리를 벗어나 가격을 낮춘 단품 요리를 선보이는 셰프도 늘면서 선택의 폭도 넓어지고 있다.

송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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