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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적 영상미학의 박철수 감독, 못 다 이루고 …

‘어미’ ‘접시꽃 당신’ ‘301 302’ 등의 영화로 이름난 박철수(사진) 감독이 19일 교통사고로 별세했다. 65세.

 경기 용인서부경찰서에 따르면 고인은 이날 0시30분쯤 용인시 죽전동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 윤모(36)씨가 몰던 승합차량에 치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경찰조사 결과 운전자 윤씨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0.092%였다. 경찰은 술에 취한 윤씨가 신호를 위반하고 달리다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목격자 등을 상대로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고인은 도전적인 주제의식을 담은 약 30편의 영화로 한국영화계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교사·회사원을 거쳐 1975년 신상옥 감독의 영화사 신필름에 합류한 그는 ‘밤이면 내리는 비’(79) 등을 감독한 뒤 80년대 초 MBC 드라마PD로 자리를 옮겼다. ‘베스트셀러극장’의 여러 단막극과 ‘암행어사’ 시리즈, 8·15 특집극 ‘생인손’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영화로 복귀, 딸의 인신매매범들을 향한 어머니의 복수극 ‘어미’(85), 현대여성의 자아찾기를 그린 ‘안개기둥’(86)으로 대종상 작품상을 연달아 수상했다. 도종환 원작의 순애보 ‘접시꽃 당신’(88)은 그의 영화로는 드물게 폭발적인 흥행성공을 거뒀다. 백상예술대상 감독상, 남녀주연상(이덕화·이보희)을 받았다.

 그의 작가적 면모는 한동안의 미국 체류 이후 내놓은 황신혜·방은진 주연의 ‘301 302’(95)에서 뚜렷이 드러났다. 거식증을 앓는 여자와 그에게 끊임없이 음식을 나르는 또 다른 여자를 통해 현대인의 내면을 그린 이 영화는 미국 선댄스 영화제에서 큰 호평을 받고 북미 지역에 널리 소개됐다. 한국의 장례문화를 다큐멘터리적 관점에서 극영화로 옮긴 ‘학생부군신위’(96), 재일교포 작가 유미리의 원작을 일본어로 영화화한 ‘가족시네마’(98) 등 새로운 도전을 이어갔다. 한때 ‘301 302’의 할리우드 리메이크판을 직접 감독하려다 좌절하기도 했으나 최근까지 독립영화 방식으로 쉼없이 신작을 내놓았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도 신작 ‘베드(B·E·D)’를 선보였다.

사고 당일에도 근처 작업실에서 새 영화 ‘러브 컨셉츄얼리’의 후반작업 중이었다고 지인들은 전한다. 그의 영화 7편을 제작한 황기성 전 서울영상위원장은 “열정적으로 항상 새로운 걸 시도하려던 감독”이라며 “좋은 영화인을 잃어버렸다”고 애도했다.

유족은 부인 최은희씨와 아들 지강씨, 딸 가영씨 등이 있다. 빈소는 분당 서울대병원 308호. 발인 21일 오전 8시. 장지는 이천호국원이다. 031-787-1508.

이후남·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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