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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검사 세 번 안 받으면 대포차

지난해 3월 경기도 양주시 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 1000만원 상당의 철근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수사에 나선 경찰이 김모(62)씨 등 3명을 붙잡았는데 이들은 27차례에 걸쳐 1억7000만원 상당의 자재를 훔쳐 고물상에 판매했다. 이들은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려고 ‘대포차’를 이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포차는 대포폰이나 대포통장처럼 등록된 명의자와 실제 사용자가 다른 차량이다.

 지난해 11월 경남 창원에서는 빈집을 13차례나 턴 30대가 붙잡혔는데 대포차를 타고 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달 부산에서는 대포차를 몰고 가던 10대가 검문하는 경찰을 치고 달아나는 일도 벌어졌다.

 사고가 나도 보상을 못 받아 ‘도로 위의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인 대포차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포차는 전국적으로 전체 자동차의 5%인 97만 대가량이 있는 것으로 서울시는 추정하고 있다. 서울에서만 18만 대가 돌아다닌다. 지난해 의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차량의 사고가 서울에서만 544건 발생했는데, 대부분 피해자가 치료비를 받지 못했다.

 최근에는 자동차세를 내지 않고 비싼 차를 싸게 사려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인터넷 매매사이트를 통해 거래되기도 한다. 지난해 말에는 인천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무등록대부업자로부터 구입한 대포차 10억원어치를 인터넷 중고차 매매 사이트를 통해 판매한 이들이 구속되기도 했다.

 범죄에 악용되기까지 하지만 단순히 이런 차량을 타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 적발될 경우 “아는 사람의 차를 단기간 보관해주고 있다”는 식으로 핑계를 대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이 대포차와의 전쟁에 나섰다. 서울시는 4월부터 대포차로 의심되는 차량의 번호판이 발견되면 즉시 떼어내기로 했다. 시는 ▶의무보험에 6개월 이상 가입하지 않은 차 ▶정기검사를 세 차례 이상 받지 않은 차 ▶자동차세를 6차례 이상 미납한 차 ▶압류 및 저당권이 50차례 이상인 차는 대포차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번호판을 수거하기로 했다. 하반기부터는 주정차·버스전용차로 위반 등 교통 과태료가 30만원 이상 체납된 차량의 번호판도 떼내기로 했다. 경기지역 지자체들도 특별단속을 벌여 수원시의 경우 지난해 12억원의 체납 세금을 걷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단속기준과 관련해선 평범한 시민도 잠재적인 범죄자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종원(34·회사원)씨는 “업무 때문에 차량 주정차 과태료를 제때 내지 못해 100만원 가까이 밀린 적이 있는데 서울시 기준대로라면 대포차가 아닌 내 차의 번호판도 무조건 떼어간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경제적 형편 때문에 세금이나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저소득층이 범죄자로 오인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백호 서울시 교통정책관은 이에 대해 “3월 한 달간을 계도기간으로 정해 충분히 홍보를 하고, 과태료 체납자에게는 한 달 전에 고지하는 등 억울한 시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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