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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국민연금 폐지에 혹하는 이유

윤창희
경제부문 기자
경제면 구독자 조사를 해보면 ‘연금’이란 단어만 들어가면 열독률이 확 올라간다. 국민연금이건, 개인연금이건 ‘연금’이란 두 음절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증권사들의 노후 마케팅이 효과를 보고 있는 걸까, 아니면 직장인들의 불안한 심리를 반영한 결과일까.

 이렇게 관심이 높아진 건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1999년 초로 기억한다. 당시 여당을 출입하던 기자에게 한 정치권 인사가 특종이라며 제보를 던졌다. “국민연금을 도시지역으로 확대하는 안이 예정대로 그 해 4월 시행된다”는 당정회의 소식이었다. 하지만 지면에 실리지 못했다. “예정대로 한다는 게 무슨 기사가 되냐”라는 지적이 편집회의에서 나왔다. “예정이긴 하지만 국민연금의 틀이 갖춰지는 중요한 계기”라는 논리적 항변을 펴지 못한 것은 기자의 과문한 탓이 크겠지만, 그때만 해도 국민연금이 뭔지 잘 모르던 시절이었다. 이 문제는 얼마 뒤 핫이슈로 부상했는데, 정치권이 총선 이후 연기를 주장하면서 큰 혼선이 빚어졌다.

 연금 문제는 이처럼 작은 불씨가 대형화재로 번지는 초민감 이슈다. 최근 박근혜 당선인의 기초노령연금 공약에 따른 혼선이 국민연금 불신으로 번지는 작금의 사태도 연금 이슈에다 금융위기 이후 불거진 세대 담론, 여기에 보험과 저축의 개념 혼재와 국민연금 가입자 역차별이라는 복잡한 쟁점들이 얽히고 설켜 있다.

 99년으로 얘기를 다시 돌리면 그 무렵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한 친척 분이 계시다. 70대인 이분은 월 6만원가량을 5년간 불입하고 현재 월 20만원 가까이를 10년 이상 타고 계신다. 그 어떤 고금리 상품도 부럽지 않다.

 그런데 이런 ‘성공담’을 소개하기가 조심스럽다. 젊은층에 퍼지고 있는 국민연금 불신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연금보험료 대비 연금급여 비율을 뜻하는 수익비는 나이가 젊어질수록 낮아진다. 80세의 10.79배를 시작으로 국민연금 최소 가입연령인 18세로 가면 2를 약간 웃돈다. 그래도 현 세대들은 모두 낸 돈의 2배 이상을 타는 ‘운 좋은’ 세대다. 이 얘기는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이 그만큼 떨어지고, 점점 수가 감소할 미래세대의 부담은 가중될 것이라는 의미다.

 한국납세자연맹이 시작한 ‘국민연금 폐지’라는 황당한 운동에 많은 이들이 서명하고 있는 현실은 이런 불신이 반영된 결과다. 기금이 설사 미래에 고갈돼도 약속된 국민연금 지급액은 정부가 보장한다는 금석맹약(金石盟約)도, 강남 주부도 국민연금에 임의가입할 만큼 훌륭한 재테크 상품이라는 광이고지(廣而告之)도, 국민연금이 공적부조 성격의 ‘세대 연금’인 만큼 기초노령연금의 재원으로 써도 무리가 없다는 장유유서(長幼有序)적 접근까지, 국민연금에 대한 갖가지 논리와 설명들은 입장을 바꿔보면 미래 세대에게는 2007년 12월 날아온 종부세 고지서 같은 숨막히는 존재일 수밖에 없겠다. 미래세대의 부담과 국민들의 불안을 덜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통스럽겠지만 연금 개혁의 닻을 올릴 때다.

윤창희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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