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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삼성도 중국에 식은땀 흘린다

이철호
논설위원
삼성 이건희 회장은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CES 2012’ 전시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일본 업체들은 힘이 좀 빠진 것 같다. 중국은 열심히 따라오고 있지만 아직은 아니다.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자신감이 넘쳐났다. 그런 삼성전자가 지난달 라이베이거스 ‘CES 2013’에서 중국에 크게 한 방 먹은 모양이다. 삼성에서 “이제 중국 스마트폰도 벤치마킹 대상”이란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눈앞의 현실이 된 차이나 리스크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얼핏 보면 삼성전자의 엄살일 수 있다. 전 세계 300여 개 스마트폰 업체 중 황금알을 낳는 곳은 애플과 삼성전자 딱 두 곳뿐이다. 그 다음인 LG전자·HTC·모토로라도 수익이 거의 제로 수준이다. 나머지 업체는 대부분 밑지고 판다는 의미다. 무시무시한 ‘승자독식’이다. 삼성전자는 이제 애플과 맞짱 뜰 만큼 맷집도 세졌다. 애플이 LCD는 LG로 돌리고 메모리 반도체는 하이닉스로 공급처를 바꿨지만 눈도 깜짝 안 한다. 스마트폰 점유율이 처음 30%를 돌파하면서 무서울 게 없는 삼성전자다.

 그런 삼성 관계자들이 “중국만 생각하면 등에 식은땀이 난다”고 한다. 값싼 ‘짝퉁’에 머물던 중국 업체들이 깜짝 놀랄 첨단 스마트폰까지 거침없이 내놓기 때문이다. 이미 선진국 스마트폰 시장은 포화 상태다. 이제는 중국·인도 시장에서 보급형에서 프리미엄급까지 운명을 건 전면전을 피할 수 없다. 그나마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스마트폰 1위로 체면치레를 하고 있다. 애플은 레노보·유룽·화웨이·ZTE에 밀려 혼쭐이 나고 있다. 그렇다고 삼성도 마음을 놓지 못한다. 종잡기 힘든 중국의 괴력 때문이다.

 우선, 중국은 정부가 화끈하게 밀어준다. 중국 정부는 최근 ‘7대 중점산업’을 선정해 2015년까지 최소 5개의 글로벌 전자업체를 키워내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중국은 일단 결심만 서면 시장논리를 따지지 않고 집중적으로 밀어붙인다. 대규모 구조조정과 해외 인수합병(M&A) 지원 등에 무려 10조 위안(약 1조5000억 달러)을 쏟아부을 모양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세계를 놀라게 한 4조 위안의 경기부양책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성공 스토리도 꼬리를 물고 있다. 레노보는 미국의 휼렛패커드를 제치고 세계 1위의 컴퓨터 업체가 됐다. 통신장비에서 중국의 화웨이는 에릭슨을 밀어내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의 먹성은 놀라울 정도다. 레노보는 IBM의 PC부문을 인수한 데 이어 블랙베리로 유명한 리서치인모션(RIM)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하이얼은 일본 산요의 세탁기·냉장고 부문을 인수했다.

 중국은 이미 자동차·컴퓨터·스마트폰의 세계 최대 시장이다. 문제는 중국이 일본보다 더 자국산을 선호하는 독특한 소비를 한다는 점이다. 대도시에는 해외 브랜드가 눈에 띄지만 농촌으로 가면 중국산 일색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팔린 스마트폰도 절반 이상이 자국 브랜드다. 세계시장과 따로 놀고 있다. 이런 내수시장을 뒷배 삼아 화웨이의 리처드 유 대표는 “3년 안에 삼성·애플을 제치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접수하겠다”고 큰소리 친다. 어쩌면 스마트폰도 컴퓨터와 가전(家電)과 똑같은 운명을 밟을지 모른다. 미국·일본에서 꽃을 피우고, 한국이 재미를 본 뒤, 중국이 뛰어들면 어김없이 끝물이었다.

 중국의 위기의식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상하이 증시의 43개 전자업체 영업이익을 모두 합쳐도 삼성전자의 16.4%에 불과하다.” 현지 언론들은 잊지 않고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그럼에도 어느새 치열한 추격전 덕분에 중국은 모방을 넘어 응용 수준에 이르렀다. 갤럭시와 아이폰의 장점을 골고루 소화해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아무리 창조가 중요해도 꼭 독창적일 필요는 없다. 중국은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던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 어쩌면 삼성이 경계해야 할 대상은 애플이 아니라 중국 스마트폰일지 모른다.

 지난 20여 년간 우리는 중국 특수를 제대로 누려왔다. 한국 경제는 중국과 기울기와 각도까지 똑같을 만큼 동조화(同調化) 현상을 보였다. 이제 중국이 내수 중심으로 방향을 틀고 산업고도화에 집중하면서 살벌한 적수로 변신하고 있다. 수출 경합품목은 늘고 기술격차는 좁혀졌다. 중국발 황사 먹구름에 철강·조선 등은 생존을 건 사투에 들어갔다. 삼성마저 차이나 리스크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 이런 위기에 우리 사회는 너무 둔감한 느낌이다. 일본은 교묘하게 엔 약세를 밀어붙이고 중국은 영리하게 ‘강한 기업’을 키워내고 있다. 동북아에서 유독 우리만 대기업을 죄인 취급하면서 겉돌고 있다.

이철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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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