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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 장작의 뜨거운 맛 제대로 본 피자

1 나폴리 피자협회에서 ‘진짜 나폴리 피자’로 인증을 받은 DOC 피자. 단순하지만 쫄깃하면서 신선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피자가 한때 우리나라에서 ‘금테 두른’ 음식 대접을 받던 때가 있었다. 쉽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날 큰맘 먹고 가족과 외식할 때 먹는 음식이었다. 미국의 유명 브랜드 피자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판매되기 시작했던 1985년 무렵 이야기다.
그때까지도 우리에게 ‘미제’는 앞선 문명의 상징이고 ‘뭔가 좋은 것’을 의미했다. 먹고살기 위한 산업화가 다급했던 시절, 국산 제품의 질이 떨어졌던 탓이다. 올림픽까지 유치한 자신감으로 시장 개방을 막 시작했는데 그 바람을 타고 미국의 피자 체인점이 국내에 처음 들어왔다.
하지만 점포 수도 많지 않고 가격도 비싸서 쉽게 넘볼 수 없었다. 당시 보통 사람들의 외식 아이템 1위였던 짜장면이 한 그릇에 500원이었는데 피자는 한 판에 1만1000원까지 나갔다. 여럿이 먹는다고 해도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다.
이삼십여 년이 지나는 사이에 우리 수준도 많이 높아졌고 피자의 위치도 ‘백설공주’에서 ‘향단이’쯤으로 조정됐다. 초창기에는 두세 군데에 불과했던 피자 판매점이 이제는 전국적으로 3000군데가 넘었고, 가격도 많이 낮아졌다. 나도 이제 피자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너무 평범해져서인지 언젠가부터 잘 먹지 않게 되었다.
그러던 나에게 피자를 다시 특별한 음식으로 느끼게 해준 곳이 있었다. 서울 신사동에 있는 나폴리 음식 전문점 ‘더 키친 살바토레 쿠오모(The Kitchen Salvatore Cuomo: 이하 살바토레)’가 그곳이다.

2 피자를 굽기 위해 장작화덕 속에 넣는 모습. 3 살바토레의 주방 모습. 주방이 공개되어 있고 조리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어서 눈으로 보는 즐거움이 있다.
한국 최초로 나폴리피자협회 인증 받아
피자의 발상지는 이탈리아 나폴리로 알려져 있다. 17세기 중반에 피자를 처음 만들었다고 하니 그 역사가 350여 년이나 되었다. ‘마르게리타’라고 하는 유명한 피자도 여기 출신이다. 이곳에는 나폴리 피자협회(AVPN: Associazione Verace Pizza Napoletana)라는 곳이 있다. 나폴리 피자의 전통을 잘 보존하고 기술을 보급하겠다는 목적으로 30여 년 전에 유명한 피자 장인들이 모여 만든 협회다. 자체적으로 엄격한 8개의 규정들을 만들어 이것들을 모두 지켜서 만든 피자에 ‘진짜 나폴리 피자(Vera Pizza Napoletana)’라고 하는 인증을 부여한다. ‘살바토레’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이 인증을 받은 곳이다.

나폴리 피자협회의 규정에 의하면 나폴리 피자는 반드시 장작 화덕에서 만들어야 한다. 장작은 불 조절이 까다로워서 다루기 힘들고 에너지 효율이 좋지 않아 원가가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화덕이 있는 피자집이라 하더라도 대부분 전기를 사용하고 장작을 사용하는 곳은 아주 드물다. ‘살바토레’에서는 나폴리 현지에서 장인을 초빙해 만든 정통 장작 화덕으로 피자를 굽는다.

‘살바토레’의 피자는 나폴리 피자협회 규정대로 섭씨 485도의 고온에서 1분20초 정도로 짧게 구워내는 것이 또 다른 특징이다. 이렇게 구우면 피자 도우의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해진다. 피자 토핑 재료 본연의 맛도 더 잘 유지되고 영양소도 많이 파괴되지 않는다. 역시 나폴리 피자협회의 규정에 따른 것이다.

이곳의 대표 메뉴인 DOC 피자는 방울토마토와 모차렐라 치즈, 바질, 올리브오일만 올려서 만들어내는 단순한 구성인데도 각종 재료들이 화려하게 토핑으로 치장된 시중 피자들보다 훨씬 더 인상적인 맛을 선사해 준다. 소박한 토핑 재료들이지만 그 본연의 맛이 잘 살아나는 신선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고, 하루를 숙성시킨 이탈리아산 밀가루 반죽 도우가 뜨거운 장작불을 만나 순간적으로 부풀어 오르면서 그 쫄깃한 맛이 극대화돼 있다. 게다가 참나무 장작의 ‘불 맛’에서 은은하게 풍기는 아우라는 이곳 피자의 맛을 더욱 특별하게 해준다.

‘살바토레’는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 아니라 기업에서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일본에서 이미 유명해졌던 이탈리안 셰프 ‘살바토레 쿠오모’의 브랜드와 기술을 들여와 2009년 문을 열었다. 기업에서 운영하는 곳답게 과감한 초기 투자를 통해 짧은 시간에 아주 수준 높은 레스토랑을 만들었다. 덕분에 이렇게 맛있는 정통 나폴리 피자도 맛볼 수 있게 되었으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이곳의 피자라면 다시 ‘금테’ 대접을 받아도 좋을 것 같다. ‘귀한’ 외국 브랜드여서가 아니라 맛이 있어서. 어느새 흔해졌던 피자의 새로운 발견이다. 우리나라에서 바야흐로 ‘피자 3.0’의 시대가 시작될 것 같다.

더 키친 살바토레 쿠오모 서울 강남구 신사동 646-2. 전화: 02-3447-0071.



음식, 사진, 여행을 진지하게 좋아하는 문화 유목민. 마음이 담긴 음식이 가장 맛있다고 생각한다. 마케팅·리서치 전문가. 경영학 박사 @yeongs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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