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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흔만으로 성씨·나이 척척 … DNA 통합관리가 숙제

경찰 감식요원들이 가상의 화장실 살해사건 현장에서 루미놀 약품을 뿌린 뒤 용의자의 혈흔과 지문 등을 채취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조문규 기자
미제로 남을 뻔한 강력 사건들이 검찰과 경찰의 유전자(DNA) 정보 공유로 잇따라 해결되고 있다.

성폭행범 10년 만에 검거 … 과학 수사 어디까지 왔나

서울 광진경찰서는 2003년 4월 서울 화양동 주택가에서 20대 여성 2명을 성폭행하고 귀금속 등을 빼앗아 달아났던 송모(44)씨를 13일 붙잡았다. 10년의 공소시효 만료를 불과 66일 앞두고서였다.

경찰은 사건 직후 용의자의 DNA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보냈지만 일치하는 자료가 없어 추적에 실패했다. 그러나 이후 마약 복용으로 복역했다 출소한 범인의 DNA 자료가 검찰에 남아 있어 이를 대조한 결과 10년 전 사건의 범인을 특정할 수 있었다.

검찰과 경찰은 미제 강력 사건의 해결을 위해 이처럼 DNA 정보 공유를 활성화하고, 조각지문 감식법 개발 등 과학수사 역량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 또한 많다. 대표적인 게 검찰 따로, 국과수 따로인 유전자 분석자료 관리의 일원화다.

지난해 서울 중곡동 주부 살해사건의 범인 서진환이 현장 검증하는 모습. [뉴시스]
검·경 교차 검색으로 미제 사건 해결
지난해 8월 20일 서울 중곡동에서 30대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살해한 서진환(43)은 성폭행 전과자다. 사건 13일 전에도 인근 면목동에서 또 다른 성폭행 범죄를 저질렀다. 경찰은 면목동 사건을 수사하면서 피해자의 몸에서 범인의 DNA를 확보해 국과수에 분석을 의뢰했다. 그러나 국과수가 보유한 DNA 정보 데이터베이스엔 범인의 DNA 자료가 없었다. 반면 검찰은 그의 DNA 정보를 갖고 있었다. 다른 성폭행 사건으로 수감 중인 그의 DNA 자료를 검찰이 확보해뒀지만 경찰과의 정보 공유가 되지 않아 미리 범인을 잡을 기회를 놓쳤던 것이다.

성범죄는 특성상 상습적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성폭행 사건이 일어나면 동종 범죄 전과자를 조회하는 것이 수사의 기본이다. 그런데도 성범죄자의 DNA 정보를 검찰과 경찰이 따로 관리한 탓에 애꿎은 희생자를 만든 셈이 됐다.

DNA 분석정보의 ‘따로 보관’에 따른 폐해는 더 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2005년 8월 부녀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A씨(57)를 지난해 10월 구속했다. 경찰이 범행 현장에서 채취한 A씨의 DNA는 국과수에서 보관해 왔다.
A씨는 2008년 7월 절도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가 2011년 7월 여주교도소에서 출소했다. 이때까지 그의 성폭행 전력은 노출되지 않았지만 출소하면서 채취한 그의 DNA 자료가 검찰에 등록되면서 7년 전 성범죄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A씨는 이미 출소해서 자유의 몸이 된 상태. 그를 다시 붙잡느라 1년3개월의 시일이 또 소요됐다.

2010년 7월 DNA법(DNA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검찰과 경찰은 살인, 강도, 강간 등 11개의 강력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해 DNA 자료를 채취, 보관할 수 있게 됐다. 이 법 시행 이전에는 특정 사건 관련자나 용의자의 DNA를 채집해 관리했지만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체계적으로 관리하지는 않았다. 결국 DNA법 이후 검·경이 따로 DNA 채취를 하게 됐는데, 수형자의 DNA 자료는 대검찰청에서, 범죄 현장에서 채집한 경찰 수사 DNA 자료는 국과수에서 각각 보관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검·경이 각자 보유한 용의자들의 DNA 자료는 풍부하다. 최근 경찰과 검찰이 서로의 DNA 자료를 교차 검색할 수 있게 되면서 성폭력 등 장기 미제사건 해결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과수 측 설명은 다르다. “서진환 사건 이후 검찰과 경찰은 DNA 정보 교류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각자 보관·관리하다 보니 효율성이 많이 떨어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과수, 살인사건 피의자 국적 정확히 맞춰
지난 1월 박영선(민주통합당) 의원과 김희정(새누리당) 의원이 각각 DNA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재의 이원화된 관리에서 파생되는 비효율을 제거하자는 뜻에서다. 박 의원은 “2010년 7월 법무부가 DNA법을 제정하면서 국과수에서 하던 DNA 신원확인 정보의 사무 관장을 검찰과 국과수로 나눴다. 그 결과 효율성이 떨어지고, 비용만 증가해 예산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며 “관련 업무를 과학수사 연구기관인 국과수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DNA 신원확인 정보가 체계적이고 통일적으로 관리되지 못해 인권 침해의 소지도 크다”고 지적했다.

김희정 의원의 개정안 내용은 좀 다르다. 김 의원은 “현재 범행 현장에서 확보한 용의자의 DNA는 경찰이 관리하고, 수형자들로부터 채취한 정보는 검찰이 보관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유력한 용의자를 놓치거나 뒤늦게 검거하는 사례가 많았다. 따라서 효율적이고 신속한 범인 검거를 위해 검·경 간 DNA 정보를 연계 운용토록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즉 검찰과 경찰이 용의자 DNA와 수형자 DNA를 따로 관리하되, 정보를 연계 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국과수 사람들은 관리체계 일원화를 강조하면서도 무척 신중하고 조심스럽다. 검찰, 경찰의 눈치를 꽤 보는 기색이다. 업무 처리상 검찰의 협조가 절실하고 경찰은 예산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과수가 자랑하는 게 있다. 무척 손이 빠르다는 점이다. 혈액이든 정액이든 증거물이 채집돼 오면 이를 분류해 DB화하는 데 전광석화 같다고 한다. 한 간부는 “업무의 신속성은 수많은 사건을 통해 단련된 덕분”이라고 했다. 분석 수준도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2006년 서울 반포동 서래마을 프랑스 영아 유기 사건을 명쾌하게 해결하면서 국제적 명성을 얻었지만, 이후에도 이런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가령 얼마 전 동남아인이 연루된 살인 사건에서 DNA 자료만으로도 피의자의 국적을 정확히 맞혀 사건 해결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 혈흔만 가지고도 용의자의 연령을 추정해 내는 기술도 세계적으로 손꼽힌다. 분석방법의 다양화가 이뤄낸 쾌거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용의자의 종족이나 피부색 등을 맞히는 것은 물론 동식물의 구체적인 개체 식별도 가능하다고 한다. 과거 분석에선 그냥 소나무 정도만 맞혔지만 최근엔 분석 기술의 발달로 어떤 유의 소나무인지, 고양이도 단순히 고양이가 아닌 어떤 형태의 고양이인지 정확히 집어낸다고 한다.

그런 국과수가 조심스러워하는 분야가 있다. 유전자를 통해 용의자의 성(姓)씨를 거의 맞힐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사회 분위기상 이를 공개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그것이다. 부계 염색체인 y유전자를 조사하면 성씨마다 독특한 패턴이 나타난다고 한다. “이는 축적된 데이터로 분석이 가능한데 에러가 거의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하도 금기가 많고 편견이 심해 조심스럽다”고 국과수 한 간부는 전했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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