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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당선인, 쑥색 톤 바지 정장 차림 … 취임사는 역대 절반인 15분간

1948년 이승만 초대 대통령(왼쪽) 취임식.
이승만 전 대통령이 세 번째 임기를 개시한 1956년 8월 15일. 중앙청 앞 광장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했던 내외 귀빈들이 서울 남산공원에 모여들었다. 취임식에 이어 열린 이 전 대통령의 동상 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본체만 7m, 기단부까지 합치면 25m에 달하는 초대형 동상이었다. 이 동상은 4년 뒤인 60년, 4·19 혁명으로 이 전 대통령이 하야하면서 철거됐다. 이처럼 민심과는 동떨어진 제왕적 권위주의의 상징이던 대통령 취임식이 국민에게 다가가는 형태로 탈바꿈하기 시작한 건 직선제 개헌으로 민주화가 이뤄진 87년 이후다.

미리 가본 18대 대통령 취임식

노태우 시대부터 국회의사당서 행사
88년 2월 25일 치러진 노태우 대통령의 취임식은 장소부터 장충체육관(박정희 전 대통령)·잠실체육관(전두환 전 대통령) 대신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바뀌었다. 환경미화원·운전기사 등 서민들과 음성 한센병 환자 등이 초청됐다. 2만5000명의 하객은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선착순으로 철제 의자에 앉아야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취임식은 그때까지 취임식 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던 관행을 깼다. 또 연도에 환영 시민을 동원하거나 행사 현판을 설치하고 건물 옥상에서 풍선과 꽃가루를 날려온 관행도 금지했다. ‘문민정부’임을 강조하려는 의도였다. 하객도 3만8000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음성 꽃동네 주민들과 등대원·독도경비대원 등이 특별 초청됐다.

1998년 취임식에서 인사하는 김대중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의 취임식은 ‘국민의 정부’ 슬로건을 부각하기 위해 국민의 참여를 더욱 적극적으로 유도했다. 김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던 미국 팝스타 마이클 잭슨을 초청하고, 대선 당시 로고송을 제공해준 그룹 DJ DOC의 공연을 선보였다. 또 취임식 단상 위의 지붕을 없애고 일반 국민이 단상에 오르도록 했다. 초청 인원도 4만5000명으로 늘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참여정부’란 모토에 걸맞게 취임식 하객석의 절반인 2만 석을 인터넷으로 신청해온 국민에게 배정했다. 단상에도 각계각층에서 국민 대표 50명을 선정, 초청했다. 팝페라 가수 임형주가 애국가를 선창하고 인기그룹 god가 축하 공연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에선 대통령을 상징하는 문양인 봉황이 사라졌다. 대신 ‘태평성대를 기원한다’는 뜻에서 태평소와 북을 합친 문양을 선보였다. 단상의 높이도 3m에서 2m로 줄이고, 형태를 T자형으로 만들어 참석자들이 취임식 행사를 보다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했고 야당 성향 방송인 김제동에게 식전행사 진행을 맡겼다.

박근혜 당선인의 취임식은 ‘통합과 전진, 국민의 삶 속으로’를 모토로 정해 국민에게 다가간다는 컨셉트를 더욱 분명히 했다.
박 당선인은 지난달 말 인터넷과 우편으로 취임식 참석을 신청해온 국민이 8만9000명에 달하자 하객석을 당초 6만 명에서 7만 명으로 늘리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이번 취임식에선 모두 10개의 공연이 펼쳐져 역대 최다를 기록하게 된다. 월드스타 싸이와 아이돌그룹 JYJ 가 노래를 부르고 김준호·허경환·신보라 등 TV프로 ‘개그콘서트’의 인기 개그맨 6명이 식전행사 진행을 맡는다. 하이라이트는 약 300명에 달하는 국민합창단의 연주다. 재일교포 작곡가 양방언이 아리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아리랑 판타지’를 국악인 안숙선, 대중가수 인순이, 뮤지컬 스타 최정원, 재즈가수 나윤선 등이 다문화·장애인 합창단과 함께 부른다.

박 당선인은 15일 취임준비위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국민께는 희망을 드리고, 세계인에게는 우리의 고유한 멋과 전통을 알리는 계기로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취임식 참석자들은 식장에 마련된 ‘희망꽂이’ 게시판에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을 적어서 꽂게 된다. 박 당선인은 취임식 본 행사에선 쑥색이 섞인 파란색이나 밤색 계열의 바지 정장을 입을 예정이라고 비서실 관계자는 전했다.
정장 디자인은 취임식 행사 기획을 중소기업(연하나로 기획)에 맡긴 박 당선인의 철학에 맞게 중소기업의 신예 디자이너에게 맡길 예정이다. 비서실 관계자는 “당선인이 취임식에서 한복을 입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오히려 작위적인 느낌을 줄 수 있어 평소 즐겨 입어온 정장을 택한 것” 이라며 “하지만 취임식 뒤 광화문으로 이동해 국민이 적은 희망 메시지를 복주머니에서 꺼내 읽는 행사에선 한복을 입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취임사 키워드는 ‘민생과 북핵’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가장 신경 쓰는 건 취임사다. 취임식의 하이라이트인 취임사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 핵심을 녹인 키워드의 보고(寶庫)다. 집권 5년을 미리 점쳐볼 수 있는 힌트가 가득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과거 대통령들이 써온 ‘본인’ ‘나’ 대신 ‘저’라는 호칭을 처음 썼다. 그러면서 ‘보통 사람들의 위대한 시대’를 선언해 87년 직선제 개헌에 따라 일반 국민의 표로 선출된 첫 대통령임을 강조했다. “우리와 교류가 없던 저 대륙국가에도 협력의 통로를 넓게 할 것”이라는 대목은 소련·동구와 수교를 성사시킨 북방정책을 예고했다. 또 “휴전선에도 화해의 봄을 가져옵시다”라는 언급은 91년 남북 간 화해와 불가침, 교류협력을 약속한 기본합의서 채택으로 이어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취임사에선 유독 많이 나온 단어가 있다. ‘신한국’이다. 취임사에서 12차례나 언급된 이 말은 김영삼 정부 5년을 관통하는 화두였다. 김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신한국은 보다 자유롭고 성숙한 민주사회”라며 “신한국 창조를 위해선 ‘한국병’이란 정신적 패배주의를 극복하고 ‘신경제’와 ‘신교육’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여당이었던 민자당은 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구속되자 아예 이름을 신한국당으로 바꿨다.

외환위기 와중에 당선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경제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금 모으기 운동’을 예로 들며 고통 분담을 호소했다. 또 “노동자와 사용자, 정부가 대화를 통한 대타협으로 국난 극복의 주춧돌을 놓았다”며 강조한 ‘노사정 협의체’는 국민의 정부 내내 사회갈등 해소책의 틀이 됐다. “세계는 지금 산업사회에서 지식정보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는 대목은 ‘벤처기업 붐’으로, “북한이 원한다면 정상회담에도 응할 용의가 있다”는 언급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무슨 지역 정권이니, 도(道) 차별이니 하는 말이 없도록 하겠다”는 다짐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 임기 내내 호남 인사 기용이 이어지면서 ‘지역 편중 인사’란 비판이 나왔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노 전 대통령이 임기 내내 강조한 ‘권위주의 타파’의 예고였다. 또 취임사에서 18번이나 언급된 ‘동북아 시대’는 ‘동북아 균형자론’ ‘동북아 물류허브’ 등으로 구체화되며 노무현 정부의 정책 키워드가 됐다. 또 “남북한 사이에 하늘과 바다와 땅의 길이 모두 열렸다”고 말한 대목은 노 전 대통령이 2007년 제2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군사분계선을 넘어 육로로 북한을 찾은 첫 대통령이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념의 시대를 넘어 실용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며 “2008년을 대한민국 선진화의 원년으로 선포한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중도실용’과 ‘선진화’는 이 대통령 임기 5년의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의 전반기 대북정책 키워드인 ‘비핵·개방 3000’도 취임사에서 강조됐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 자신의 개인사도 처음으로 담았다. “끼니조차 잇기 어려웠던 시골 소년이 노점상, 고학생, 일용 노동자, 샐러리맨을 거쳐 대기업 회장, 국회의원과 서울특별시장을 지냈다. 그리고 대통령이 됐다”며 “대한민국은 꿈을 꿀 수 있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사 키워드는 평소 강조해온 국민 대통합과 ‘중산층 재건을 통한 국민 행복’ ‘민생 대통령’ 등이 될 것이라고 인수위 관계자는 전했다. 역대 대통령 취임사에서 ‘경제’와 ‘안보’가 단골 메뉴였던 점을 감안하면 박 당선인의 취임사에도 중소기업 지원 방안과 북핵 대책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당선인 비서실 변추석 홍보팀장은 “박 당선인이 조인근 선대위 메시지팀장 등 측근들과 팀을 꾸려 취임사를 직접 챙기고 있다”며 “취임사는 당선인의 뜻에 따라 역대 취임사의 절반인 15분 분량으로 핵심만 전달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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