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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한 듯 괴물투 41개 … 달리기·흡연 시비 ‘아웃’

류현진이 14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카멜백랜치 다저스 스프링 캠프에서 수비훈련을 하고 있다. 15일 류현진의 불펜 피칭(작은 사진)을 지켜본 릭 허니컷 투수코치는 “직구가 상당히 인상적이다”고 칭찬했다. 임현동 기자
미국 프로야구 LA 다저스는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최고 화제의 팀이다. 다저스는 최근 중계권료 재계약을 통해 25년간 총액 80억 달러(약 8조8000억원)의 수익을 얻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트레이드와 자유계약선수(FA)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우승을 위한 전력을 꾸렸다.

LA 다저스 스프링 캠프 합류한 ‘대한민국 에이스’ 류현진

다저스는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카멜백랜치에 스프링 캠프를 차렸다. 희망과 활력이 넘쳐나는 이곳 최고의 뉴스메이커는 류현진(26)이다. 다저스는 박찬호(40)가 1994년부터 2001년까지 뛰어 한국인과 친숙한 팀이지만 류현진을 꽤 새롭고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다. 박찬호는 신인 같았고 군인 같았다. 다저스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해 이를 악물고 성공을 향해 뛰었다. 동료들을 많이 의식하며 팀에 적응하기 위해 애썼다.

이적료와 연봉을 합쳐 약 6200만 달러(약 670억원)를 받고 온 류현진은 다르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7년을 뛰고 완성 단계에서 온 만큼 동료나 코칭스태프를 의식하기보다는 “한국에서 하던 대로 하겠다”며 자기 스타일을 고집한다. 미국인들은 그런 류현진을 별나게 바라보고 있다. 오해도 있고 소동도 있다.

이등병 같던 박찬호와 다른 ‘현진 스타일’
다저스 캠프를 취재하는 미국 기자들에게 류현진은 참 신기한 존재다. 류현진은 ‘훈련량이 많고 예의 바른’ 보통의 한국 선수들과 다르기 때문이다. 120㎏은 돼 보이는 몸으로 캠프에 나타났다. 류현진이 다저스와 계약했을 때 그의 몸무게를 걸고 넘어진 미국 언론들에 곱게 보일 리 없었다. 그가 달리기 테스트에서 꼴찌를 하고, 담배까지 피우는 걸 보자 꽤 실망한 것 같았다.

류현진이 15일(한국시간) 처음으로 공을 던지자 그들의 우려가 상당히 걷혔다. 뚱뚱한 몸이지만 특유의 유연하고 힘찬 폼으로 공 41개를 뿌렸다. 팡팡 소리를 내며 포수 미트에 꽂히는 류현진의 공을 보고 포수 A J 엘리스는 “직구가 상당히 좋다. 양쪽 측면을 잘 활용한다”고 칭찬했다. 릭 허니컷 투수코치도 “직구가 인상적이었다. 역시 몸 상태와 공 던지는 건 별 관계가 없다”고 했다. 미국 기자들도 류현진의 폼을 보고 놀란 것 같았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의 다저스 전담기자 켄 거닉은 “류현진을 직접 본 게 처음이기 때문에 오해가 있을 수 있다”면서 “한국에서는 선발투수가 6일 간격으로 던진다고 들었다. 한국은 한 시즌에 몇 경기를 치르느냐”고 물었다. 133경기를 치른다고 답하자 그는 “메이저리그는 162경기다. 그리고 이동거리가 한국보다 길다. 류현진이 지금 당장은 괜찮을지 몰라도 몸을 더 만들지 않는다면 시즌 끝까지 좋은 투구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루 전 작은 소동이 있었다. 팀 훈련 첫날인 13일 1마일(1.6㎞) 달리기에서 류현진이 크게 뒤처졌기 때문이다. 정해진 코스를 무시하고 가로질러 달리기까지 했는데도 거의 꼴찌를 했다. ‘훈련 1등’이었던 박찬호와 달리 류현진은 제멋대로 뛰며 거의 꼴찌로 들어왔으니 좋게 보일 리 없었다.

류현진은 한국에서도 달리기는 꼴찌였다. 그때는 감독과 동료들이 이해해줬다. 2006년 신인 때부터 최고의 피칭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기자들에게 “달리는 체력과 공 던지는 체력은 별개”라고 주장했지만 공기는 냉랭했다. 거닉 기자는 ‘류현진이 체중 조절을 위해 햄버거를 끊었다는데, 담배도 끊는 게 좋겠다’는 기사를 썼다. 선수의 흡연 사실을 묵인하는 한국 미디어와 달리 미국 기자는 첫날부터 흡연 얘기를 통해 류현진의 체력을 문제 삼았다. 이 기사가 한국에도 전해지자 정말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시끄러워졌다. 현지에서 캠프를 참관하고 있는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미국 방식으로 농담처럼 쓴 기사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에서 프로야구를 하는 것도 놀라워한다. 류현진이 한국에서 왔다는 선입견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닉 기자는 류현진을 비하했다기보다는 그의 몸 상태를 궁금해했다. 이를 미국식으로 표현한 것을 쿨하게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한국 기자들이 걱정하자 오히려 류현진이 담담하게 말했다. “괜찮다. 내가 죄 지은 것도 아니고.” 류현진은 이튿날 강력한 피칭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

마트서 장봐 김치찌개 요리
류현진은 야구만큼은 ‘현진 스타일’로 하겠다고 했다. 미국 코치들과 기자들이 “한국 야구는 훈련을 많이 하지 않느냐”고 물어도 “내가 하던 대로 하겠다”고 했다. 이뿐만 아니라 그는 “나는 시즌 중에는 등판일과 등판일 사이에는 불펜 피칭을 하지 않았다. 다저스에서도 그러고 싶다고 코치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휴식일 불펜 피칭은 대부분 투수에게 중요한 점검이자 훈련이다. 류현진은 그걸 생략하겠다고 우겼다. 메이저리그에서 처음 뛰는 선수가 주장할 만한 건 아니다. 그러나 허니컷 투수코치는 “상태를 두고 보려 한다”며 류현진 방식을 존중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그래도 야구장 밖에서는 류현진도 조금 긴장한다. 언어 장벽 때문에 동료들과 의사 소통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저스는 한국인 직원 2명을 붙여 스프링캠프 동안 류현진을 돕고 있지만 류현진은 “(말이 통하지 않으니) 선수들과 있으면 긴장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화에서 함께 뛰었던 대선배 박찬호에게도 스스럼 없이 장난을 걸던 류현진에게서 볼 수 없던 모습이다.

말이 안 통해도 류현진답게 일단 부딪히기는 한다. 류현진은 최근 클럽하우스 내 설치된 탁구대에서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과 탁구를 쳤다. 엄청난 점수 차로 졌지만 감독과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데는 성공했다. 덕분에 매팅리 감독은 한국 취재진에 “안녕하세요”라는 한국말로 안부를 묻기도 했다. 멕시코 출신 내야수 루이스 크루즈와는 스마트폰 번역 프로그램을 이용해 대화를 한다. 류현진은 “구단에서 영어 교습을 시켜주기로 했다.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매팅리 감독은 “우리는 8명의 선발투수가 있다”며 치열한 선발진 경쟁을 예고했다. 류현진은 팀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나 6년간 총액 1억4700만 달러(약 1600억원)를 받는 잭 그레인키보다는 확실히 뒤져 있다. 나머지 5명과 선발 자리를 두고 다퉈야 한다. 그러나 류현진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선발 경쟁에서 밀리면 구원투수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라는 질문에 류현진은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경쟁하는 건 당연하다. 시범경기에서 내가 보여줘야 할 것을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다. 확고한 자기 믿음이 있었다.

영어가 아직 안 되지만 류현진은 미국 생활에 나름대로 적응하고 있다. 미국의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직접 요리를 한다. 추신수(신시내티 레즈)와 임창용(시카고 컵스) 등 한국인 선배들과도 자주 만난다. 그는 “어제는 집에서 김치찌개를 끓여 먹었다”며 웃었다. 김태균(31·한화)은 류현진을 두고 “세상 어디에 혼자 갖다놔도 살아남을 녀석”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말대로 류현진은 자신의 방식으로 낯선 미국땅에서 새 출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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