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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물은 섭씨 0도와 100도를 경계로 고체에서 액체로 다시 기체로 바뀐다. 이 경계가 물질의 성질이 극적으로 변하는 임계점(臨界點, critical point)이다. 사회현상 가운데 소수 매니어의 유행이 대세(大勢)로 급격히 바뀌는 시점은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다.

人生三境界<인생삼경계>

옛 중국에도 비슷한 설명법이 있었다. 청(淸) 말의 국학대사인 정안(靜安) 왕국유(王國維, 1877~1927)의 ‘경계론(境界論)’이다. 그는 중국 전통의 노래를 비평한 인간사화(人間詞話)에서 “예나 지금이나 위대한 업적과 위대한 학문을 성취한 사람들은 인생삼경계(人生三境界)를 거쳤다”며 시 세 수를 인용했다.

첫째는 북송(北宋) 안수(晏殊, 991~1055)가 지은 ‘접련화(蝶戀花)’로 지(知)의 단계다. “어젯밤 가을바람에 푸른 나무 시들었네/ 홀로 높은 누대에 올라/ 하늘 끝 닿은 길을 빠짐없이 바라보네(昨夜西風凋碧樹, 獨上高樓, 望盡天涯路).” 목표를 분명히 하고 성취를 위한 전략을 세우는 시기다.

둘째는 같은 북송시대 사랑과 이별의 시인 유영(柳永)이 ‘접련화(蝶戀花)’에서 읊은 행(行)의 단계다. “(임 생각에 몸이 말라) 옷띠가 점점 느슨해지더라도 결코 후회하지 않으리/ 임을 위한 근심에 초췌해지더라도(衣帶漸寬終不悔, 爲伊消得人憔悴).” 식음을 전폐하고 잠을 설치며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경지다.

셋째는 남송시대 신기질(辛棄疾, 1140 ~1207)의 ‘청옥안(靑玉案)’에 나오는 득(得)의 단계다. “무리 속을 그대 찾아 천 번 백 번 헤매었지/ 홀연히 고개 돌려보니/ 그대 그곳에 있네 등불이 환하게 비추는 곳에(衆裏尋他千百度 驀然回首, 那人卻在 燈花闌珊處).” 노력이 지극하면 어느 순간 찾아 헤매던 여인을 만나듯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말이다. 중국의 최대 검색엔진 이름인 바이두(百度)가 유래한 시구이기도 하다.

졸업과 입학 시즌이다. 새내기들의 학창 생활도 이와 다를 바 없다. 곧 새 정부도 출범한다. 성공한 정부를 꿈꾼다면 이 3단계론을 염두에 두면 좋겠다. 임기 말 성취를 위해서는 우선 하늘 끝 닿은 길까지 낱낱이 파악하려는 듯 목표를 바로 세움이 우선이다. 각고의 노력은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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