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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의 미시 세계사] 2000년 역사 로마 교황

로마 가톨릭 교회의 교황 베네딕토 16세(86)가 2월 말로 퇴임하겠다고 11일 밝혔다. 교황은 이날 바티칸에서 열린 추기경 회의에서 “하느님 앞에서 양심에 거듭 확인해본 결과 기력이 교황직을 수행할 만큼 충분치 않다는 확신에 이르게 됐다”며 사임을 발표했다.

2000년 전통의 교황직은 ‘성 베드로의 후계자’ ‘가톨릭 로마 주교’ 등으로 불리며 전 세계 12억 신자를 영적으로 이끈다. 교황청 수장이자 도시국가인 바티칸의 국가원수이기도 하다. 중세 이후 서유럽에서 황제(명목상으로는 서로마 제국의 황제)의 대관식 주재와 파문권을 무기로 정치권력을 주무른 어두운 역사도 있었다. 하지만 20세기 이후 사회적 소통을 위해 노력하면서 전 세계에서 종교적·윤리적·사회적 영향력을 회복했다. 국제사회가 가톨릭 수장인 교황에게 특정 종교의 지도자를 넘어선 사랑과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교황은 통상 나이가 지긋하다. 기록이 비교적 확실한 1700년 이후만 따지면 평균 연령이 선출 당시 65세이고 선종 때는 78세다. 재위 기간은 평균 13년이다. 265대 교황인 현재의 베네딕토 16세는 그중에서도 고령이다. 우선 지금 나이만으로도 역대 고령 4위다. 67세에 즉위해 25년 뒤인 93세에 선종한 레오 13세(이하 재위 1878~1903)가 최고령이다. 87세로 선종한 클레멘스 12세(1730~1740), 86세로 선종한 클레멘스 10세(1670~1676)가 그다음이며 그 뒤를 현 교황이 잇고 있다.

즉위 당시 나이도 많다. 2005년 78세로 즉위해 역대 5위다. 최고령 즉위는 클레멘스 10세로 만 79세 10개월이었다. 그 뒤로 알렉산데르 8세(1689~1691)가 79세 6개월, 바오로 4세(1555~1559)가 78세 11개월, 클레멘스 12세가 78세 3개월이었다.

물론 모든 교황이 고령인 건 아니다. 최연소는 11세기 인물인 베네딕토 9세로 12세에 즉위했다고 전해진다. 전임 두 교황의 조카로 족벌 교황이었다. 10세기 이탈리아 왕 알베리쿠스 2세의 동생인 요한 11세는 21세, 아들인 요한 12세는 18세에 각각 교황에 올랐다. 교황의 자리가 정치권력에 휘둘리며 비정상적으로 변질됐을 때의 일이다.

그런 점에서 정상적인 상황에서 보장된 종신 재임을 기꺼이 포기한 베네딕토 16세의 결단은 전 세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종신직도 무조건 일평생 자리를 지키기보다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 때까지만 맡아야 한다는 진리를 새삼 일깨우면서다. 가진 것을 내려놓고 오로지 진실만으로 절대자에게 다가가려는 진정한 종교인의 모습이라는 칭송이 끊이지 않는다.

이번 사임은 역사적이기도 하다. 교황 사퇴는 1415년 교회 분열의 책임을 지고 퇴임한 그레고리우스 12세 이후 무려 598년 만이다. 건강 때문에 물러난 건 719년 전인 1294년 즉위 5개월 만에 퇴임한 첼레스티노 5세 이후 처음이다.

사실 역대 265분의 교황 중 2011년 5월 1일 시성된 요한 바오로 2세를 포함해 78분이 성인이다. 복자로 시복된 11분을 포함해 16분이 시성 과정에 있다. 대부분 순교자이거나 남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바친 분이다. 역사는 교황직이 누리는 자리가 아니고 희생을 통해 남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자리임을 보여준다. 베네딕토 16세는 그런 전통을 잇고 있다. 산속에 수도자가 있으면 속세가 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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