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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가 환생했나? 중국 최고 지성의 입담

노자타설

남회근 지음 설순남 옮김, 부키

상권 520쪽· 하권 608쪽

각 권 2만5000원




비인부전(非人不傳)- 인재가 아니면 전하지 않는다.



 도가의 선술(仙術)을 어찌 아무에게나 전하랴. 그럴만하다. 잘못 익혀 제 몸 망치고 나라 망친 자 어디 한둘이랴. 수박 겉만 핥고도 혹세무민한 자 부지기수다. 게다가 말이나 글로는 아예 전할 수 없다지 않은가.



 이런 금기를 깨고 글로 도(道)를 전한 최초의 책이 바로 노자의 『도덕경』이다. 달랑 5000자. 책이랄 것도 없다. 빽빽이 채우면 A4 용지 2장이면 충분한 분량이다. 그런데도 해석서만 수천, 수만 종, 웬만한 도서관을 꽉 채울 정도다. 그 짧은 문장에 얼마나 현묘함이 담겼길래.



남회근
 노자가 글로 『도덕경』을 남긴 데는 사연이 있다. 푸른 소를 타고 서역으로 떠나려던 노자. 그를 가로막은 건 서쪽 마지막 관문 함곡관 지기 윤희였다. 윤희는 노자에게 통행세를 요구했다. 돈 대신 “도를 전해달라”고 떼를 썼다. 문헌에 따르면 할 수 없이 노자는 글을 써줬다고 한다. ‘도라고 일컬을 수 있는 건 도가 아니다(道可道 非常道)’로 시작하는 『도덕경』은 이렇게 탄생했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말이나 글로는 전할 수 없다던 도를 노자는 왜 윤희에게 글로 전했을까. 후일담이지만 5000자를 읽고 깨친 윤희는 신선이 된다. 노자는 이미 윤희가 선골(仙骨)임을 알아봤던 것일까. 글로 도를 전할 만한 인재란 사실을 알았던 건 아닐까.



 이 책은 노자의 『도덕경』을 입체 해부했다. 지난해 95세를 일기로 사망한 저자 남회근은 타이완의 국사로 불린다. 1950년 대부터 유불선 강의와 참선 지도로 이름을 떨쳤다. 저자는 현란한 내공으로 중국 5000년을 종횡하고, 고금을 넘나들며, 양(洋)의 동서를 하나로 꿰뚫어 도를 농단한다.



 그렇다고 지식만 뽐내는 전통적인 노자 해설서와는 크게 다르다. 고리타분하고 골치 아픈 전고와 고증은 잠시 뒷전에 미뤘다. 온갖 인물을 끄집어 내 독자의 눈앞에 펼쳐 보인다. 술술 풀어내는 입담은 가히 절창이다. 30년 전 대중을 상대로 한 강연을 다시 책으로 엮은 지라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들려주는 구수한 옛 얘기 같기도 하다. 노자가 환생한들 이만한 맛을 전할까 싶을 정도다.



도가의 경전인 『도덕경』은 전란의 시대를 살았던 노자 삶의 정수를 담아낸 책이다. 문장이 간결하지만 풍부한 철학 체계를 담고 있다. 그림은 명나라 화가 장로(張路)의 ?소를 탄 노자?. [중앙포토]
 그렇다고 만만히 집어 들면 낭패 보기 쉽다. 웬만한 전공자가 혀를 내두를 다양한 한시와 고사, 문학과 철학이 수시로 등장한다. 풍부한 비유는 읽는 맛을 더하지만 중국문화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이는 비유 자체를 이해하기 힘든 경우도 꽤 된다.



 게다가 관념의 극한을 정의하다 보니 쉽게 씹어 삼키기 어려운 대목도 많다. 예컨대 도에 대한 저자의 단상이 그렇다. “도는 종교 명사로 말하면 기독교에선 하느님, 이슬람교에선 알라, 불교에선 부처다. 하지만 도는 단순 종교 명사가 아니다. 종교를 초월한 대명사다. 이것, 저것, 그것, 만물의 통칭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읽어야 할까. 저자 스스로 답을 마련해 뒀다. “노자에 대한 주해는 수도 많고 그 견해도 제각각입니다. 자꾸 읽다 보면 나 자신의 견해에도 회의가 생깁니다. 그러니 가장 좋은 방법은 노자 원문 속에서 답을 찾고 노자 자신의 주해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책의 제목이 ‘노자타설-노자, 그가 말하다’인 이유이기도 하다.)



 대신 한 단어, 한 구절에 매달리는 식의 해석은 금물이다. ‘나무만 보고 숲을 못 봐’ 노자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 ‘도’를 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자구에 매달린 해석이 한때 노자를 유물론자로 만들었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노자의 불로장생법에도 달통한 저자는 내공 수련법도 책 곳곳에 적어놓았다. 올바른 수련법만 익히면 “반드시 기질이 변하고 심경이 밝아지는데, 노인이 어린애가 되는(返老還童) 정도는 아니라 해도 적어도 병이 없어지고 재난이 사라져 신체가 건강해진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래도 남는 의문.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나도 윤희처럼, 노자처럼, 도를 깨우쳐 신선이 될 수 있을까. 아니, 신선은 못 돼도 무병장수는 가능할까.



 저자는 또 하나의 얄미운 대답을 준비해뒀다. ‘도를 배운 몇 사람이나 도의 맛을 아는가.(學道幾人知道味: 원나라 유종익의 시구 중 한 구절)’



이정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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