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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척후를 아시나요?

김서령
오래된 이야기 연구소 대표
지난주(2월 5일) 조용한 뉴스 하나가 보도됐다. 워낙 조용해서 다들 별로 주목하지 않고 넘어가버렸다. 일본 정부가 독도와 센카쿠, 쿠릴 4개 섬 문제를 다룰 ‘영토·주권대책 기획조정실’을 아베 새 총리의 내각관방에 설치하기로 했다는 뉴스였다. ‘내각관방’은 총리를 직접 지원·보좌하는 부처로 우리로 치면 대통령 비서실쯤에 해당하는 조직이다. 조정실의 역할은 독도(다른 섬 포함)가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기 위해 정부 정책을 조정하고 전략을 짜는 것이란다. 대범하게도 우리는 이 뉴스에 울릉군이 규탄성명을 내는 것 정도로 어물쩍 넘겨버렸다.

  이런 보도를 접하면 내 가슴은 여지없이 쿵쿵 떨어진다. 이건 순전히 독도박물관장 이종학 선생을 생전에 만난 적 있기 때문이고, 그분에게서 800페이지 부피의 ‘일본의 독도정책자료집’이란 책을 받아 온 적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안에는 일본 중의원, 참의원, 시마네현 의원들이 한국에 실효점령당한 독도를 되찾아와야 한다고 의분에 떨면서 발언한 내용들이 차곡차곡 축적돼 있다. 행정부는 독도에 광구권을 설정해 과세를 하고 개인은 부당과세소송을 하고 사법부는 승소 판례를 남기고 자치성과 교부세과는 독도에 교부세를 배정해 매년 불용처리하는 기록을 남긴다. 일본은 행정·사법·입법이 한 덩어리가 돼 독도 영유의 명분을 수십 년 축적해 왔고 드디어 내각관방에 기획조정실을 만들기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일부러 인터넷에 ‘독도’를 검색해봤더니 최근 뉴스는 온통 ‘독도남’ 박종우가 6개월 기다림 끝에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손에 쥐게 되었다는 얘기뿐이다. 오직 경상북도만이 시마네현이 2월 22일로 지정한 ‘다케시마의 날’에 대항해 독도 관련 자료 특별전시를 열고 김관용 지사가 특강을 하는 정도의 일을 추진하고 있을 뿐이다. 중앙정부는 다른 일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1884년 일본군 참모본부 측량국은 한반도를 정밀 측량한다. 그런 후 10만분의 1 축척의 군사지도를 만든다. 여기엔 수원·강화·파주·양주에서 서울에 이르는 노정이 치 떨리도록 정교하게 표시돼 있다. 이 지도에서 조선의 전 도로는 5가지로 분류된다. 야포가 통과할 수 있는 도로, 3열 보병 또는 경차량이 통과할 수 있는 도로, 1열 혹은 2열 보병과 마차가 통과할 수 있는 도로, 혼자서 걸어갈 수 있는 도로, 앞서 도로 중에서 수리가 필요한 도로! 하천도 정밀조사해 5가지로 분류했다. 평상시 건널 수 없는 하천, 바다로 항해 가능한 하천, 화물을 운반할 수 있는 하천, 작은 배가 출입할 수 있는 하천, 항행이 불분명한 하천!

  아니 남의 나라 도로와 하천을 손금처럼 환하게 알아 뭘 어쩌자는 것일까. 그들은 보병을 1열로 보낼지 2열로 보낼지, 배를 태울지 도보로 걸을지를 미리 정확하게 파악해둘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26년 뒤 조선은 일본에 허망하게 강제병합돼 버린다.

  그들이 정교하게 지도부터 만들어놓고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책략을 짜낼 때 우린 그 사실을 인식조차 못하고 있었다. 그러니 눈 뻔히 뜨고 당할 수밖에! 딱 100년 전의 일이다. 100년 후인 지금 우리는 달라졌는가. 일본은 야욕을 멈췄는가. 우리가 지금 일본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서애 유성룡 선생은 이순신 장군에게 병법 십조를 담은 책을 보낸 적이 있으니 그 첫 번째가 바로 척후(斥候)였다. 척후란 적에 대한 정보 수집이다. 서애가 보낸 책을 읽은 이순신은 갑오년 난중일기에다 이렇게 쓴다. ‘나를 알고 남을 알면 백번 싸워 백번 이기고 나를 알고 남을 알지 못하면 한 번 이기고 한 번 지며 나를 알지 못하고 남도 알지 못하면 싸울 때마다 반드시 진다’. 난중일기에는 척후장, 척후선, 망군(望軍), 탐지(探知)의 얘기가 수없이 언급된다. 계사년 6, 7월에만 21번이나 등장할 정도다. 이순신이 일본을 이겼던 핵심이 바로 척후였고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도 바로 척후이다! 마침 해양수산부가 부활한다니 거기 척후를 담당할 부서 하나쯤 신설하면 얼마나 좋을까. 흥분과 즉흥에서 나온 단발성 정책이 아니라 침착하고 치밀하게 대응해야 독도를 지킬 수 있다. 100년 전의 허망을 거듭 경험할 수는 없지 않나!

김 서 령 오래된 이야기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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