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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엔저-원고’에 비상 대책 필요하다

엔-달러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라엘 브레이너드 미국 재무부 차관이 그제 “디플레이션을 탈피하려는 일본의 (엔 약세)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엔 환율은 달러당 94.46엔까지 치솟았다. 이에 앞서 옌스 바이트만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도 “유로화의 절상은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며 엔 약세의 수용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미국과 독일이 사실상 엔 약세를 지지한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그나마 주요 7개국(G7)이 환율 개입 자제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내놓으면서 엔 약세가 둔화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엔-달러 환율은 오는 15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때까지 널뛰기 장세를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이제 분명한 것은 미국·유럽이 저마다 엔 약세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는 점이다. 국제사회가 분열될 경우 일본 정부 차원의 조직적인 엔저(低) 공세는 막기 어렵다. 여기에다 북한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원화 가치는 되레 오르는 기현상을 보였다. 이대로 가면 ‘엔저·원고(高)’의 방향성은 굳어지고, 추가적인 엔 약세까지 각오해야 할 판이다. 이미 엔 약세는 전방위로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제예측기관들은 엔화가 달러당 100엔에 육박하면 우리 수출은 6% 감소한다고 경고한다. 국내 기업들의 수출 채산성이 악화되면서 설비 투자심리도 얼어붙을 조짐이다. 환율에 가장 예민한 일본 관광객들의 발걸음부터 뚝 끊기고 있다.



 환율 변동이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친다는 J커브 효과를 감안하면 엔 약세에 대한 대비책을 서둘러야 한다. 우선 엔 약세가 불만인 중국·프랑스 등과 손잡고 G20 회의에서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있다. 내수 불황에다 엔 약세의 이중고에 버티려면 금융·재정 정책도 적극적인 경기 부양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할 것이다. 증권사들은 ‘엔저-원고’로 기업들의 수익 전망을 수천억원씩 무더기로 하향 조정하기 시작했다. 엔 약세가 소리 없이 한국 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비상 국면이다. 비상 시기에는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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