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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영화

기선민
중앙SUNDAY 기자
충무로 영화인이라면 다 아는 얘기다. 임권택(77) 감독이 지금의 ‘국민감독’이 되기까지는 걸출한 제작자가 있었다. 이제는 제작 일선에서 물러난 이태원(75) 태흥영화사 사장이다. 1983년 ‘비구니’로 만난 이들의 인연은 ‘아제아제 바라아제’ ‘장군의 아들’ ‘서편제’ ‘춘향뎐’ ‘취화선’을 거쳐 ‘하류인생’까지 20여 년간 이어졌다.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관객 100만 명 돌파(서편제),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춘향뎐)과 수상(감독상, 취화선) 등의 대기록이 여기에서 탄생했다. “우리 전통문화를 우리가 돌아보지 않으면 누가 하랴”는 뜻이 맞은 결과였다. 어찌 보면 영화 한 편을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기보다는 문화적 의의를 높이 샀던 낭만의 시대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올해 임권택 감독은 이태원 사장 못지않은 파트너를 새로 만난다. 심재명(50) 명필름 대표다. 임권택-이태원 콤비가 오랜 세월의 적공(積功)으로 뉴스의 중심에 섰다면, 이번엔 만남 자체로 뉴스가 될 만하다. 국민감독의 102번째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상징성이 우선 크다. 영예로운 호칭에 어울리지 않게 임 감독은 2004년 이후 ‘제대로 된’ 제작자를 만나지 못했다. 투자자들은 냉정해졌고 관객들도 ‘의의’만으론 티켓을 사지 않았기 때문이다. 101번째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2011)의 관객 수는 5만7000여 명. 흥행 성적이 작품의 가치를 다 보여주지 못한다는 건 문화 분야의 상식이지만 국민감독의 노작을 좀 더 많은 국민이 향유하지 않았다는 건 아쉬운 일이었다.



 그래서 심재명이라는 ‘브랜드’와의 만남은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브랜드의 강점은 남들이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영화를 다듬고 매만져 ‘되는 영화’로 바꾸는 연금술에 있다. 아줌마 핸드볼 선수가 주인공인 스포츠 영화(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변변한 성공 사례가 없던 극장용 애니메이션(마당을 나온 암탉), 10년 동안 영화사들을 전전하던 첫사랑 소재 멜로 영화(건축학개론) 등이 그렇게 빛을 봤고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이런 안목과 지구력의 연금술이 임권택 감독의 영화에 적용된다면 어떨까. 관객들이 거장에게서 느꼈을지 모르는 거리감을 좁힌다면, 그로 인해 더 많은 관객의 박수를 받을 수 있다면? 이들이 낼 도전의 시너지는 상상만 해도 즐거워진다.



 두 사람이 준비 중인 신작은 소설가 김훈의 단편 ‘화장(火葬)’이 원작이다. 뇌종양에 걸려 죽어가는 아내와 젊고 아름다운 회사 여직원 사이에서 번민하는 남자를 통해 생성과 소멸의 의미를 곱씹는 이야기다. 성찰의 시선이 무르익었을 거장과 맞춤한 주제가 아닐까 싶다. 2년 전 인터뷰 당시 그는 102번째 영화에 대해 묻자 “달라져야 한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지 곰곰이 되돌아볼 시간을 갖고 싶다”며 대답을 유보했다. 한국의 대표 제작자와 만나 달라져야 할 ‘무엇’에 대해 다시 고민하기 시작한 노감독에게 응원과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기 선 민 중앙SUNDAY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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