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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북한 핵실험한 그날 오후 증권사선 ‘매수 타이밍’ 보고서 어느새 그게 자연스러워졌다니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북한 3차 핵실험이 터진 12일 오후. 습관처럼 친구 C에게 전화를 했다. C는 증권사 임원이다. “장(場)이 왜 이래. 좀 극적으로 빠져야 하는 거 아냐?”

 “학습효과야. 아, 왜 지난해에 유행했던 우스개도 있잖아. 한국 사람만 모르는 세 가지. 첫째, 한국이 얼마나 잘사는지 모른다(항상 선거 때면 ‘못 살겠다 갈아보자’고 한다). 둘째, 일본·중국이 얼마나 무서운 나라인지 모른다(언제든 맞짱 뜨자고 덤비는 건 물론 ‘장궤·쪽발이’라 부르며 무시한다). 셋째, 북한이 얼마나 큰 위협인지 모른다(미사일이든 핵폭탄이든 아무리 쏴도 눈 하나 꿈쩍 않는다). 딱 그거야. 습관이 돼서 아주 덤덤해진 거.”

 코스피는 그날 5포인트 하락했다. 핵실험 소식이 전해진 낮 12시10분쯤 한 차례 출렁, 20여 분 뒤 10포인트가 떨어졌지만 거기까지였다. 마트에선 사재기가 없었고 원화 가치는 되레 올랐다. 뉴스 화면 속 시민들은 차분하기 짝이 없었다. “뭐 별일 있겠어요. 일상생활 열심히 하는 게 답이죠.” 여느 평온한 날과 다름없었다. 더 기막힌 건 외국인들까지 한국 주식을 더 사들였다는 거다. 개인투자자는 그렇다 쳐, 외국인까지 왜? C의 해설이 이어졌다.

 “외국인? 그것도 학습효과지. 요즘 수퍼개미 중엔 아예 북한 리스크를 매매 타이밍 잡는 데 쓰는 이들도 있어. 쾅 터져서 주가 떨어지면 샀다가 회복되면 파는 거야. 그런 이들이 시장에 많다 보니 주가가 금세 다시 올라. 외국인들도 그런 한국 증시 상황을 꿰고 있는 거지. 그러다 보니 증권사들도 투자 권유 쪽이 더 많은 편이야.”

 그날 오후. 몇몇 증권사는 긴급 투자 리포트를 뿌렸다. 내용은 C의 말 그대로였다. ‘역대 대북 리스크는 하나같이 단기 악재에 그치고 중기적으로는 오히려 저점 매수 기회가 됐다. 이번 대북 리스크 확대도 매수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그래놓곤 1999년 1차 연평해전부터 지난해 김정일 사망까지 주요 북한 리스크 7개를 근거로 들었다. 리스크가 터진 이후 주가가 되레 평균 1.48%(3일 후), 4.13%(10일 후), 5.39%(30일 후) 올랐다면서.

 C는 ‘내친김에’라며 한걸음 더 나갔다.

 “증권가에선 2008년 금융위기나 유럽위기 학습효과에 비해 북한 리스크 학습효과는 별로 돈이 안 된다고 할 정도야. 워낙 잦으니까. 실제 수치로 봐도 그렇고. 주가가 (큰 금융위기에 비해) 덜 떨어지고 덜 오르거든.”

 언론은 그날 하루 종일 북한 핵실험을 다뤘다. TV엔 세계 각국의 근심·걱정·충격의 목소리가 담겼다. 그 화면 위로 평온한 서울 시민의 표정과 증권사 ‘매수 타이밍’ 보고서가 겹쳤다. 큰 이질감이 느껴져야 했는데, 그냥 자연스러웠다. 이런, 맞군. 나만, 우리만 몰랐군. 얼마나 북한 리스크에 길들여졌는지.

글=이정재 논설위원·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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