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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재벌, 외도후 韓아내 이혼소송 하자…

스페인 국적 남편과 한국 국적의 아내, 이중 국적을 가진 아들. 결혼 후 스페인에서 주로 살았던 이들 부부가 이혼한다면 재판은 어느 나라에서 받아야 할까.

 대한민국 국적의 A씨(32·여)는 스페인 국적의 B씨(41)와 2006년 8월 한국에서 결혼했다. B씨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한 살 때 스페인으로 이민 간 교포다. 국내 특급호텔 소유주의 아들이다. A씨는 스페인에 신접살림을 차린 지 한 달 만에 동생의 수술 때문에 한국에 돌아왔고 얼마 뒤 임신 사실을 알아 체류기간이 길어졌다. 그동안 B씨는 스페인과 한국을 오가며 지냈다. 부부는 2009년 3월 한국에서 태어난 아들과 함께 스페인으로 돌아갔다. 2년 뒤 A씨는 남편이 스페인 여성과 외도한 사실을 알게 됐고 자주 부부싸움을 벌였다. 급기야 A씨는 아들을 데리고 2011년 6월 말 귀국한 뒤 한국 법원에 이혼소송을 냈다. 그러자 B씨는 스페인 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을 담당한 서울가정법원 4부는 “국내 법원에 관할권이 없다”며 A씨의 이혼청구를 각하했다. ‘가사소송은 피고가 속한 지역의 법원이 관할한다’는 가사소송법 13조 규정이 근거였다. “부부의 주 거주지인 스페인 법원에만 관할권이 있다”는 B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의 국적이 스페인이고 2009년 3월부터 2011년 6월 말까지 스페인에서 생활한 반면 한국에서는 공동생활을 한 적이 거의 없어 대한민국보다는 스페인이 두 사람의 결혼생활 관련성이 크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부부 중 일방이 대한민국에 주 거주지가 있는 한국 국민이면 이혼은 대한민국 법에 의한다’는 규정(국제사법 제 39조)을 적용했다. 재판부는 “부부가 함께 생활한 곳은 스페인이지만 A씨가 아이와 함께 혼인 후에도 한국 내에 상당기간 거주한 점 등에 비춰 보면 A씨의 주 거주지는 한국 내에도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스페인에는 이혼 원인을 제공한 쪽에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 제도가 없어 A씨가 스페인에서만 재판을 받도록 하면 가혹한 결과가 생길 수 있고, 이는 국민에 대한 법적 보호를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가 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1심 판결은 잘못됐으니 재심리하라”며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 관계자는 “이 판단은 국제결혼 후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국제재판 관할권은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서 한국에 살고 있어도 배우자 나라의 법에 따라 이혼소송이 동시에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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