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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카드사 - 대학 주판알만 튕길 일 아니다

홍상지
경제부문 기자
올해 H대학에 입학 예정인 유선웅(19)씨는 최근 등록금 걱정에 밤잠을 설쳤다. 그가 내야 할 돈은 입학금까지 합쳐 470만원. 부모님의 짐을 덜어드리려 신용카드로 납부하려 했지만, 학교에선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했다. 그는 “이곳저곳 목돈을 융통하러 다닌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카드로 등록금을 낼 수 있는 대학은 지난해 2월 기준으로 전체 대학 456곳 중 157곳(34.5%)에 불과하다. 올해는 20%대로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등록금 카드 납부 활성화를 장려하고 있으나 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

 대학이 등록금을 카드로 받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카드 수수료 때문이다. 1~1.5% 수준이던 카드 수수료율은 지난해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뒤 1% 후반까지 올랐다. 신용카드 수수료까지 대학이 부담하게 되면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줄고, 등록금 인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게 대학의 설명이다. 카드사도 손해 보는 장사는 할 수 없다며 완강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양쪽의 논리엔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하지만 둘 다 간과하는 게 있다. 등록금을 부담해야 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이다. 등록금 부담이 얼마나 커졌으면 대선후보들이 앞다퉈 ‘반값 등록금’을 내세웠겠는가. 등록금 문제는 이제 개별 대학의 재정이나 카드사의 수지 문제를 뛰어넘는 국가적 현안이 됐다. 세금으로 등록금을 낮추는 방안까지 검토되고 있는 상황에서 직접 이해 당사자인 대학과 카드사가 전향적인 방안을 모색하기는커녕 밥그릇 싸움을 벌이는 것은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다.

 현재 미국·영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신용카드로 등록금을 낼 수 있다. 신용카드가 아닌 현금으로 납부하더라도 세 번, 여섯 번으로 나눠 낼 수 있도록 하는 게 보편적이다. ‘현금 일시불’만을 요구하는 한국 대학들의 행태가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다. 카드사도 주판알만 튕길 일은 아니다. 교육비라는 공익성을 깊게 생각해야 한다.

홍상지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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