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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도 “사임할 권리 있다” 언급

교황 베네딕토 16세(가운데 의자에 앉은 사람)가 11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추기경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오는 28일 교황직을 사임하겠다고 발표했다. [바티칸 로이터=뉴시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고령(advanced years)과 병약함(infirmity)을 사유로 사임을 발표해 세계 가톨릭계를 경악하게 했다.”

 11일 오후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사임 표명 소식을 전한 뉴욕타임스의 기사 첫 문장이다. 그만큼 그의 사임은 아무도 예상하는 이가 없었을 만큼 급작스럽게 이뤄졌다. 로마 교황청은 추기경이나 주교 임명 등 주요 사항을 공표할 때 해당국에는 사전에 통보하는 게 관례다. 하지만 이날 한국 가톨릭 주교회의의 첫 반응은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교황은 가톨릭 교회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자이자 사도 베드로의 후계자로 꼽힌다. 무엇보다 전 세계 11억 인구를 헤아리는 가톨릭의 수장이다. 2010년 기준 로마 교황청의 수입은 자그마치 2억4519만 유로(약 3594억원)에 이른다.

 이번 교황 사임의 가장 유력한 이유는 역시 건강 문제다. 교황은 1927년에 태어났다. 80대 중반의 고령이다. 그런데도 교황의 방문을 원하는 나라가 많아 일일이 대응을 못하는 형편이다. 교황 스스로도 자신의 건강을 언급하며 사임 가능성을 비치기도 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신학생들과의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주변의 부축을 받으며 헬기에서 내리고 있다. [로마 로이터=뉴시스]
2010년 쓴 『세상의 빛: 교황, 교회, 그리고 시대의 징후』에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그리고 영적으로 더 이상 교황 업무 수행이 어렵다고 느낄 경우, 사임할 권리가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의무이기도 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가톨릭계도 ‘건강에 따른 사임설’을 뒷받침했다. 서울대교구 허영엽 홍보국장 신부는 “워낙 고령이시다. 건강 이외에 다른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교황은 고령인데도 누구보다 정력적으로 직분을 소화해 왔다. 지난해 11월 세계 각국의 주교 대표 262명 등 가톨릭 수뇌들을 로마로 불러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교회의 나갈 바를 모색하는 시노드(세계주교대의원회의)를 열기도 했다.

 이 때문에 2010년 아일랜드 등 전 세계를 휩쓴 가톨릭 사제들의 유아 성추행 스캔들로 압박을 받은 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느냐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아일랜드에서는 20여 년 동안 46명의 신부가 320건의 성적 학대에 연루된 것으로 조사 결과 밝혀졌다. 네덜란드에서도 성직자에 의한 추행 사건이 1950~70년대 300건 넘게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파문이 커지자 당시 교황은 아일랜드 신자들에게 7쪽 분량의 서한을 보내 공식 사과했다. 그에 따라 교황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5월 교황청을 뒤흔든 이른바 ‘바티리크스(바티칸과 위키리크스의 합성어)’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느냐는 분석도 있다. 교황을 오랫동안 보좌해 온 집사에 의해 기밀문서 유출, 바티칸 은행장 해임 등 세속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비리’가 발생한 사건이 그의 거취 결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신준봉·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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