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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아빠가 우릴 울렸다

영화 ‘7번방의 선물’에서 지적장애인 용구의 딸 예승(사진)은 상자나 세탁 바구니에 실려 교도소를 드나든다. 이 영화는 뻔한 신파라는 지적이 있지만, 700만 관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사진 NEW]

웃고, 울리는 ‘뻔한’ 가족영화 한 편이 극장가를 휩쓸고 있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7번방의 선물’(이환경 감독)이다. 억울하게 사형선고를 받은 지적장애인 용구(류승룡)의 딸 예승(갈소원)에 대한 부성애를 코믹하면서도 눈물 나게 그려냈다.

 사실 개봉 초기 전문가들은 이 영화에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다. 용구가 수감된 교도소 7번방의 ‘패밀리’들이 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딸 예승이를 몰래 감방에 들여오는 설정부터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었다.

 하지만 영화는 10일 한국영화로선 올해 처음으로 600만 관객(누적관객수 627만명)을 넘어섰다. 극장가 대목인 설 연휴에 가족 관객을 대거 끌어들였다. 8~10일 사흘 동안 130만 명을 모으며 올 상반기 기대작으로 꼽힌 ‘베를린’(115만명, 누적관객수 417만명)을 제쳤다. 흥행 속도도 빠르다. 개봉 19일 만에 600만을 돌파한 건 지난해 1200만 관객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보다 하루 빠른 기록이다.

 사실 ‘7번방의 선물’이 대작 ‘베를린’과 겨룰 것으로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무게감 있는 배우가 류승룡 한 명뿐인데 비해 ‘베를린’은 하정우·한석규·류승범·전지현 등 스타배우들이 총출동했기 때문이다. 제작비도 베를린(108억원)의 3분의 1 수준인 35억원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7번방의 선물’의 최대 흥행코드로 가족애를 꼽는다. 각박해진 세파에 얼어붙은 관객들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줬다는 것이다. 속된 말로 울고 싶은데 뺨을 때린 격이랄까. 문화평론가 하재근씨는 “눈물을 쥐어짜는, 뻔한 멜로 영화에 관객들이 몰려가는 건 그만큼 대중들이 따뜻한 인간애를 갈구하고 있다는 걸 뜻한다”고 말했다.

 ‘7번방의 선물’은 크게 보면 지난해부터 이어진 ‘힐링 바람’의 연장선 위에 있다. 장발장의 헌신적인 인류애가 부각된 ‘레미제라블’, 반전의 모성애가 돋보인 코미디 ‘박수건달’ 등이 히트한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영화평론가 강유정씨는 “일부 비현실적이고 과도한 설정으로 영화는 판타지로 귀결된 느낌이다. 그런 부분조차 관객들이 껴안는 건 딸을 지키려는 부성애에 높은 점수를 주기 때문이다. 경기불황 속 가족붕괴에 대한 반작용으로 해석된다”고 평했다.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비판도 관객의 감정선을 자극한다. 용구는 지적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공권력에 의해 흉악범으로 몰리고, 스스로 무죄를 입증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이환경 감독은 “사회적 약자의 무력함을 용구라는 캐릭터에 투영시켰다”며 “‘도가니’ ‘부러진 화살’ 같은 사회고발성 영화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수위를 조절했다”고 말했다.

 주연 류승룡과 아역배우 갈소원 못지 않은 존재감을 보여준 조연 배우(오달수·박원상·김정태·정만식·김기천)의 감칠맛 나는 연기도 흥행 포인트다. 과장된 설정과 스토리에 관객을 자연스럽게 몰입시켰다는 평가다. 이 영화의 투자배급사인 NEW의 박준경 팀장은 “오랜 조연으로 쌓아온 배우들의 연기 내공이 시너지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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