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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 같나요? 내겐 모험가의 피가 흘러요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 안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마담 캐퓰렛은 줄리엣에겐 강인한 어머니이자, 악녀의 이미지도 있다. 김세연은 “매혹적인 캐릭터를 충분히 살리겠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역마살이 있냐고요? 당연하죠. 시간 지나 저절로 윗자리로 올라가는 거, 재미없어요. 행복하려고 춤 추는 거 아닌가요.”

 발레리나 김세연(34). 당돌하고 거침없다. 무엇보다 엉덩이가 무거운 춤꾼은 분명 아니다. 한군데 정착하지 않은 채 많이도 옮겨 다녔다. 현재는 스페인 국립무용단에 있다. 이전엔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스위스 취리히 발레단 등을 거쳤다. 기량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가는 곳마다 주역을 꿰찼다. 나름 인정을 받았다는 거다.

 그는 왜 차분히 뿌리를 내리지 않았을까. “꼭 한 곳에 머물러야만 하나요. 그것도 고정관념이나 사회적으로 강요된 미덕 아닐까요. 전 그냥 작품 따라, 안무가 따라 움직인 거 같아요. 월급만 받기 위해 억지로 춤 추는 게 슬펐어요.”

 그의 떠돌이 인생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유니버설 발레단 수석무용수였다. 입단 6년차로 절정의 기량을 보이던 때였다.

 “해외생활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어요. 도시엔 예술의 향기가 넘쳐나고, 오페라 하우스로 출근하고,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언제든 무대를 가질 수 있는. 그래서 떠났어요.”

 그가 택한 곳은 스위스. “취리히 발레단이 저랑 딱 맞았어요. 음악은 바하·모차르트 등 클래식을 바탕으로 하지만, 안무는 무척 세련된 스타일이었죠. 현대와 전통을 절묘하게 섞은 중용(中庸)이라고 해야 할까. 발레의 기본기를 엄격하게 유지하면서도 인간적인 몸짓이 묻어나야 했어요. 발레단 하인스 쉬펄리 예술감독은 저에게 진짜 스승님이셨어요.”

 하지만 3년 만에 떠난다. “너무 예뻐하신 거죠. 1년에 300일 이상 공연하고, 원 캐스팅이었고, 절대 실수 해선 안 되고…. 이러다 서른 살 되기 전에 그만둘 거 같아 무서워졌어요. 쉬엄쉬엄 하더라도 오래 춤추고 싶어, 도망치듯 빠져 나왔어요.”

 다음 행선지는 네덜란드. “정통 클래식 발레부터 모던까지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각국 무용수 80여 명과 인맥을 쌓는 것도 좋았고요.”

 하지만 그곳 생활도 4년 만에 접는다. “어느 날 토슈즈를 신는 제 모습을 거울로 보는데 어두워 보였어요. 조금만 더 버티면 평생 단원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시기였는데, 그걸 떠올리는 제가 너무 싫은 거 있죠. ‘너 기껏 그거 때문에, 무용이 아니라 조건 때문에?’. 그 순간 박차고 나왔어요.” 그는 현재 스페인 국립무용단 수석이지만 다른 활동도 자유롭게 택할 수 있다.

 김세연은 이번에 국립발레단 ‘로미오와 줄리엣’의 마담 캐퓰렛으로 출연한다. 몬테카를로 발레단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 안무로, 그는 오디션을 보기 위해 직접 모나코로 날아갔다. “배역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경력 몇 년차다, 어디 수석이다 이런 식으로 따지고 잴 필요 있나요. 하고 싶으면 직진해야죠.”

 해외경험이 풍부한 만큼 자신만의 스타일도 있을 터. “훗날 어떤 안무를 하고 싶어요”라고 물었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안무가, 그거 하늘에서 내려오는 거에요. 하고 싶다고 하다간 민폐에요.” 정작 본인은 은퇴하면 프로듀서가 되고 싶단다.

 “무용수끼리 누굴 묶으면 어울릴지, 어떤 작품이 맞는지 보는 눈이 있더라고요.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하고. 돈 끌어올 자신은 없지만 그건 또 닥치면 하지 않겠어요.”

 안정된 큰 길을 벗어나 자신만의 오솔길을 홀연히 걸어온 김세연. 그가 다음엔 또 어떤 새 여정에 나설까.

 ▶국립발레단 ‘로미오와 줄리엣’=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4·15일 오후 8시, 16일 오후 3시·7시30분, 17일 오후 3시. 김지영(줄리엣), 이동훈(로미오), 김세연(마담 캐퓰렛) 등 출연. 5000원∼8만원. 02-587-6181

글=최민우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 발레리나 김세연은 …

-1979년 4월22일생

-167㎝, 48㎏

-선화예중 2년 때 미국 워싱턴 키로프 발레아카데미로 유학

-1998년 유니버설 발레단 입단

-2001년 룩셈부르크 콩쿠르 2인무 1등

-2002년 프라하 콩쿠르 솔로 2등

-2004년 스위스 취리히 발레단 입단

-2007년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입단

-2012년 스페인 국립무용단(수석무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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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