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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제5의 에너지는 ‘절약’

최평락
한국중부발전(주) 사장
에너지의 96%를 수입하는 우리나라가 에너지 걱정 없이 사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새로운 에너지 자원을 개발하지 않는 이상 어려울 것이라고 대다수가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전쟁’으로까지 불리는 ‘에너지 확보 경쟁의 시대’를 걱정 없이 살아가는 방법은 아예 없을까?

 2009년 미국 타임지는 불·석유·원자력·신재생에너지에 이은 제5의 에너지로 ‘에너지 절약’을 제시했다.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다. 대표적인 에너지 기업 셸에 따르면 2050년 전 세계 에너지 수요는 2000년의 3배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석유나 원자력 등 기존 자원의 개발만으로는 이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점점 강도가 높아지는 온실가스 감축의무까지 고려한다면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대체에너지의 대량생산도 아직은 어려운 실정이다. ‘에너지 절약’이 제5의 에너지가 된 배경이다.

 그런데 단순한 생각의 전환만으로는 ‘절약이 새로운 에너지’라는 마술을 현실로 만들기 어렵다. 구체적인 절약 방법에 대한 제시가 필요하다. 더불어 에너지 절약이 경제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실현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흔히들 에너지 절약에 대해 말할 때면 수요측면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정작 에너지 절약의 출발점이자 더 큰 절약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공급측면은 소홀히 한다. 사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전기나 열과 같은 에너지는 대부분 화석연료를 연소시켜 기계적 에너지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 손실이 발생한다. 전기의 경우 이런 손실이 절반을 넘는다. 에너지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손실을 막을 수 있는 기술, 즉 ET(Energy Technology) 개발이 시급한 이유다. 발전기 터빈을 개선해 적은 연료로 더 많은 에너지를 얻거나, 소수력발전으로 그동안 회수하지 못했던 에너지까지 최대한 끌어모으는 게 ET의 사례다.

 에너지 절약이 ‘제5의 에너지’라는 인식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도 필요하다. 이미 시장을 앞서 가는 기업들은 에너지 저소비형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현명한 소비자들 역시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고효율 에너지 제품, 생산과정에서 에너지 비용이 적게 든 제품을 선호한다. 소비 패턴이 바뀌는 것이다. 이는 에너지 절감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을 모토로 한 녹색성장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음을 미리 알려주는 시그널이다. 에너지 절약이 단지 소극적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얘기다. 에너지 절약을 정보화 시대 이후 도래할 ‘절약의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자 ‘절약 사회(Conserver society)’를 이끌 성장동력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원이 없어도 너무 없는’ 나라다. ‘에너지 절약이 곧 새로운 에너지’라는 마술을 현실로 바꾸지 않는다면 영원히 걱정에서 벗어날 수 없다. 에너지 생산의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찾고, 또 에너지 절약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는 경제적 트렌드를 빨리 읽어야 한다.

최 평 락 한국중부발전(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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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