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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부른 층간소음 … 대한민국의 비극

11일 오후 서울 면목동의 A아파트 단지에는 무거운 적막감이 흘렀다. 이틀 전인 9일 김모(45)씨가 층간소음 문제로 다투다 위층에 사는 인테리어 업자 김모(32)씨 형제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의 여파였다. 사건 당일 김씨는 아파트 6층의 지인 박모(49·여)씨 집에 놀러 갔다. 박씨가 “시끄럽다”며 7층에 인터폰을 걸어 말다툼을 하다 분을 참지 못하고 위층으로 올라가자 따라 나섰다. 여성들 간 말다툼으로 끝날 수 있었던 사건은 1층에서 남자들끼리 다시 시비가 벌어지면서 대형 사건으로 비화했다. 격분한 김씨가 형과 동생을 차례로 흉기로 가격해 ‘과다출혈’과 ‘쇼크로 인한 심장마비’로 사망케 했다. 현재 경찰은 달아난 범인 김씨의 행방을 쫓고 있다.

 10일 서울 목동에서는 박모(49)씨가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던 홍모(67)씨의 집에 쳐들어가 인화성 물질이 든 유리병을 던졌다. 박씨에 대해서는 방화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층간소음 갈등에서 시작된 강력 사건이 늘고 있다. 지난해 10월 광주에선 흉기로 이웃을 찌르는 사건이, 2011년 5월 서울 은평구, 2010년 4월 경기도 남양주 등에선 이웃을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또 환경부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가 개소한 지난해 3월부터 그해 12월사이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은 7021건이었다. 센터 개소 전인 2005~2011년 7년간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접수된 층간소음 관련 민원 건수(1871건)의 4배 가까운 수치다. 전체 민원의 73.1%(1338건)는 아이들이 뛰거나 쿵쾅거리며 걸을 때 나는 소음 문제였다. 공동주택 비율이 71%(2010년 기준)인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처럼 층간소음 분쟁과 사건이 끊이지 않는 건 마땅한 갈등 조정 기구와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면목동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중랑경찰서 관계자는 “층간소음과 관련해 딱히 맞아떨어지는 법 규정을 찾기 힘들다”며 “신고받고 출동해도 화해를 주선하는 것 이상의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경범죄특별법상 ‘인근 소란’이 있지만 규정이 모호한 데다 처벌도 3만원의 범칙금에 그친다. 소음·진동관리법은 공장·공사·교통·항공기 소음 등에 대한 규제 기준이 있지만 층간소음에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아파트 시공사를 상대로 하자보수 소송을 제기하거나 위층 주민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도 승소 확률은 매우 낮다. 윤홍배 변호사는 “아래층 주민인 원고가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데 고의 과실임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2005년 피해 인정기준(낮 55㏈ 이상, 밤 45㏈ 이상)을 정했지만 기준이 높아 지금까지 인정된 사례가 없다. 위원회는 올해부터 인정 기준을 낮췄다.

 선진국에서는 층간소음을 공공성을 해치는 행위로 규정하고 엄하게 처벌한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공동주택 거주자가 소음을 일으키면 관리사무소가 경고를 주고 3회 이상 어기면 강제 퇴거한다. 독일에서는 불필요한 소음을 낼 경우 연방질서위반법에 따라 약 630만원의 과태료를 물린다. 또 소음을 공해로 규정해 소음 배출이 가능한 시간대도 따로 정했다.

 국내에선 아파트 건설 시 바닥공사 기준을 강화하고 아파트 관리사무소 차원의 갈등 조정 기구를 만드는 것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차상곤 주거환경개선연구소 소장은 “건설 승인 시 현재 국토해양부가 정한 공동주택의 바닥충격음 기준을 현재의 50㏈ 이하에서 40~45㏈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층간소음 민원의 대부분이 아이들의 발걸음 소리로 대표되는 중량충격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부산·대구 등의 3개 아파트에서 층간소음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한 결과 관련 민원이 20건에서 두 건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층간소음 문제는 사회병리적 현상이 되고 있다”며 “이웃 주민들 간 배려와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 주요 해결책”이라고 조언했다.

이정봉·민경원·정종문 기자

◆층간소음 기준=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올해부터 적용하고 있는 층간소음 피해 인정 기준은 낮 40㏈ 이상, 밤 35㏈ 이상이다. 40㏈은 성인이 발 뒤꿈치를 이용해 체중을 싣고 걸을 때 발생하는 정도의 소음이다. 소음 지속시간도 5분에서 1분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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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