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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호의 시시각각] 이 사람 보통사람, 믿어주세요

남윤호
논설위원
본인은 물론 아들도 군대 갔다 와, 위장전입 한 적 없으니 주민등록 깨끗해, 증여할 재산은커녕 대출이자 갚기도 벅차, 특정업무경비가 뭔지도 몰라…. 인사청문회에서 털어도 먼지 하나 안 나올 청정 스펙이다. 다만 높은 분의 부름을 전하는 전화가 안 걸려 온다는 게 흠이다.

 요즘 보통사람들 술자리에서 흔히 오가는 썰렁한 농담이다. 이런 자조(自嘲),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최근 큰일 하는 자리에 지명된 후보자들의 이력이 그 발원지다. 특히 김용준·정홍원 두 총리 후보자의 아들들이 죄다 군 면제자다. 아들 군대 보낸 분들 가운데는 마땅한 총리감이 그리도 없었나. 아니면 큰일 하실 분이니 아들 병역 문제쯤 대수롭지 않다고 본 걸까.

 물론 군대에 가고 싶어도 못 간 당사자들에겐 나름 애타는 사유가 있었을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보통사람들 마음은 편치 않다. 군에 아들 보내놓은 부모들 마음은 더 그렇다. 지도층 아들들은 원래 약골이 많다는 무슨 유전법칙이라도 있는가. 저체중, 통풍, 허리 디스크…. 정당한 군 면제 사유가 소명될 때마다 국민들의 건강상식은 하나씩 늘어간다. 20대 젊은이도 통풍을 앓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허리 디스크도 치료와 수영으로 완치할 수 있다…. 다음엔 또 무슨 건강상식이 보태질지 궁금하다.

 보통사람은 아들을 군대에서 뺄 생각도 못하고, 그럴 재주도 없다. 보통 아들들은 나라가 부르는 대로 묵묵히 청춘을 바친다. 지금 영하 20도를 밑도는 혹한에서도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자기 자식 귀하면 남의 자식 귀한 줄도 아는 게 보통사람이다. 한 번은 실수, 두 번은 우연의 일치로 넘길 수 있다. 세 번부터는 각본 아니면 음모로 볼 수밖에 없으니, 다음 각료 인사를 유심히 지켜볼 따름이다.

 일각에선 작은 정의에 너무 매달리지 말고 통 크게 보자는 주장도 나온다. 큰일 하실 분들에게 작은 일로 깔짝거리지 말자는 뜻이다. 그러나 작은 정의가 하나 둘 흔들리면 큰 정의도 세우기 어렵다. 그래서 큰일 하실 분들이 먼저 잘 해야 하는데도 보통사람 눈높이에 못 미치니 냉소가 자욱하게 깔리는 것 아니겠나.

 그런 냉소 심리를 자극하는 게 하나 더 있다. 정홍원 후보자의 보통사람 코스프레다. 보통사람이라는 말,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았나. “이 사람, 보통사람입니다. 믿어주세요.”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87년 후보 시절 유세에서 자주 한 말이다. 82~84년 KBS의 TV드라마 ‘보통사람들’의 인기로 국민에게 각인된 ‘보통사람=서민’ 이미지를 차용한 것이다. 군부 색채를 가리는 데 큰 효과가 있었던 레토릭이다.

 정 후보자가 스스로를 보통사람이라고 묘사한 근거는 학벌과 스펙이다. 뛰어난 대학 나온 것도, 특별한 스펙이 있는 것도 아니라 했다. 그런데 그가 나온 성균관대는 어떤 곳인가. 지난해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단독 5위를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모교인 고려대보다 높은 순위다. 박병석 국회부의장을 비롯,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유민봉 총괄간사와 안종범 위원의 모교다. 이게 보통 대학인가. 또 사법고시에 붙은 것도, 검찰 고위직을 지낸 것도 정 후보자에겐 특별한 스펙이 아니란 말인가. 보통사람들에겐 과공비례(過恭非禮)다. 그가 아무리 보통사람이라고 해 봤자 곧이듣는 사람은 없다. 자칫하면 보통사람을 중히 여기겠다는 박근혜 당선인의 진정성이 의심받는다.

 정 후보자는 새누리당 공직자후보추천위원장 시절 이렇게 말했다. “보통사람의 사고에 기초해 자신의 영달보다 국민의 복리와 영달을 우선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옳은 말이다. 경위야 어찌 됐든 총리 후보자로 지명됐으니 보통사람인 척하지도 말고, 스스로 보통사람이라고 착각하지도 말기 바란다. 그저 보통사람이 어떻게 살고, 무슨 생각을 하며,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주면 된다. 그게 진짜 보통사람들이 원하는 바다.

남 윤 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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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