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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들꼬들 야들야들 난 황태가 아니오 굴비요

온난화로 고온다습해진 서해안 대신에 황태덕장으로 유명한 강원도 인제군 용대리에서 올겨울 처음으로 굴비가 생산됐다. 일교차가 크고 강풍이 부는 곳이다. 눈 쌓인 용대리에서 굴비업체 일광수산의 고강석 본부장(오른쪽)이 신세계백화점 안철기 수산 담당 바이어에게 ‘동해안 굴비’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 신세계백화점]

먹거리 명산지가 대이동하고 있다. 서해안 굴비가 미시령을 넘어 동해안 고지대로 가고, 사과 산지는 대한민국 최북단 비무장지대(DMZ) 바로 앞까지 북진했다. 제주도가 아니라 전라도·충청도에서 자라는 ‘육지 한라봉’도 각광받고 있다.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때이른 한파와 폭설, 평균기온 상승 등 이상 기후가 생태계를 바꿔놓는 가운데 더 나은 품질의 먹거리를 만들려고 애쓴 사람들의 땀방울이 거둔 결과다.

설악산 미시령 아래에 있는 강원도 인제군 용대리. 해발 600m 고지대인 이곳은 겨울 한낮 최고 기온도 영하 15도다. 초속 10m의 강풍이 부는 건조한 날씨에 일교차가 20도나 돼 황태 말리기에 제격인 곳이다. 국내 황태의 70%를 생산하는 이 ‘황태마을’에 올겨울 굴비가 나타났다. 지난 11월부터 굴비 1150두름(1두름은 20마리)이 이곳에서 찬 동해 바람을 맞으며 꼬들꼬들 말랐다.

 본래 굴비는 영광·법성포 등 서해안이 유명하다. 굴비의 원재료인 조기 산지 근처에서 바로 말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난화로 서해안 날씨가 따뜻해지고 습한 바람이 불면서 살이 물러지는 등 굴비 품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잦아졌다. 굴비는 일교차가 심한 추운 날씨여야 살이 기름지고 쫀득하게 잘 마른다. 중국에서 서해안으로 불어오는 황사나 스모그가 묻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왔다. 멀리 동해안 황태마을까지 조기를 가져와 굴비로 말린 이유다. 일교차가 크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용대리는 한여름만 빼고 1년 내내 굴비를 말릴 수 있는 날씨다. 물류비를 감수하고 동해안에서 굴비를 말린 보람은 있었다. 서해안에서 말릴 때보다 훨씬 기름지고 꼬들꼬들한 굴비가 나왔다.

신세계백화점은 시험 삼아 말려본 ‘용대리 굴비’ 2300세트를 올 설에 판매했다. 10마리에 20만~80만원 하는 고가 상품인데도 5억원어치 넘게 팔렸다. 이 백화점 수산 담당 안철기 바이어는 “설 세트 반응이 좋아서 앞으로도 계속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남해안이 주산지인 전복도 동해안에서 새 거처를 찾고 있다. 전복은 전남 완도 일대에서 전체 물량의 80% 이상이 출하된다. 2010년 무이파 태풍이 완도를 덮치자 ‘전복 대란’이 일어난 이유다. 이런 이유로 몇 년 전부터 동해안인 경북 포항의 구룡포에서 전복 양식이 시도되고 있다. 파도가 강한 동해안에서는 그물이 떠내려갈 수 있기 때문에 앞바다를 제방으로 둘러싸고 그 속에서 전복을 양식한다. 자연 상태와 가까운 넓은 공간 덕에 전복 품질은 그물 양식보다 더 좋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동해안 전복을 15t가량 판매했고 올해 5월 다시 들여올 예정이다.


 과채류의 북진은 더욱 뚜렷하다. 이제 대구 사과는 옛말이 될 듯하다. 온난화로 인한 사과 재배지의 북상(北上)은 계속돼 올해는 비무장지대 근처에서 기른 ‘DMZ 사과’를 대형마트에서 볼 수 있게 됐다. 롯데마트는 올해 11월 강원도 양구 사과를 첫 판매할 예정이다. 사과 재배지는 냉해 피해를 보지 않는 한도 내에서 추우면 추울수록 좋다. 일교차가 심할수록 사과가 단단해지고 과당도 많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롯데마트 신경환 과일 담당 바이어는 “위도가 높을수록, 위도가 같으면 고도가 높을수록 맛있는 사과가 나온다”며 “양구는 위도가 높은 데다 해발 400~500m로 고도도 높아 맛있는 사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서해안 사과’는 이미 최고급품 대접을 받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최고등급인 ‘5스타’ 사과는 충남 태안에서 재배된다. 태안은 여름철 일조량이 많고 태풍 피해가 적다. 또 바닷바람에 소금기와 미네랄 성분이 함유돼 있어 사과의 당도가 다른 산지보다 1~2브릭스(Brix·물 100g당 들어있는 당의 그램수를 측정해 당도를 재는 단위) 높은 14~16브릭스다. 수박에 소금을 조금 치면 단맛이 더 강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배의 대표 산지로 꼽히는 전남 나주에선 배 밭 옆 하우스에서 자라는 한라봉을 흔히 볼 수 있다. 나주의 골든벨 한라봉, 전남 고흥의 하나봉, 전남 보성의 녹차골 부지화 등은 대표적인 ‘육지 한라봉’이다. 일조량이 높을수록 과일의 당도도 높아진다. 나주는 제주보다 1년에 400~600시간 일조량이 많다. 나주 한라봉은 갤러리아백화점 본점의 프리미엄 수퍼 ‘고메이494’에도 입점한 고급품이다. 가락시장 경매가 기준 3㎏ 한 박스에 제주 한라봉은 2만~2만4000원, 나주 한라봉은 2만2000~2만7000원이다. 김효식 갤러리아백화점 청과 담당 바이어는 “나주는 일조량이 많은 데다 열을 쬐는 방식까지 동원해 키우기 때문에 제주 한라봉보다 단맛이 강하고 신맛은 적은 맛있는 한라봉이 나온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11월 충북 충주산 ‘유기농 탄금향(한라봉과 천혜향을 교접한 품종)’을 판매했다. 같은 품종인 제주 ‘레드향’보다도 한 달 먼저 출시된 것이다. 아열대 과일이지만 온난화로 충주 지역의 기온이 상승하고 비닐하우스 재배 기술도 발달하면서 주산지인 제주보다도 오히려 출하 시기가 빨라졌다. 따뜻한 일본에서나 자라던 특수 채소 오크라는 전남 보성, 경기도 안산에서도 재배된다. 일본에서도 최남단인 오키나와의 특산물 여주도 경남 함양에서 생산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황영환 청과 바이어는 “배는 경기도 화성, 복숭아는 경기도 파주, 포도는 강원도 영월까지 북상했다”고 말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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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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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