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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드라마 '사랑과 전쟁' 인기 비결

남의 불행을 엿보며 자신의 현실에 안도감을 느끼기 때문인가. 이혼 위기에 놓인 부부들의 다양한 갈등을 그리는 KBS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금요일 밤 11시5분)의 기세가 꺾일 줄 모른다. '심야 시간대+톱스타 부재'라는 두 가지 악재 속에서도 3년 넘게 시청률 20%대를 유지하고 있다.



위기의 부부들 "어, 우리 얘기네"

마침 통계청은 지난달 '2002 한국의 사회지표'를 통해 조이혼율(인구 1천명당 이혼건수)이 세계 3위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한국의 이혼 세태와 '부부 클리닉…'의 인기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그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본다.



"왜 함부로 남의 이야기를 쓰는 거요. 그냥 놔두지 않겠어."



토요일 오전 '부부 클리닉…'제작팀엔 이런 전화가 수시로 걸려 온다.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직접 찾아오는 이도 있다. 방송된 내용이 동성애 등 특수한 주제여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들의 항의는 억지다. 스토리의 30% 이상은 극적 효과를 위해 가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이 프로그램 속엔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거울로 들여다보는 듯한 적나라함이 숨어 있다.



지난 15일 오전 KBS 본관 스튜디오.



5일간의 야외 촬영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법원 조정위원회 장면을 찍는 자리다. 조정위원장 역을 맡은 신구씨와 조정위원 역의 김흥기.정애리씨가 열심히 대본을 고치고 있다. 일반 프로그램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적어도 이 공간에서만은 신씨는 판사에, 김씨는 정신과 의사에, 정씨는 여성학자에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다.



녹화가 끝나면 인근 호프집에서 열띤 토론이 벌어진다. 이 자리엔 출연자는 물론 장성환 책임 PD와 담당 PD 5명이 모두 참여한다.



"내 친구 얘긴데…" 다양한 소재들이 이 자리에서 새롭게 등장한다. 한 주간 인터넷에 접수된 40~50여건의 제보도 논의된다.



신구씨는 "다른 촬영 일정을 변경할 정도로 빠질 수 없는 이 자리가 우리 프로그램의 힘"이라며 "방송 내용에 대해 솔직한 의견들을 나누곤 한다"고 말했다. '부부 클리닉…'의 성공 뒤에는 이처럼 제작진과 연기자의 열성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은 시청자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방송이 끝나면 시청자들에게 이혼의 찬반 여부를 묻는데, 매회 1만~2만여명이 참여한다. 응답자의 60% 정도는 이제 막 부부가 됐거나 부부가 될 20~30대. 이 프로그램을 당장의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고 있는 셈이다.



재미있는 것은 시청자들이 이혼에 매우 관대해졌다는 것이다. 시청자의 70% 이상이 여성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런 현상은 뚜렷하다.



1990년대 비슷한 포맷의 '드라마 게임'에선 응답자의 90% 이상이 가정 유지를 주장했는데 이젠 거꾸로 70% 정도가 "이혼하라"고 한다. 특히 간통이나 폭력 등 개인적 문제에 대해서는 양보가 없다. 대신 결혼 전의 일이나 일시적 일탈, 스토킹 등 사회 문제에 대해선 비교적 관대하다.



친구의 애인이었던 부인을 의심하며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을 그린 '멍드는 아내'편에선 90.4%가 "당장 이혼하라"는 의견을 냈다. 낭비벽이 심한 젊은 아내를 다룬 '왕비부인'은 무려 25만 8천여명이 참가해 97%가 남편에게 이혼을 권유했다.



이에 반해 가정밖에 모르던 아내가 일시적인 춤바람 유혹에 빠진 '춤바람'과 '아줌마들의 저녁 식사'는 11~20%만이 이혼에 찬성했다. 과거 술집에서 일했던 경력이 갈등의 원인이 된 '새 엄마의 과거'에서도 82.3%가 이혼에 반대했다. 남자를 밤마다 괴롭히는 '옹녀 부인'편은 67.6%가 이혼을 반대해 개방된 성의식을 보여줬다.



장성환 책임 PD는 "시청자들의 반응은 우리 사회의 달라진 이혼관을 반영한다"며 "우리 프로그램이 오히려 이혼을 조장하는 일이 없도록 늘 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많은 시청자들은 '부부클리닉…'에 비친 남의 집 눈물과 한숨을 보며 자신의 현재를 돌아본다. 또 남의 가정에도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이혼의 예방주사 역할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되는 셈이다.



중요한 건 '이불 속 이야기'를 끄집어 내겠다는 용기였던 것이다. 시인 바이런도 "결혼은 폭풍의 바다에 걸린 무지개"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상복 기자



<사진 설명 전문>
남편의 외도를 안 부인이 고소와 취하를 반복해 고통을 준다는 내용의 ‘아내의 복수’편. 지난 17일 방송돼 네티즌의 76.7%가 이혼을 찬성했다. 이렇게 '부부클리닉…'은 부부간의 내면 얘기를 실감나게 그려 인기를 끌고 있다.





***신구.김흥기.정애리 조정위원이 본 '부부'



★ "부부란 서로 꼭 마음에 들어야만 사는 게 아닙니다. 모자라는 나머지 반쪽을 가져와 나에게 채우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모자라는 부분을 내가 채워줘야 한다고 생각하며 사는 게 부부입니다."



★"한 가정이 진흙탕으로 변하는 것도, 꽃밭으로 가꾸어지는 것도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일은 아닙니다. 먼 훗날 당신의 가정이 어떤 모습이기를 원하십니까?"



★"부부관계란 몸으로 나누는 대화입니다. 대화는 두 사람이 하는 거지, 일방적으로 혼자 하는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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