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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좋아, 같이 흘러가고 있죠

사진이 맺어준 세 사람의 인연은 ‘류가헌’에서 집을 이루고 결국 부부의 연으로까지 흘러갔다. 왼쪽부터 그래픽 디자이너 박광자씨와 각각 사진가이자 편집자인 이한구· 박미경씨 부부. [오종택 기자]


사진 좋아하는 마음이 통해서 같이 놀던 ‘사진 남녀’ 셋이 있었다. 각기 다른 일터에서 프리랜서로 뛰면서 호흡을 맞춰보던 그들은 마흔 줄이 넘어서자 종일 함께 놀아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걸 알고 막연히 꿈꾸던 집 하나를 꾸리기로 했다.

문화 창업 리포트 ⑤ ‘류가헌’ 이한구·박광자·박미경



 서울 통의동 사진갤러리 ‘류가헌(流歌軒)’은 탄생부터 이야기가 풍부하게 흐르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다. 사진작가 이한구(45), 그래픽 디자이너 박광자(49), 글쟁이 박미경(45)씨는 ‘사진을 으뜸으로 삼는다’는 ‘사진 위주’ 갤러리(mainly photograph’s gallery)를 열어놓고 풍류마당에서 신나게 구르는 중이다.



“미경씨에게 아는 형님이 붙여준 인디언식 이름이 ‘흐르면서 노는 자’였어요. 노는 김에 다 같이 흐르면서 놀자고 류가헌이라 붙였는데 한문학자 한 분이 택호에는 흐를 류(流) 자를 쓰는 게 아니지만 그 뜻이 좋아 너끈히 액운을 이기겠다고 하더군요.”(이한구)



관리가 허술해 폐가가 되다시피 한 서울 서촌 한옥에 세 사람이 모인 게 2009년 봄날. 쓸고 닦고 기름칠 하며 슬슬 시동을 걸어 이듬해 3월 25일 개관전 ‘우리 사진가 6인의 봄봄’으로 사진판에 인사를 올렸다. 세 사람의 작업실을 겸한 한옥은 사진가들 사이에 사랑방으로 소문이 나 문턱이 닳을 지경이었으니 이름 그대로 슬슬 흘러가는 것이었다.



‘류가헌’이 2010년 6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이상엽씨의 ‘이상한 숲 DMZ’ 전시에 발행한 신문형 도록 뷰스 페이퍼(View’s Paper).
“각자 재능을 내놓은 셈이니 다른 전시장과 뭐 하나가 달라도 달랐죠. 미경씨가 관장을 맡고 있지만 우린 관장(館長)이 아니라 관장(管掌)이라 불러요. 초대장 쓰는 것부터 커피 만드는 일까지 온갖 걸 다하죠. 도록도 신문 판형으로 만들어 보는(view) 팸플릿을 지향하고요. 한구씨가 다큐멘터리 사진집단 ‘사실’에서 활동했고 산 잡지에서 일하던 산악인이라 자연스럽게 기록 사진 작가들, 산 사람들이 알음알음 모여듭니다. 동병상련이랄까.”(박광자)



2010년 12월 열렸던 ‘강운구를 핑계삼다’는 사진 동네에서 류가헌의 성가를 드높인 ‘사진 위주’다운 전시로 꼽힌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강운구 선생의 칠순을 맞아 후학들이 꾸린 기념전이었지만 50년을 기록사진을 고집하며 꼿꼿하게 살아온 그의 정신을 되새기는 전시장소로 그만한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음 달 5일 막을 올리는 ‘구본창의 작업 노트’도 류가헌이기에 가능한 기념전이다. 영원히 늙지 않을 듯 소년의 감수성을 지닌 사진작가 구본창 선생이 회갑을 맞는다니 그냥 있을 수 없다며 제자들이 판을 깔아드리는 것이다.



올해 두 번째 열었던 ‘포토북 페어(Photobook Fair)’는 셋이 뭉쳤기에 가능한 사진 책 견본시장이었다. 국내에서 발행된 사진 관련 책 400여 권을 전시·판매하고 ‘사람(寫談)을 나누다’란 제목으로 사진가 8명을 불러 관람객과 대화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류가헌에 소식회원으로 등록한 뒤 사진 얘기로 소통하는 식구가 2000명을 넘어섰으니 든든하다.



“셋 다 제 일을 하고 있어서 굴러가고 있지만 이 녀석(류가헌)이 스스로 돌아갈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람들이 모여들고, 공감의 감동이 일어날 때 류가헌이 생물처럼 느껴져서 느꺼울 때가 많거든요. 우리가 하는 걸 본 젊은 사진가 부부가 제주도에 내려가 사진으로 심신을 치유하는 자그마한 캠프를 냈다고 해서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 싶었죠. 우리가 여기 서촌 한옥 마을로 들어올 때는 문화 공간이 거의 없었는데 이제는 세 사람의 친구들이 하나 둘씩 옆으로 이사 와서 일하는 데 탄력이 붙었어요.”(박미경)



흘러가면서 노래하는 집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오래오래 지켜보리라.



글=정재숙 문화전문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 ‘류가헌’ 창업 비용은 …



‘류가헌’은 한옥 두 채가 나란히 기와지붕을 맞댄 형태다. 40여 평 한옥 갤러리 채는 서까래들이 내려다보는 ‘ㄱ’자 형 전시 공간 밖에 툇마루와 잔디마당이 있어 시 낭송회나 소박한 공연과 잔치를 벌일 수 있다.



 30여 평 작은 한옥 채는 디자인 스튜디오 ‘여름’과 사진 책이 가득한 커피숍, 세 사람의 작업실이다. 해외에 거주하는 한옥 주인은 쇠락해가는 집에 기를 불어넣어주고 의미 있는 장소로 발전시킨다는 조건으로 저렴하게 임대해주었다.



 동업자라 할 세 사람이 부담한 수리비 및 관리비는 1억 2000만원. 특히 돈을 아끼지 않고 발행하는 신문 판형 무크지와 도록 뷰스 페이퍼는 그 자체로 작가의 포트폴리오(작품집) 구실을 하면서 류가헌 만의 색깔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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