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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근영의 그림 속 얼굴] 우주

한묵, 공간, 1981, 110×195㎝, 캔버스에 유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권근영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1969년 7월 20일, 닐 암스트롱(1930∼2012)이 인류 최초로 달에 첫 발걸음을 디뎠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장면은 TV를 통해 전 세계에 중계됐다. 시청자 중엔 쉰다섯의 화가도 있었다. 식민지에서 태어나 해방과 6·25를 겪으며 반세기 넘게 살아온 1914년생의 장년 남자에게 얼마나 더 놀랄 일이 남았을까. 그러나 화가는 달 착륙에 충격받아 3년을 끙끙 앓았다. 저 우주적 공간에 시간의 개념을 더한 4차원의 세계를 어떻게 2차원 평면에 담을 것인가를 화두로 안고서다. 당시 “어디가 끝인지 알 수도 없는 무한한 우주 속에 살면서 그 우주 공간을 느끼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고 적었다. 재불화가 한묵(99)은 수직 수평의 그림에 그때부터 사선을 도입했고, 컴퍼스로 원과 나선형도 그려 넣었다. 한국 추상 미술 1세대의 기하 추상은 그렇게 나왔다. 소용돌이 모양이 역동적으로 뻗어 나가는 원색의 그림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그 어떤 ‘힘’에의 도전”이라는 게 그의 지론.



 예술가는 직업적으로 꿈꾸는 사람이다. 지난해 여름, 10년 만의 개인전을 여는 그에게 이렇게 물었다. “곧 100살이 됩니다. 화가로서 행복하셨나요.” 귀가 어두운 화가는 종이에 적어 넘긴 질문을 큰 소리로 읽었다. 심장 수술을 받은 2005년쯤 붓을 놓은 그였다. 생존 최고령 한국 미술가일 그의 대답은 이랬다. “난 나이를 잊어버리고 있소. 100살이니 90살이니 생각하지 않아요. 지금 살고는 있지만 어떤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죽을 사람이거든. 죽음 가운데 있고, 그러면서 산다고 봐야 해요. 때가 오면 가는 거예요. 심각하게 생각할 거 없어요.” 일찌감치 이 도시 밖, 이 나라 밖, 이 지구 밖을 생각해 온 사람이 느끼는 시간이란 그랬을 거다.



  한국의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지난달 30일 오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우주로 날았다. 세 번 만의 성공이었다. 그날 밤 네 살배기 아들을 안고 TV 뉴스를 봤다. 다음 날엔 신문 1면 기사를 읽어줬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아이는 꼬물꼬물 로켓을 그리고, 전단을 돌돌 말아 로켓이라며 갖고 논다. 이 다음엔 우주선 만드는 사람이 되겠단다. ‘태권V’나 ‘마징가Z’ 애니메이션을 보며 ‘김박사’가 되길 꿈꿨던 우리보다 이 아이들의 꿈은 좀더 구체적이고, 현실에 가깝지 않을까. 다른 꿈을 꾼다는 것, 꿈의 넓이가 확장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지금 어디선가 이번 일에서 작품에 영감을 얻는 예술가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권 근 영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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