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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동반위 ‘빵집 규제’는 시장 거스르는 포퓰리즘

김영민
경제부문 기자
“장사는 우리가 하는데 사업계획은 왜 동반위가 정하는 거죠? 이거 계획경제하고 다른 게 뭡니까?” 5일 오전, 한 프랜차이즈업체 관계자는 상기된 목소리로 기자에게 이렇게 되물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빵·외식업 등 14개 서비스업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발표된 직후다.



 하지만 발표 직전까지도 최종안을 둘러싸고 동반성장위 위원들 간에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한 대기업 출신 위원은 “좀 더 신중하게 결정하자고 했지만 중소기업 측 위원들과 동반위가 밀어붙였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결국 예정시간보다 한 시간 지연된 오전 10시가 돼서야 적합업종이 공표됐다. 발표 현장에 있던 프랜차이즈 빵집 관계자는 “어떤 국가에서도 ‘도보 500m, 신규출점 규모 2% 내 제한’ 같은 규제는 하지 않는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날 유장희 동반위 위원장은 발표 내내 “이번 발표안은 민간이 서로 ‘협의’해서 만든 시장질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발표안은 대·중소기업 간 ‘아름다운 합의’라기보다 ‘반관반민(半官半民)’ 성격을 띠는 동반위가 당초 계획대로 밀어붙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동반위는 “무너져가는 골목상권을 지키고 영세상인들의 생존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어렵게 커온 중견업체와 또 다른 골목의 프랜차이즈 자영업자들은 외면하는 결과를 빚었다.



 사실 중기적합업종제도는 1979년부터 2006년까지 시행하다 온갖 부작용으로 정부 스스로 접었던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의 복사판이기도 하다. 당시 유모차·문구류 등이 지정됐지만 결과는 외국업체들에만 과실이 돌아갔다. 100만원이 훌쩍 넘는 유럽산 유모차가 ‘국민 유모차’처럼 돌아다니고 있고, 일본산 필기구와 미국산 노트가 문방구를 휩쓸고 있다. 이번 결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동네 돼지갈비집을 보호한다고 20~30대 여성들이 선호하는 빕스나 애슐리 등 국내 패밀리 레스토랑이 기계적으로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한 시장 전문가는 “서비스업 생산성 저하, 영세한 산업구조 등 우리나라 서비스업의 해묵은 문제들은 ‘골목상권 보호’라는 포퓰리즘에 묻혀버렸다”고 평가했다.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또 있다.



 시장은 정부나 당국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종합부동산세’로 대표됐던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이다. 서민 경제를 위해 집값을 잡겠다고 밀어붙인 정책이 주택거래 침체와 하우스푸어 양산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짐이 돼 버렸다. 소비 침체와 투자 부진에 시달리는 한국경제에 중기적합업종 규제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 지금이라도 다시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정부의 의도가 아무리 좋더라도 시장을 거스르는 정책은 감당키 어려운 후유증을 부른다.



김 영 민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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