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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박근혜와 북한 핵실험

장달중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가 고조되고 있을 때다. 흐루쇼프 소련 총리가 케네디 미국 대통령에게 말했다. “대통령, 우리와 당신은 이제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매듭의 끈을 서로 잡아당겨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우리 둘이 그 끈을 잡아당기면 당길수록, 매듭의 끈은 더욱더 단단하게 묶여 ‘전쟁의 위험이 더욱 증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매듭이 너무 꽉 묶여 그것을 묶은 사람조차 풀 수 없는 순간이 올 것입니다. 그때는 그 매듭을 잘라내는 일이 필요할 것입니다.”(로버트 저비스의 ‘포린 어페어스’(2013년 1/2월호)지 논문에서 인용)



 지금 흐루쇼프가 우려했던 상황이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 강화 결의에 북한이 3차 핵실험으로 응수할 태세다. 이럴 경우 유엔 안보리의 군사적인 추가제재도 피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북한은 이것을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전쟁의 매듭 끈을 서로 잡아당기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다가는 어느 누구도 이 매듭의 끈을 풀 수 없는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릴지 모른다.



 물론 이 끈을 잡아당기지 않는다고 하여 북핵 문제가 바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기껏해야 북한의 3차 핵실험을 중단시키는 현상(status quo)유지에 그칠 뿐이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현상유지는 지극히 불안정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이 현상이라도 유지하지 않으면 안 되는 냉엄한 안보적 현실에 처해 있다. 왜냐하면 북한의 3차 핵실험은 한반도 안보 현상의 타파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안보적 대립의 성격을 전혀 다른 차원으로 에스컬레이트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이 종래의 플루토늄이 아니라 우라늄 농축에 의한 핵 물질로 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소형 핵탄두를 손에 넣을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는 ‘2013년은 미국과 한국의 동시 정권교체로 신이 한반도에 내린 대화의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미국은 북한과 대화 재개를 염두에 둔 외교 교섭을 모색하고 있었고, 박근혜 당선인도 ‘북핵은 절대 용납 않겠지만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나 대화의 창은 열어’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화는커녕 박 당선인 취임도 전에 전쟁의 매듭이 더욱 묶여가는 느낌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 지상에서 거론되고 있는 대응 방법은 3가지 정도다. 하나는 북핵 폐기를 단념하고 반(反)핵확산에 주력하는 입장이다. 지금 안보리 제재가 의도하고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전략 대신 북한 핵개발 프로그램의 리스크를 최대한 억제하는 전략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 주도의 미사일 방어(MD)체제에 참가하는 전략이다. 북한의 핵을 인정하고 방어막을 치자는 얘기다. 셋째는 우리도 핵을 보유해 북핵과 ‘공포의 균형’을 이루어 북한을 억제하자는 주장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세 가지 선택이 모두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과 ‘함께 살 수밖에 없다’는 체념론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북핵 절대 불용을 내세우는 박 당선인이나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선택들이 아니다.



 박 당선인은 공약사항의 실천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 그래서 핵 불용 공약을 어떻게 실천에 옮길지 관심사다. 그런데 지금 군사적 선택을 배제한다면 박 당선인이 현실적으로 택할 수 있는 전략은 ‘위협’과 ‘약속’을 배합한 ‘강압 외교(coercive diplomacy)’뿐이다. 물론 이 강압 외교도 북한의 핵 개발을 포기시키는 데 별 효과적이지는 못하다. 하지만 그동안 흔히 들어왔다. ‘북한은 위협에 굴하지 않지만, 그러나 위협 없이는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러나 어디까지나 강압 외교는 북한을 궁지로 몰아넣기 위한 것이 아니다. 약속에 의한 평화적 해결을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인 것이다.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나서게 하기 위해 안전을 담보하고 경제발전을 지원할 용의가 있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외교교섭의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저비스의 지적처럼 ‘냉정함과 대담함, 창의력, 그리고 인내심’이 요구되고 있다. 이 때문에 감정적 여론에 휘둘리지 않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방한 중인 페리 전 미 국방장관과 핵 전문가인 헤커 박사가 핵 위기의 매듭을 풀기 위해 보다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박 당선인도 신뢰 프로세스를 시작하기 전에 포괄적인 큰 그림을 제시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장 달 중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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