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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호헌 반박 성명 … ‘강골’ 문인구 전 대한변협회장 별세

1987년 4월 13일. 전두환 당시 대통령은 ‘모든 개헌 논의 중단 및 88년 2월 권력이양 계획’을 발표했다. 이른바 ‘4·13호헌조치’다. 서울대생 박종철씨 고문치사 사건을 계기로 끓어오르던 국민들의 직선제 개헌 요구에 대한 거부였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움직였다. 상임이사회를 소집한 뒤 “헌법과 민주주의, 인권을 무시하는 대통령의 처사는 온당치 못하다”는 성명서를 냈다. 성명은 전국적인 호헌철폐 운동에 불을 붙였다. 6·10 민주화 항쟁의 도화선이었다. 당시 변협회장(34대)으로, 성명서 발표를 주도한 법조계 원로 문인구(사진) 삼일문화재단 이사장이 5일 오전 9시30분 노환으로 별세했다. 89세.

 경기 부천 출신인 고인은 서울대 법학과에 재학 중이던 1949년 제3회 조선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검사로 임관해 법무부 검찰과장 등을 지냈고 재임 중 이화여대, 경희대 강단에 서기도 했다. 12년 간의 검사 생활을 마치고 1963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김덕규 대한변협 사무국장은 “검사 시절 범죄인을 다룰 때 형법적 가치에 머무르지 않고 헌법적 시각에서 보려는 노력을 했던 분”이라며 “강단진 성품으로 후배와 동료 법조인들의 신망이 두터웠다”고 전했다. 고인은 1980년 양분돼 있던 서울지역의 변호사회를 통합한뒤 초대 서울통합변호사회 회장을 지냈다. 대한변협의 이사·부회장을 지낼 때도 수차례 시국성명 발표에 관여했다.

 1980년대 후반, 그가 회장을 맡고 있을 때 대한변협의 사회 참여는 가장 왕성했다. 민주적 가치에 대한 애착이 컸던 고인의 영향도 적지 않았다. 대한변협은 1987년 1월 박종철씨 사건이 공개된 이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운동을 주도했다. 두 달 뒤엔 변협 내에 헌정연구위원회를 발족시켜 독자적 개헌안을 만들기도 했다. 호헌 반대성명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외교 감각도 탁월했다는 평가다. 서울지검 부장검사 시절, 한·일회담(1961년) 대표단으로 협상에 참여했고 1975년 국제변호사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여했다. 1970년대 후반 한·일변호사협의회 설립이 일본 측 반대로 무산되자 설득작업에 나서 성사시켰다. 아시아변호사협회장회의(POLA)의 산파 역할도 했다.

 고인은 1994년부터 삼일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했다. 국민훈장 무궁화장과 한국법률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유족은 아들 제태(전 녹십자생명 전무)씨와 제호(현대모비스 상무)씨 등 2남3녀, 사위 김재동(세미 대표이사)씨와 조규정(전 하이닉스 전무)씨 등이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7일 오전 8시 발인한다. 장지는 충남 천안시 풍산공원묘역이다. 02-3010-2631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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