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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칼럼] 가진 돈부터 보여주세요

심상복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
인기를 얻는 방법은 쉽다. 상대가 원하는 걸 들어주는 거다. 돈이든 밥이든 일자리든 그들이 달라는 걸 주면 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요즘 하는 걸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전국 시·도지사 16명과 만났다. 0~5세 무상보육 확대로 지방정부 재정이 악화될 것이라는 그들의 지적에 중앙정부가 책임지겠다는 뜻을 전했다. 부동산 취득세 감면 연장에 따른 지방정부 세수(稅收) 감소에 대해서도 “그것도 중앙정부에서 채워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국가가 거둔 부가가치세 중 현재 5%만 지방정부에 넘겨주는 걸 20%로 올려달라는 요구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난달 28일 박 당선인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65세 이상 404만 명에게 월 20만원씩의 기초연금을 세금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도 확인했다. “아무것도 없던 시절에 자식을 위해 희생하고 인재를 키우고 새마을운동 등으로 대한민국을 세계 10위 경제규모로 키운 어르신들의 노후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버지의 정신적 유산까지 언급하며 복지확대 논란을 경로효친 사상으로 덮었다.



 문제는 돈이다. 시·도지사들의 31일 요구를 들어주려면 한 해 약 10조원 이상이 소요된다고 한다. 국민연금 미가입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하는 것도 올해 약 12조원이 들어갈 예정이다. 이 이슈는 형평성 문제도 안고 있다. 국민연금 지역가입자들은 매달 18만원씩 10년을 내야 65세 이후 월 22만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달 8일자 칼럼에서 공약은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이렇게 썼다. “박 당선인이 아무리 약속의 정치인이라 해도 그가 한 공약을 다 지킬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재원과 시간에 명백한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기세로 보면 모든 공약을 밀어붙일 태세다. “제가 약속하면 여러분들이 책임져야 합니다.” 지난달 2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그가 한 말은 절대복종만을 요구하는 듯하다.



 재원확보 방안에 대해 그는 크게 세 가지를 말한다. 첫째로 기존 예산 쓰임새를 총점검해 불요불급한 건 줄이겠다고 한다. 둘째로 지하경제를 양성화해 세금을 더 거둘 방침이다. 셋째로 비과세나 감면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는 식으로 예산을 더 확보한다는 것이다. 역대 정권 가운데 이런 방침을 강조하지 않은 정부를 찾기 힘들다. ‘박근혜표 약속’은 다르다고 할지 모른다.



여기 ‘역시 박근혜는 다르다’는 걸 보여주는 방법이 있다. 세금을 더 확보하겠다는 공약부터 지키는 것이다. 선심 정책을 남발하기에 앞서 재원 확보 플랜을 먼저 보여주라는 말이다. 지하경제를 어떻게 지상으로 끌어낼 것이며, 그 경우 세수는 얼마나 늘어나는지 청사진을 보여주라. 세금감면을 없애겠다는 정책 방향은 시작부터 엇박자다.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취득세 감면은 계속하겠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쓸 곳부터 나열하고 재원을 조달하려 한다면 나라빚은 하늘처럼 높아질 것이다.



심 상 복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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