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5살 지능 형길이 "친구야, 메달 너 가져"…뭉클

평창스페셜올림픽 플로어하키 디비전8 결승전이 4일 강릉시 관동대 체육관에서 열렸다. 한국팀 홀트학교는 은메달을 차지했다. 경기가 끝난 뒤 체육관 앞에서 선수와 어머니들이 앞뒤로 앉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은 임동준 선수와 어머니 이두례씨, 가운데는 최경재 선수와 어머니 김영숙씨, 오른쪽은 강신욱 선수와 어머니 신선재씨. [김성룡 기자]


하민정(39·부산시 해운대구)씨는 자신이 이렇게 행복할 수 있을 거라고는 꿈도 못 꿔봤다. 태극 마크를 달고 외국 선수들과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에서 뛴 아들 형길이(15)가 지난 2일 은메달을 걸고 시상대에 섰다. 5~6세 수준의 지능에 충동적, 공격적 성향으로 식당에서 밥 한번 맘 편히 먹지 못했다. 매번 전쟁이었다. 한시도 가만히 있질 못해 사진 한 장 제대로 찍지 못했던 그 형길이가 늠름하게 시상대에 섰다. 그것만으로도 엄마는 가슴이 터질 것처럼 벅차다. 그런데 시상대를 내려온 형길이가 은메달을 벗어 메달 못 딴 친구에게 건넸다. “난 동메달 있으니까 너 이거 가져.” 하씨는 아들이 대견하고 또 대견하다. 자꾸만 눈물이 흐른다.

스페셜올림픽 특별한 엄마들
“난 메달 또 있으니 친구 가지라네요 그런 아들 대견해 자꾸 눈물이 납니다”



세계 지적장애인들의 축제라는 스페셜올림픽이 5일 일주일 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폐막한다. 이 특별한 행사의 개막 수개월 전부터 가슴 졸이며 함께한 이들은 선수의 어머니들이었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키우며, 세상의 편견과 싸우며 눈물마저 말라버린 이들은 당당하게 뛰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스페셜올림픽을 가능케 한 ‘위대한 에너지’ 어머니들을 만났다.



 ◆돌아볼까봐 이름 못 부르고 응원=4일 강릉 관동대 체육관에서 치러진 플로어하키 디비전8 결승전. 개막식부터 관중석을 지킨 김영숙(50·경기도 고양시)·신선재(45·〃)·이두례(48·〃)씨는 이날도 목이 터져라 응원을 했다. ‘대~한민국’ ‘대~한민국’. 그 응원구호에 아이들의 이름은 없다. 지적장애 아이들은 경기를 하다가도 이름을 부르면 무의식적으로 돌아보기 때문이다. 최경재(19)군이 골을 넣을 때마다 어머니 김씨는 17년 전 파상풍으로 병원에 갔을 때 아들(당시 23개월)을 떠올렸다. 문틈에 낀 손가락이 덧난 경재는 혼수상태에 빠진 지 40일 만에 눈을 떴다. 경재의 몸과 얼굴은 완전히 뒤틀려 있었고 뇌는 기능을 상실했다. 뒤틀린 몸으로 골을 넣는 경재의 모습을 보며 김씨는 발개진 눈으로 활짝 웃었다. “경기장에서는 마음대로 울 수 있어서 좋아요.”



 다운증후군을 앓는 골키퍼 강신욱(18) 선수의 어머니 신씨는 “내 아들을 부끄러워했던 건 아니지만 자랑스러워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아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다운증후군으로 태어나 구개열·구순염·중이염을 차례로 앓은 아들이다.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안 거친 과가 없을 정도로 병원을 드나들었다. 지난해 4월 처음 플로어하키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아들은 “공이 무섭다”며 공을 피하기만 했다. 하지만 10개월 만에 골키퍼로, 우리 대표팀의 골대를 지키고 있다.



  “내 인생에 한번 정도만 있을 것 같은 사건이 지금 벌어지고 있어요.” 공격수 임동준(18) 선수의 어머니 이두례(48)씨는 이번 스페셜올림픽을 ‘내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꼽는다. 이씨는 아들 동준이가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도 지적장애인 걸 몰랐다. 알림장 하나 제대로 못 써온다고 나무라기만 했다. 그래서 그는 동준이를 볼 때면 언제나 미안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늠름하게 뛰는 아들을 본 이씨는 가슴속의 응어리가 사라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경기에서 일본에 4대 2로 진 선수들은 시무룩해했지만 어머니들의 얼굴은 환했다. 엄마들끼리 연신 웃어댔다. “ 이렇게 멋진 아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우리에게 오다니 너무 기뻐요.”



 일반인들이 던지는 ‘저 사람 안됐네’라는 시선을 그들은 편견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람들은 동정의 시선으로 이들을 보지만 어머니들은 아이들과 지내는 매일매일이 감사하다. 이씨는 “엄마들은 아이들을 ‘명품가방’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대놓고 자랑할 수는 없지만 늘 데리고 다녀야 한다는 뜻에서다.



3일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컨벤션센터 앞에서 만난 스페셜올림픽 선수와 어머니들. 사진 왼쪽부터 한명선씨와 아들 권재문 선수, 미국 캔자스 출신의 티제이 윌과 딸 헬렌 윌, 하민정씨와 아들 최형길 선수, 정윤하씨와 딸 원희선 선수, 미국 뉴저지 출신의 카렌 샤익. 딸 레베카는 경기 중이어서 사진 촬영에 빠졌다. [김성룡 기자]


 ◆ 우리 애들 장점도 봐줬으면=다운증후군 신드롬을 앓고 있는 크로스컨트리 권재문(18) 선수의 어머니 한명선(49·부산 진구 가야동)씨. 누가 뭐래도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한 아들 재문이를 다시 보게 됐다. “아들을 응원하러 왔는데, 내가 오히려 아들로부터 응원받은 기분이에요. 재문이가 불편한 몸으로 결승선을 향해 끝까지 달려가는 모습을 보곤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구나 했어요. 역경에 굴하지 않는 삶의 자세. 재문이한테서 배웠어요.”



 한씨는 다른 이들이 던지는 경계와 동정의 눈빛도 이젠 견딜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런 눈빛이 싫어 재문이와 나갈 땐 대중교통을 타지 않았던 그다. 18년 동안 한번도. “지적장애인들은 자신을 잘 표현하지 못할 뿐 느끼고 생각하는 건 똑같아요. 그걸 모르는 일반인들이 함부로 하는 바람에 아이들은 쉽게 상처받는 거죠. 좋다고 다가서는데 사람들은 대부분 도망가요. 손 한번 잡아주면 되는데, 눈 한번 마주쳐 주면 되는데….” 한씨는 이번 스페셜올림픽을 통해 다짐한 게 있다. “너무 좋은 기회를 누렸어요. 아이가 뛰는 것을 볼 때마다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부족하지만 더 어려운 이웃을 찾아 봉사하 고 싶어요.”



 정윤하(37·인천시 남동구)씨는 4일 크로스컨트리 선수인 딸 원희선(16) 선수가 “엄마 나, 금메달 땄어”라며 뛰어오자 왈칵 눈물을 쏟아버렸다. 더 이상 아픔의 눈물이 아니었다. 정씨는 “앞으로는 정말 행복하게만 살아갈 자신이 생겼다”며 “희선이는 부족한 나에게 삶의 보람을 주는 버팀목”이라고 말했다.



 ◆ 스페셜하게 선택받은 부모=미국 캔자스에서 온 헬렌 윌(19·크로스컨트리)의 어머니 티제이 윌(49)은 딸을 위해 딸의 명함과 팔찌까지 만들어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명함에는 딸의 사진 이름뿐 아니라 ‘배트맨 영화를 좋아함. 머피와 테이터라는 강아지를 2마리 키움. 승마 등을 즐김. 올림픽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서 매우 기쁨’ 등 헬렌에 대한 소개말이 적혀있다.



 미국 뉴저지 출신의 스노슈잉 선수 레베카 샤익(23)의 어머니 캐런 (55)은 “사람은 누구에게나 장점과 단점이 있는 법이고, 늘 단점보단 장점을 봐야 한다”며 “지적장애인도 그들의 장점으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티제이 윌은 “지적장애인의 부모가 된다는 것은 스페셜한 아이를 키우도록 스페셜하게 선택받은 부모가 된다는 것”이라며 “우리도 자부심을 가져야 하고, 사회 도 지원을 아끼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글=박혜민·강기헌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지적장애=평창스페셜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은 지적장애인들이다. 지적장애는 유전적 원인이나 질병 및 뇌장애로 발생한 정신발달 지체 등을 뜻한다. 다운증후군 및 자폐증 환자 등은 대부분 지적장애에 포함된다. 주로 18세 이전에 발병한다. 혼자서는 제대로 일상생활을 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지적장애 1급은 2~3세, 2급은 3~7세, 3급은 8~12세 수준의 지능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진단한 의료진에 따라 차이가 나기도 한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