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중국 첫 자유노조 … 정치 민주화 불씨 될까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深 )의 팍스콘 공장 노동자들이 회사 구내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애플 아이폰을 생산하는 이 공장에는 4만여 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팍스콘은 선전 외에도 우한(武漢), 정저우(鄭州), 둥관(東莞) 등 25개 도시에 모두 120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선전=AP]


‘세계 공장’ 중국에 노동자들이 직접 선거를 통해 노조 지도부를 구성하는 ‘자유노조’가 처음으로 생긴다. 중국 공회(公會·노조)는 그동안 기업 경영진과 지방 정부의 관리·통제 아래 있었다. 중국의 자유노조 등장과 확산은 앞으로 노사관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 아니라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체제가 직면하게 될 정치 민주화 요구와 맞물려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노동 착취 논란 잇따른 팍스콘
120만 노동자 직접투표 허용
사회 전반 인권의식 자극할 듯
“급속한 서구식 자유화는 힘들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 ‘대만의 중국 투자기업인 팍스콘(중국명 푸스캉·富士康) 노동자들이 자유선거를 통해 공회의 주석(노조위원장) 및 위원 1만8000여 명을 선출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팍스콘은 애플의 아이폰·아이패드 등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전자기기 메이커로 중국에서만 20여 개 사업장에 약 120만 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팍스콘은 2009~2010년 10여 명의 노동자가 열악한 근무환경의 개선을 요구하며 자살하는 등 극심한 노사분규를 치러왔다. 팍스콘은 납품 회사인 애플과 미국의 FLA(공정노동협회)의 제안에 따라 설 명절이 끝난 후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선거 교육을 실시하게 된다. FLA는 직접 선거 관리에도 나설 계획이다. FLA의 뜻대로 자유투표가 진행될 경우 공회는 이전과 다른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어 보다 독립적이고 강경한 모습으로 변신할 것으로 보인다.



 팍스콘의 이번 결정은 노동자들의 권익을 신장시키겠다는 시진핑 총서기의 ‘민생 정책’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또 공회 활동을 통해 노동자들의 불만을 흡수하자는 과거 정책과도 충돌하지는 않는다. 중국에는 근래 노동인구 감소와 임금상승 욕구, 인권의식 향상 등으로 노사분규가 확산돼 지난해에만 약 151만 건의 쟁의가 발생했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중국실장은 “중국의 자유노조 등장은 중앙 정부의 묵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노동자들의 욕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지 않고는 정치 체제까지 불안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 당국은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자유투표가 가져올 정치적 파장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 100만 명이 넘는 대규모 노동자가 자유투표의 맛을 본다는 것 자체가 중국의 현 권위주의적 정치시스템에 대한 위협일 수 있기 때문이다. 폴란드 등 동유럽의 경우 1980년대 말 자유노조의 탄생이 노동자들의 인권의식을 높여 결국 정치 체제의 변화까지 몰고 온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유노조의 등장은 당분간 팍스콘 등 일부 외국계 기업에 한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기업 등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정치 개혁 욕구로 이어지는 상황을 중국 정부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기존 공회의 활동 개선 등을 통해 노동자들의 불만을 흡수하려 노력할 가능성이 크다. 홍콩폴리텍대학의 푼 가이 교수는 “중국의 단체 교섭은 파업으로 치닫는 서구와는 다르다”며 “중국의 노사관계가 서구 스타일의 자유화로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관리와 감시 아래 점진적으로 개혁이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중국 진출 한국 기업들엔 큰 부담일 수 있다. 이평복 KOTRA 고문은 “중국 내 한국 투자업체들은 임금인상, 노동력 부족, 분규 등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공회마저 강경해진다면 중국 내 생산 이점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현지 기업 관계자들은 노무 관리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공회를 기업경영의 파트너로 인식하고, 직원들을 동반자로 대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에 진출한 SK하이닉스의 이재우 법인장은 “회사를 방문한 직원 가족들이 함께 묵을 수 있는 영빈관(迎賓館)을 기숙사에 마련하는 등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다”며 “공회를 대화와 소통의 창구로 활용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우덕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