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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지경부 밥그릇 싸움에 국민은 안중에 없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안에서 외교통상부의 통상교섭 기능 이관 문제가 뜨거운 감자다. 통상 분야를 지식경제부로 이관하겠다는 게 인수위의 입장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통상 분야는 외교부와 경제 부처 간 밥그릇 싸움의 대상이었다. 1998년 김대중 정부부터 지금까지는 외교부에서 통상을 담당했다. 2000년대 선진국 진입의 토대를 다진 자유무역협정(FTA)을 성공리에 이끌어냈다. 하지만 비판도 만만치 않다. 국내 산업 보호에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이관을 반대하는 최원목(48) 이화여대 법대 교수와 이관을 찬성하는 진보계열 이해영(51)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사이에 지상 논쟁을 진행했다.

대통령직인수위의 통상교섭본부 기능 이전에 대한 지상 대담

-통상 분야 이관은 공무원에겐 관심이지만 국민은 밥그릇 싸움으로 본다. 쟁점은.
최=무역 1조 달러를 이룬 세계 8대 통상국가가 앞으로 산업통상을 하느냐, 외교통상을 하느냐의 갈림길이다. 인수위 구상대로 지경부에서 통상 업무를 수행하면 제조업 지원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면 된다. 외교통상은 상대적으로 좀 더 객관적 가치의 글로벌 자유무역을 표방하는 것이다. 어떤 부처를 떠나 현재의 글로벌 코리아의 위상에 걸맞은지, 대외 무역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에 통상마찰 가능성을 줄여주는지 종합적 고려가 필요하다.
이=밥그릇 싸움 측면이 없지 않다. 지경부 입장에서 중소기업·정보통신기술(ICT) 부문을 내놓고 대신 통상을 챙긴 셈이다. 외교부는 챙긴 것 없이 내놓기만 했다. 지난번 쇠고기 협상에서 보듯이 문구 하나하나가 국민 실생활과 해당 업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골목상권 문제에서도 협정 문구에 해당 구절이나 업종이 들어가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자영업자의 생계가 달려 있다. 협상이 막바지에 갔을 때 어떤 부문을 취하고 버릴 것인지는 통상을 외교로 접근할지, 산업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

-‘통상’에 대한 정의가 필요할 듯하다. 최근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다는데.
최=일상용어와 다르다. 정부조직 개편에서 말하는 통상은 기업의 교역을 활성화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기능적 용어가 아니다. 현재 교역진흥은 여러 부처가 한다. 지경부는 공산품, 농림부는 농산물, 해양수산부는 수산물, 기획재정부는 투자·서비스 맥락에서 지원 업무를 한다. 여러 부처에 흩어진 교역 지원 기능을 총괄해 대외적으로 국익에 입각한 전략을 수립하고 협상하는 게 통상이다. 국가 간의 교역장벽 분쟁을 관리하면서 국제 통상규범을 만들고 개선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지금은 수출 위주의 제조업 지원보다는 농수산 분야를 방어해야 한다.
이=수출의존도가 지나치게 큰 한국 경제에서 통상은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된다. 그러나 국민은 여전히 통상을 과거 신발·가발을 수출하던 때의 이미지로 바라본다. 지금 세계 경제에서 통상은 그 의미를 훨씬 넘어선다. 양국 간 통상협정문이 1000페이지를 넘긴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경제 분야는 없다고 할 정도로 방대하다. 그만큼 통상의 폭과 성격이 구조적으로 바뀌었다. 갈수록 자본거래(투자와 금융)와 공공부문과 연관된 정부조달, 위생검역, 환경, 기술 등의 표준이 중요해진다. 이런 게 ‘비관세 장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1998년 통상교섭본부가 설립되면서 부처 간 다툼이 일단락됐는데.
최=산업 부처는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대외 통상교섭에서 주도권을 원한다. 외교부는 현대 외교의 핵심이 된 통상외교를 양보할 수 없다는 논리다. 조직 생리상 당연하지만 한국은 좀 심했다. 과거 통상협상 때마다 산업·외교 부처 간에 수석대표 임명을 둘러싼 다툼은 유명했다. 부처 간 권한에 대한 명확한 근거 법령과 조직 구분이 미비했고, 협조도 안 됐다. 지금 한 정부 부처가 모든 통상 분야의 전문성을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 통상교섭본부는 글로벌 FTA 구축 등 통상협상에서 성과를 냈고 전문성을 키워왔다.
이=미국·일본·유럽과 비교해 한국은 정권에 따라 요동친다. 바람직하지 않다. 15년 전 통상이 산업에서 외교로 넘어올 때도 사실은 부처 간 주고받기의 성격이 깔려 있었다. 동시에 정권 핵심들의 통상에 대한 이해의 차이, 시대적 조건이라는 요인도 가세했다.

-인수위가 산업부처 이관의 이유로 내세운 것이 전문성인데 타당한가.
최=인수위는 산업 전문성과 통상 전문성을 혼동하는 듯하다. 통상교섭에 필요한 능력은 국내 산업을 대변해 상대방에 제기하는 게 아니다. 결렬되면 서로 손해인 통상협상에서 서로 이해해 협상을 성공시키는 게 중요하다. 우리의 주력 시장인 강대국들과의 교섭에 있어서는 WTO 협정 등 국제규범에 대한 이해와 분석 능력이 유일한 무기일 정도다. 개편안은 외교와 통상을 한 조직에서 담당하는 데서 오는 시너지를 줄인다.
이=전문성 관점에서 보자면 통상이 산업으로 넘어간다고 특별히 좋아질 것은 없다. FTA 같은 협정이 통상의 전부는 아니다. 이런 협정을 체결하는 과정에 국제법을 포함한 고도의 외교 전문성이 필요하다. 반대로 통상이 외교와 결합한다고 해서 전문성이 높아지지 않는다. 외교관이 금융 파생상품 구조와 지적 재산권을 이해하기에는 지나치게 복잡하다. 인수위가 전문성 제고를 근거로 통상을 산업에 넘긴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외교부는 현재의 외교통상이 선진국 모델이라고 주장한다. 지경부는 산업통상이 적합하다는데 선진국은 어떤지.
최=산업통상은 주로 제조업 보호가 절실한 개도국이 주류다. 중국과 동남아 국가가 대표적이다. 한국은 제조업 보호 단계를 지나 대외적으로 자유무역을 강화하는 위치라 산업통상 모델은 더 이상 맞지 않는다. 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칠레 등은 이런 이유에서 산업통상과 거리가 멀다.
이=객관적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두 부처의 주장일 뿐이다. 일본·독일은 확고하게 산업 쪽이다. 약간 다르지만 영국도 산업에 가깝다. 양적으로 통상이 산업 쪽에 가 있는 나라가 더 많다. 통상이 외교와 결합한 나라는 호주·뉴질랜드·한국 정도다. 프랑스처럼 독립 부처형, 미국 무역대표부처럼 대통령 산하 기구형도 있다. 정부 조직상 통상이 어디에 있는지가 선진·후진의 기준은 아니다.

-새 정부가 당면할 주요한 통상 현안은.
최=미국과 쇠고기 시장 완전 자유화가 대표적이다. 2014년 말로 예정된 쌀 시장 개방은 다가오는 최대 현안이다. FTA 협상에서도 우리의 주된 관심은 공산품보다는 민감 농수산물에 쏠린다. 당장 한·중 FTA 협상을 생각해 보라. 앞으로 우리 통상교섭 및 이행 문제는 주로 농수산물 분야에서 발생한다. 인수위 논리대로라면 농수산업통상부를 탄생시켜야 한다.
이=이명박 정부가 막판에 무리하게 벌여놓은 한·중 FTA를 설거지해야 한다. 이 부문에서 사회적 갈등은 이미 예정돼 있다. 미국과 ISD 협상을 할 것인지,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도 결정해야 한다.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할 것인지도 중요한 현안이다.

-국회 처리 과정이 남아 있다. 대안은.
최=개편안에 대한 논란이 일자 인수위는 국제경제 외교는 외교부에 잔류시킨다며 외교부 달래기에 나섰다. 또 통상 현안 가운데 FTA 정책 및 협상 기능 위주로 이관시키는 안도 제기했다. 모양새가 엉성하다. 시대를 역행해 70, 80년대에 맞는 통상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시도는 재검토해야 한다. 15년 전 통상교섭본부 출범은 통상의 범주가 엄청나게 확대되고 우리 경제체제의 본질이 변화된 상황에서 불가피했다. 국회가 나서 미국의 USTR처럼 대통령 직속으로, 아니면 총리 직속의 독립기관을 신설해 대외 통상과 경제 기능을 통합적으로 담당하는 중재안을 낼 필요가 있다.
이=다리 한쪽을 떼어낸 외교부, 통상을 못 챙기면 빈 깡통 처지인 지경부와의 다툼에서 국회가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양 부서의 논쟁에서 국민의 이익이라는 관점이 빠져 있다. 기존 장관급 정무직 지휘를 받던 통상교섭본부를 2계급 강등한 실(室) 체제로 가는 것은 무리다. 독일처럼 전담 통상차관을 두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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