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중국 시위 하루 500건 넘어 이 중 40%는 농민이 주도

리롄장 홍콩중문대 교수
중국의 인간관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중국의 저명한 사회학자 페이샤오퉁(費孝通·1910~2005)은 이를 동심원(同心圓)의 파문(波紋)에 비유했다. 돌 하나를 수면에 던지면 그려지는 동심원의 물결처럼 ‘나(我)’를 중심으로 인간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나’로부터 동심원의 파문이 멀어질수록 인간관계는 약해진다고 했다. 그는 이런 인간관계의 질서를 ‘차등적 질서구조(差序格局)’라 이름 지었다. 리롄장(李連江) 홍콩중문대 교수는 이 ‘차등적 질서(差序)’의 개념을 차용해 중국 정부에 대한 중국 농민의 신뢰를 연구한 학자로 유명하다. 그에 따르면 정부에 대한 신뢰는 행정등급이나 서열이 높아질수록 커진다. 그는 빈부격차가 확대되는 가운데 중국의 3농(農)문제, 즉 농업·농촌·농민 문제 해결을 고민해 왔다. 성균중국연구소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그를 지난 달 28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페이샤오퉁은 중국을 정확하게 인식하려면 인구의 80%를 점하는 농민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건 1940년대 이야기다. 현재 비중은 50% 미만이다. 이제 중국 사회를 알려면 중국 도시를 연구해야 한다. 지금 문제되는 건 도시 빈곤 인구다.”

-중국의 역대 지도자들은 모두 농촌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는 3월 출범할 새 정부는 어떤가.
“차기 총리로 유력한 리커창(李克强) 정치국 상무위원은 농촌의 빈곤타파 해결책으로 도시화를 생각하고 있다. 그 방법은 농촌 주변에 아파트를 지어 농민을 이주시키고, 원래 농민이 살던 곳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중앙의 정책이 지방으로 내려가 시행되는 과정에서 곧잘 변질된다는 점이다. 도시화가 지방 정부의 농민 토지 수탈로 악용될 가능성을 조심해야 한다.”

-농촌을 비롯해 많은 곳에서 집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위가 벌어지는가.
“집단 시위는 보통 50명 이상이 모인 경우를 말한다. 한 해 18만 건 이상의 집단 시위가 벌어지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 수치는 광둥(廣東)성 정부의 한 내부 회의에서 ‘우리나라에선 하루 평균 500건 이상의 집단 시위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 말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나오게 됐다. 1년 365일에 500을 곱한 것이다. 이 중 농민 주도의 시위는 40%를 차지한다.”

-중국 농민은 억울한 일이 있으면 베이징의 신방국(信訪局)을 찾아 탄원한다. 베이징으로 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2005년엔 1270만 건의 신방이 접수됐다)
“신방국을 찾아가는 걸 상방(上訪)이라 한다. 상방의 주된 이유는 중앙 정부가 지방 정부에 압력을 넣으면, 지방 정부가 자신의 문제를 처리하는 데 성의를 가져줄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남의 힘을 빌려 공격하는 게 마치 태극권(太極拳)과 같다. 중국엔 ‘중앙은 은인이고, 성(省)은 친척이며, 현(縣)은 좋은 사람이고, 향(鄕)은 악인이며, 촌(村)은 원수(中央是恩人 省里是親人 縣里是好人 鄕里是惡人 村里是仇人)’라는 말이 있다. 행정 등급이 낮아질수록 신뢰가 작아진다.”

-최근 상방인들이 몰려 있는 베이징의 상방촌(上訪村)에선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등 중국 지도자들의 주소와 e-메일 주소가 적힌 소책자가 불티나게 팔린다고 한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국가신방국에 가서 일부 상방인을 만난 적이 있다. 원 총리로선 상방인들에게 애정을 표시한 셈이다. 그러나 좋은 방법은 아니다. 구체적인 사안 해결은 결국 지방 정부의 몫이다.”

-신방국에 접수되는 사안 중 해결되는 건 0.2%도 안 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중앙 정부가 신방 제도를 유지하는 이유가 뭔가.
“중앙 정부가 지방 정부를 믿지 못해서다. 신방 제도의 존속엔 지방 정부를 통제하려는 중앙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

-중국도 ‘민주(民主)’를 강조한다. 그러나 서방의 민주와는 다르다고 한다. 중국이 말하는 민주는 무엇인가.
“중국의 민주는 일종의 정책 자문을 말하는 것이다. 새 정책을 시행하기에 앞서 여러 사람의 의견을 구한다. 중국에선 이것을 민주라 부른다.”

-시진핑 시대에 대한 기대가 크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당시엔 공산당 말고도 8개 민주당파가 권력을 나눠 가졌다. 부총리와 최고인민법원장 등을 민주당파 인사에게 맡겼다. 중국공산당의 독재는 54년 설립된 전국인민대표대회(의회 격)가 과거의 전국인민정치협상제도(통일전선 기구)를 대체하면서다. 이는 퇴보였다. 만일 시진핑이 54년 이전의 정치협상 제도를 회복한다면 이는 커다란 진보다.”

-중국 특색의 민주모델은 구축 가능할까.
“‘중국 특색’이나 ‘중국 모델’이란 말은 흔히 개혁을 거부하는 구실로 이용된다. 나라마다 특징이 있겠지만 민주나 인권·권리 같은 가치는 인류가 공유하는 것이다.”



리롄장 1963년 허베이(河北)성 출생. 톈진(天津) 난카이(南開)대 철학 석사. 미 오하이오주립대 정치학 박사. 2006년부터 홍콩중문대학 정치학과 교수로 있으며, 중국 농민의 정치 참여와 농촌 기층(基層)에서의 민주주의 정착에 대해 연구해왔다.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